[인터뷰]"평범한 학생의 잠재력, 재능 계발 돕겠다"


경인여자대학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올해 1차 수시모집을 마감한 결과 경인지역 대학 중 가장 높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자연녹지였던 교내 부지 일부는 주거용지로 바뀌어 건물 부족 문제도 해결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박준서 총장이 있다. 박 총장은 학과 조정 등 강력한 개혁으로 지난 1년 6개월 동안 경인여자대학을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내년 개교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박 총장을 만나 경인여자대학의 비전을 들었다.

- 대학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작은 규모의 사립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부임 후부터 ‘현실을 직시하자’고 강조해왔다. 지금까지 한국 대학은 무풍지대였다. 서울 수도권 대학들은 더 했다. 경쟁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 모드로 바꾸려니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적당히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 학과 구조조정을 했다고 들었다
“전문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를 순발력 있게 조정해야 한다. 식품영양조리·사회복지·아동보육·아동미술·경영·방송연예 등 6개 학과를 신설하는 한편, 현재 흐름에 맞게 6개 계열 26개 학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사회적 수요가 있는 학과는 신설하고, 수요가 줄어든 곳은 없애거나 줄였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지원율이 높게 나오는 등 열매를 거둔 게 아닌가 싶다.”

- 교수들의 변화도 중요할 것 같다
“과거 교수들은 ‘입학에서 졸업까지’만 책임졌다. 이제는 다르다. ‘입학부터 취업까지’다. 그리고 그게 바로 교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납득시키는 게 어려웠다. 자꾸 취업을 강조하니 ‘교수가 왜 취업까지 책임져야 하느냐’ 그러더라. 생존하려면 교수들이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에게 ‘본인의 직무를 확장해 생각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 인원에 비해 대학 규모가 작다
“교내 일부 토지가 자연녹지다. 구청·시청을 찾아가 ‘인천에 있는 경인여자대학이 교육을 잘 시키면 인천이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주거용지 용도변경 신청을 내니 인천시의회에서 특혜라고 하더라. 그래서 시의원들을 쫓아다녔고, 결국 통과됐다. 조만간 이 부지에 10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그리고 큰 과제 중에 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이다. 사격연습이 학습하는 데 많은 지장을 준다. 우리가 이를 구입하는 대신, 주변을 지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런 게 ‘윈윈게임’ 아니겠나.”

- 지역사회에서 경인여자대학의 역할은
“대학의 책임 중 하나가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다. 학교 수영장과 운동장, 교회를 개방하고 있다. 지난 추석 무렵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수해를 입어 학교시설을 제공키도 했다. 피해 주민들은 열흘 넘게 대학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사랑의 밥차’를 운영해 설렁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밖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족에 대한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 봉사 많이 하는 대학으로 유명한데
“봉사는 대학평가에도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에 봉사 동아리가 대학 규모에 비해 많다. 특히 해외봉사도 많이 한다. 얼마 전 캄보디아에도 145명의 봉사단을 보냈다. 봉사활동은 대학 시절 해 봐야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학생들에게 ‘무슨 봉사든지, 대학에서 한 가지 이상 꼭 하라’고 말하곤 한다.”

- 경인여자대학의 특성화 방향은
“지금은 간호과와 유아교육과가 특성화돼 있다. 간호는 전통적으로 강하다. 지난해에는 우리 학교 학생이 전국 간호사 국가고시에서 1등을 했다. 올해는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들어올 때는 대부분 평범한 학생들이다. 오히려 수능이나 내신성적이 다른 대학에 비해 약한 편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계발하는 게 교육이다. 교육에 따라 원석이 보석으로 변한다.”

- ‘좋은 대학’ 기준은 대개 수능점수다
“기준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수능점수 좋은 학생이 많은 곳을 좋은 대학이라 한다. 이곳에 와서 교육자로서 새로 인식하게 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평범한데, 졸업전시회 하는 거 보면 깜짝 놀하곤 한다.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증거다. 좋은 대학의 기준은 입학점수가 아니라 졸업할 때 잠재력이나 소질을 얼마나 계발하고 발전시켰느냐로 따져야 한다. 그 폭이 클수록 좋은 대학 아니겠나.”

- 원석을 보석으로, 어렵지 않나
“미국에서 어떤 사람이 돌을 10달러나 주고 샀다 한다. 그런데 감정해 본 결과 1900캐럿 사파이어 원석이었다고 한다. 10달러짜리 돌을 갈고 닦으니 사파이어가 된 거다. 나는 모든 사람이 다 원석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갈고 닦아서 보석으로 만드느냐, 그게 바로 교육이다. 들어올 때는 원석 같은 학생을 졸업할 때 보석으로 만들어 졸업시키자는 게 나의 교육철학이다. 경인여자대학을 ‘실용전문 교육·취업에 강한 대학’, ‘인성교육과 봉사에 강한 대학’, ‘학생복지와 학생서비스에 강한 대학’, ‘교육시설과 설비에 강한 대학’ 등 ‘4强’ 대학으로 만들겠다.”

사진 : 한명섭 기자

박준서 총장은...

서울대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에서 신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예일대에서 신학석사,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 객원교수, 영국 옥스퍼드 오리엘컬리지(Oriel College) 연구교수를 거쳐 명지대 기독학술원장, 연세대 교학부총장·대학원장·연구처장·신과대학장 등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학회장,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원회 위원장, 교육정책심의회 위원장, 두뇌한국 21(BK-21) 인문사회분야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구약개론>, <성지순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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