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소통·화합 대학발전 이끌 것”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소통·화합 대학발전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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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가 오랜 학내 분규 끝에 새 총장을 맞았다. 김영래 총장이 지난 8월 선임되면서 멀리는 7년여, 가까이는 총장 공석 상태였던 2년여의 혼란을 마쳤다. 사실 순탄치 않은 시작이었다. 외부에서 온 신임 총장이 긴 세월 대립각을 세워온 학내 구성원들을 다독여야 했기 때문. 총장으로 선임된 직후 대학가에서 우연히 김 총장을 만난 타 대학 교수는 덕담 대신 “어려운 자리 맡으셨다”는 말을 먼저 건네기도 했다.

두 달 가량 지나 찾아간 동덕여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캠퍼스를 걷는 총장에게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인사를 해왔다. 시험기간 야식 식권을 몸소 나눠주는 김 총장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학생은 없어보였다. 김 총장에 대한 교수와 직원들의 평가에도 온기가 느껴졌다. “아침 일찍 출근해 학교 곳곳을 둘러본다”,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는 분”, “학생들이 좋아하는 총장” 같은 말들에서 신임 총장의 지난 두 달여가 묻어났다.

김 총장 스스로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말뿐이 아니다. 교무회의 결과는 곧장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일일이 교수들의 연구실 문을 두드려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구성원 화합이 뒷받침돼야 대학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인화(人和)의 바탕이 마련되면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20’을 본궤도에 올릴 방침이다. 입버릇처럼 “동덕인의, 동덕인에 의한, 동덕인을 위한 총장”을 되뇌는 김 총장을 지난 20일 만났다.



- 7년여 간 분규가 있었다.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보니 어떤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교수 연수회에 참석해 대학 운영 구상을 얘기했고, 단과대학별로 교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학 내 학술발표회나 전시회 같은 일정도 모두 챙겼다. 그냥 얼굴만 비추는 게 아니라 참석 학생들, 교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협조를 해줘 짧은 기간에 학교가 많이 안정됐다. 갈등 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덕이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 그동안 소통, 화합에 주력했다는 얘기인데.
“구성원들의 화합이 최우선 과제다. 그간 학내 여러 사정 때문에 교수·직원·학생·동문·재단이 제각각 갈등을 빚어왔다. 이제는 동덕 공동체의 일원으로 발전을 위한 동력을 모아야 할 때다. 교수 하나하나를 CEO를 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나고 있다. 화합을 위해서는 소통이, 소통을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교무회의 내용부터 홈페이지에 올려 구성원 모두가 내용을 알 수 있게 했다.”

- 가시적 성과가 있었나.
“지난달 취임식 때 ‘화합의 비빔밥’ 행사를 열었는데 학생들 500여 명이 참석했고, 교수·직원·동문들이 함께 했다. 인근 지역주민들도 불렀다. 동 자치위원을 초대해 동덕이 새롭게 태어나니 주민들도 새롭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얼마 전 동문회에서는 발전기금 1억 원 약정식이 있었고, 즉석에서 전 동문회장인 이금희 이사가 1천만 원 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내달에는 교직원 등산대회와 지역주민 초청 문화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총장실도 언제든 열려있다. 매월 첫 번째 교무회의가 있는 날 ‘총장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 취임하면서 ‘지표경영’을 강조했다.
“지표가 그대로 학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대외 평가 역시 중요하다. 그간 학내 분규를 겪으며 여러 지표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다. △취업률 △장학금 수혜율 △교수 대 학생 비율 △교육비 환원율 같은 지표부터 끌어올리겠다. 물론 지표경영에 몰두하다 보면 ‘외화내빈’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때문에 ‘정도(正道)경영’, ‘화합경영’을 함께 추구하기로 했다. 민주적 대학 거버넌스를 구축, 균형 잡힌 대학 운영을 해나가면 빠른 시간 내에 각종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 본다.”

- 그와 연계한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비전 2020’이 눈에 띈다.
“비전 2020 추진위원회가 최근 발족됐다. 8개 분과위원회에 35명의 교수가 참여해 12월 말까지 단기계획을, 내년 3월 경까지 중기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비전 2020의 핵심 내용은 동덕의 방향성을 ‘교육중심대학’으로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초가 튼튼한 여성 리더를 기르자는 것이다.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국내 사회봉사, 해외연수 등을 제공하는 엘리트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할 방침이다. 다양한 여성 리더십 교육·실습·봉사·참여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DDLP’(Dongduk Dynamic Leadership Program)를 운영하겠다.”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왼쪽)과 환담 중인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 다른 여대와의 차별화 전략이나 동덕만의 특성화 분야가 있다면.
“예술과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가 융합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전문 융합 분야가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다. 앨빈 토플러가 얘기한 ‘제4의 물결’은 감성의 시대, 여성의 시대와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여대는 비전이 있다. 특히 동덕은 방송연예나 실용음악, 패션디자인 같은 예술 분야가 특성화돼있다. 본교 캠퍼스가 좁은 편이지만 대학로에 방송연예, 청담동에 패션디자인 캠퍼스가 있지 않느냐. 생동감 있는 현장실습 중심의 다각화된 캠퍼스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전통적으로 약학대학이 명성을 유지해오지 않았나.
“지금은 과도기로 생각한다. 내년부터 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는데 동덕여대 약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파격적 지원책을 제시할 생각이다. 현재 구상 중인 것은 약대 입문자격시험(PEET) 상위 1% 이내에 든 신입생에게 4년간 등록금 면제와 함께 월 100만 원씩 생활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졸업 후 해외연수 특전을 주고, 이후 교수직 우선채용까지 이어지도록 제도를 손질해 우수 학생을 유치할 것이다.”

- 여러 공약을 내걸었다. 매니페스토를 주창한 당사자라 기대도 크다.
“공약은 지킬 때 의미가 있다. 공약 자체도 실천 가능한 구체적 내용이어야 한다. 국내에 매니페스토를 도입하며 가장 강조한 게 일종의 약속운동, 신뢰운동이란 점이었다. 역설적으로 공약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안 된다. 공약이라 해서 ‘불변’의 약속은 아니다. 총장으로 취임하며 비전 2020의 기본틀을 제시했지만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다듬고 있다. 여기 오래 계셨던 분들이 실정을 더 잘 알 것 아닌가. 주기적으로 공약에 대한 평가도 실시하려 한다. 진척도를 점검하고 바꿔야 할 부분은 바꾸는 실천적 공약이 될 것이다.”

- 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거창한 교육철학보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 인간의 본성을 고양시키는 교육을 말하고 싶다. 대학교육의 경우에는 창의성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급적이면 고등교육 정책도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한다. 학생 선발부터 시작해서 각 대학의 교육목표와 설립 취지에 걸맞은 운영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동덕여대도 내년부터는 입학사정관제를 적극 도입해 잠재력이 높은 학생들을 뽑아 여성 리더로 길러낼 계획을 갖고 있다.”

- 동덕 역사에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은가.
“소속된 공동체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사실 얼마 전에 아주대에 발전기금을 전달했는데, 왜 동덕여대에 기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예전부터 아주대 교수직에서 물러날 때 그렇게 하기로 계획했다. 그동안 속했던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인 셈이다. 이제 애정을 동덕으로 옮겨 앞으로 그 이상의 애정을 갖고 일할 것이다. 두 달여간 많이 한 얘기다. 동덕인의, 동덕인에 의한, 동덕인을 위한 총장이 되겠다.”

■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은…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연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교수로 학생처장, 사회과학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등의 보직과 교수협의회장을 지냈고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와 한국정치학회·한국NGO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8월 동덕여대 제7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 투명신뢰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 의장, 시민운동정보센터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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