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1월 12일 G20 정상회의를 3일 앞두고 당시 미국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폴슨(Paulson)은 기자회견을 통해 G20 정상회의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의 과잉을 부채질했던 글로벌 불균형을 다루지 않고 금융규제 문제만 다룬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과 경제 활력의 기반을 극적으로 개선할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불균형의 압력은 또 다른 출구를 찾을 때까지 다시 강화될 것이다.”

이처럼 불균형 해소는 미국이 G7을 약화시키시면서 G20을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다. 미국이 불균형 해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나친 불균형이 미국의 경제주권을 침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 유출된 달러가 미국으로 재유입되면서 연준(FRB)이 단기 정책금리를 올려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져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불균형이 자본시장(이자율)을 왜곡시켜 미국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현 국무장관은 2007년 초 당내 경선 과정에서 외국이 소유한 미국의 부채 규모가 GDP의 25%에 도달하면 경보음을 울릴 것을 미 행정부와 FRB에게 요구할 정도였다. 중국 등 외국이 소유한 미국의 부채가 미국 경제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참고로 해외가 보유한 미 증권 규모는 2009년 6월 30일 기준 미국 GDP의 68%이고,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10.4%의 중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IMF 쿼터 이전과 불균형 해소를 맞바꾸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실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11월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균형 해소의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미국은 8월 10일 FRB의 추가 양적완화정책 시행(달러화 약세) 발표와 9월 16일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위안화 추가 절상 요구로 사실상의 ‘통화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G20 서울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이는 한국에게 총대를 멜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장관은 지난달 29일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의 희망대로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얻어낸 것은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과 경상수지 관리 목표 설정이라는 ‘선언적’ 성과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국이 IMF 지분 5%에서 6% 이상 상향 조정과 IMF 이사회에서 유럽의 이사 2명 축소와 신흥국 이사 몫의 증대라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즉 미국의 경우 불균형 해소가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인데 제로금리 하에서 유일한 통화정책 수단인 양적통화확대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환율의 급격한 조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불균형 해소 역시 모든 정책수단을 열어놓음으로써 2007년 IMF가 도출한 다자간 합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즉 흑자국인 중국과 일본과 독일 등에게 내수 조정과 적자국인 미국에게 저축률 제고와 재정적자 축소라는 양자 모두의 책임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폐막한 17기 5중전회에서 중국이 향후 임금과 가계소득의 증가를 통한 균형성장, 즉 분배를 통한 성장을 강조했듯이 중국경제가 내수 강화 방향으로 이행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단지, 현재의 미·중 간 불균형이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중국이 환율도 내년까지 6.20 위안대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절상하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도 향후 3~5년에 걸쳐 4% 이하로 점진적으로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음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역시 산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소비 수준을 축소시켜야만 하는데 가계 저축률이 금융자유화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환율전쟁이 쉽게 종식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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