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서강대에서 한국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여성사학회장, 한국여성연구원장 등을 맡았고 인문과학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등의 학내 보직을 거쳐 최근까지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다. 총장 재임기간 동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9월 말 국가브랜드위원회 제2대 위원장에 취임했으며 현재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이사장,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이하 G20)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못지않게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이 되풀이 강조해온 ‘국격’을 높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의 브랜드 파워는 G20을 통해 얼마나 올라갈까. G20을 계기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전략은 무엇일까.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바로 그 같은 고민을 담아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진 기구다.

G20을 한 달여 앞두고 제2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배용 위원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부담이 될 법도 하건만 신임 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사를 전공한 학자로 우리 것을 알리는 일에 그만한 적임자는 없어보였다. 최근까지 이화여대 총장으로 글로벌화에 앞장서던 모습도 겹쳤다. 세계를 상대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려내 신뢰의 네트워크를 쌓는 일. “몸에 딱 맞는 옷을 찾은 것 같다”는 이 위원장을 지난 3일 서울 명동 집무실에서 만났다.

- 위원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G20이 국가브랜드 향상의 전기가 될 것 같다.
“감사하다. 사실 그간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나 교육경쟁력 등에 비해 국가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번 G20 주최국이란 사실만으로 브랜드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본다. 위원회에서도 G20 준비에 여념이 없다. 9월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원로 정상회의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한국을 알리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달에는 G20의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 ‘코리아 주간’ 행사를 열었다. 가수 샤이니, 손호영 등 한류 스타들이 참여한 ‘우정 페스티벌’과 한복 패션쇼, 도자기 전시회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좀 더 일찍 위원장이 됐다면 G20까지의 일정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챙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 브랜드에는 문화적 요소가 중요한데, G20에서 소개하는 자리가 있나.
“브랜드는 스토리텔링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문화와 이야기가 담겨야 브랜드도 산다. 이번 G20에선 국립박물관에서 만찬을 하기로 돼있다. 좋은 선택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것 만한 브랜드 홍보는 없다. 위원회 차원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10일 열릴 G20 전체 언론 브리핑이다. 각국 언론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브랜드를 잘 소개하면 돌아가서 자국에 많이 전파하지 않겠는가. 지금 위원회 슬로건은 ‘다이내믹 코리아’인데 감성적 부분에 초점을 맞춰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측면도 중요하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리만의 ‘스피릿웨어(Spiritware)’ 계발이 필요한 때다.”

- 세계 속의 한국 브랜드,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 궁금하다.
“우리 기업들이 잘해줘 한국 브랜드를 알려왔다. 그 토대 위에 대한민국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고 영혼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담겨야 한다. 다행히 유구한 우리 역사 속에는 여러 화두가 내재돼있다. 생명·자연·환경·소통·나눔·평화 등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철학이자 삶의 지향점이었다. 인간과 자연의 존중, 화합 정신이 많은 문화유산들에 스며들어 있다. 사실 우리 국민 스스로도 이런 점을 잘 모른다. 원석에 가까운 상태라고 할까. 우리 것을 잘 가꿔 내놓으면 우리 문화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것이다. 한류가 좋은 예다.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우리 전통으로만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호응이 높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은 그런 의미다.”

- 문화가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는 말인가.
“단적인 예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제품은 써보지도 않고 품질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나. 그 나라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나비부인’ 같은 작품을 보며 세계인들이 일본에 열광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우리나라 역시 한류를 만들어낸 게 큰 힘이 됐다.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절실히 느꼈다. 엄숙한 ‘국격’도 있겠지만, 젊은 세대가 이끌어나가는 한류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돌이켜보면 대학 총장 시절 세계 각국의 총장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들을 설득한 원천도 한국학이었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잘 알려내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소통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큰 힘이 된다.”

- 국사 교육이 ‘필수’여야 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국사 교육 필수화에 인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어가 우리말이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면 우리 정신이 깃든 게 국사다. 초등학교 때부터 국사를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딱딱한 암기 교육만 하자는 게 아니다.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하면 된다. 예컨대 집이 선릉역이면 왕릉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않은가. 역사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시대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게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다. 우리 것의 스토리텔링, 브랜드화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오른쪽)과 환담 중인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 교육계에만 수십년 몸담았다. 대학과 다른 점은 없나.
“그리 생소하지는 않았다. 위원장을 맡기 전에도 대학 총장으로 학교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것을 많이 고민했었다. 우리 역사를 연구해온 점도 위원회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동안 잘 살기 위해서만 뛰어왔는데 이제 국격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체계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문화 콘텐츠를 비롯한 소프트 파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었지만, 경제 영역 뿐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역지사지의 글로벌 시민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자국에 대한 역사의식과 문화의식을 가져야 한다. 역사·문화 콘텐츠가 잘 갖춰지면 중요 브랜드가 될 수 있어서다.”

- 지식경제사회다. 대학브랜드가 국가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 같은데.
“국가브랜드는 특정 인물이 노력한다고 해서 올라가지 않는다.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한 사람, 한 사람을 보겠는가. 국민 전체가 달라질 때 브랜드도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대학브랜드는 정말 중요하다. 우리 브랜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인재인데, 그 인재들을 길러내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이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세계에 내놓을 때 국가브랜드도 올라간다. 대학이 양성한 인재들이 재능을 발휘해 세계적 지도자가 되고 노벨상을 수상하면 자연히 대한민국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최근까지 대학 총장을 맡았다. 구체적으로 대학들에게 조언한다면.
“브랜드 정립의 과제는 ‘네트워크’다.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좋은 브랜드의 밑바탕이 된다. 세계 어디에 내놓든 믿음 가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대학이 할 일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시절 입학사정관제 정착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잠재력을 한껏 발휘토록 하는 게 가장 핵심적인 목표였다. ‘지속가능성 있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교양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학문은 인간과 직결돼 있다. 사람을 만나고 다루는 데 있어 소양을 갖추지 못하면 우수한 전공 실력도 제대로 쓰이지 못할 수 있다.”

- 취업난 탓에 대학생들의 시야가 협소해지고 현실적이 됐다고 하는데.
“취업이 안 되면 자신의 삶을 펼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러므로 대학 뿐 아니라 기업들도 감당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지원할 때 인성 부분에도 같이 투자했으면 한다. 또 채용시 시험 성적 외의 부분도 포괄적으로 평가하면 학생들도 바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는 많이 읽고 많이 쓰라고 권하고 싶다. 전공이 아닌 과목도 수강하고 열심히 읽고 쓰다보면 많이 배우게 된다. 배움의 가장 큰 덕목은 겸손함과 긍정심이다.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에서 폭넓은 세상에 대한 겸손함이,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며 스스로 긍정심이 생길 것이다.”

- 앞으로 위원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인가.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가 있는 대한민국을 브랜드화하는 게 포부다. 국격이라 하면 엄숙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사실 외국인들을 미소로 대하는 것도 국격을 높이는 방법이다. 우리 국민이 마음은 안 그런데 표정이 굳어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내년에는 대대적 캠페인도 열 계획이다. 여기에 앞서 강조한 우리 문화·역사 교육이 덧붙여진다. 외국인이 고궁 위치를 묻는데 몰라서 못 가르쳐주면 되겠는가. 전국민이 외교 사절이 되자는 얘기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모두가 참여하는 철저한 문화·역사 교육이 있어야 한다.”

■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서강대에서 한국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여성사학회장, 한국여성연구원장 등을 맡았고 인문과학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등의 학내 보직을 거쳐 최근까지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다. 총장 재임기간 동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9월 말 국가브랜드위원회 제2대 위원장에 취임했으며 현재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이사장,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대담 = 이인원 회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