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특성화가 경쟁력이다-국립 충주대


90년 역사의 국립 충주대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21세기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심축인 철도·교통 분야 특성화를 위해 새 틀을 짜고 있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한국철도대학(이하 철도대학)과의 통합이다. 이를 통해 국내 유일의 4년제 철도·교통 특성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 성공적 대학 통합 경험 보유= 1914년 개교한 충주대는 이미 한차례 대학 통합과정을 거쳤다. 지난 2006년 간호·보건계열이 특화된 2년제 청주과학대학과 산업대인 충주대가 통합, 충주와 증평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양 교의 통합은 대학 통합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 평가에서 ‘통합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유사학문을 통폐합 해 양 캠퍼스의 특성화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증평캠퍼스(청주과학대학) 15개 학과에서 간호·보건계열을 제외한 5개 학과가 충주캠퍼스로 이전했다. 현재 증평캠퍼스는 보건생명과학대학 6개과, 국제사회정보대학 4개학과로 10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음악·산업디자인·스포츠·문창창작과는 충주로 이전했다. 이외 유사학문은 통폐합 해 증평캠퍼스는 간호·보건계열로, 충주캠퍼스는 인문·IT·공학 중심 캠퍼스로 특성화한 것이다.

통합 후 충주대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교과부 교육역량강화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되며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국 12개 산업대 중 유일하게 일반대학 전환 승인을 받았다. 일반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을 설치해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대학 통합과 일반대 전환을 거치며 경쟁력을 키워 온 충주대가 또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유일의 철도·교통·물류 분야로 특화된 ‘한국교통대’로의 변신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충주대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철도대학과의 통합도 성사시키겠다는 포부다.

■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 주목받는 철도= 향후 충주대가 활용할 ‘지리적 이점’은 전국 어디로나 뻗어나갈 수 있는 교통망이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점이 교통·물류 특성화에 지리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인근 제천에선 용산철도기지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또 고속전철의 오송 분기점 준공으로 제천·오송 지역이 더 가까워 졌다. 이 또한 철도·교통 분야 특성화에 이점이 될 수 있다.

철도는 전철화와 자기부상 등을 통해 친환경적 교통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에너지·토지이용 효율에서도 도로교통보다 우월한 미래 교통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은 도로와 철도가 각각 88.7%, 11.3%를 차지하지만, 점차 철도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코레일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철도여객의 수송거리 당 에너지소비량은 자가용 승용차 에너지소비량에 비해 8.4배나 낮다. 철도화물의 경우 화물차에 비해 무려 14.2배나 에너지효율이 높다. 특히 CO2 배출량에 있어서는 여객보다 5.8배, 화물보다 13.4배 적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교통선진국에선 철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EU국가들은 도로 투자액의 약 2.3배 이상을 철도에 투자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각광받는 철도분야는 남북통일 시대에도 유효하다. △남북한 교류확대 △동북아 중심국가 시대 △유라시아 횡단철도 연결에 대비해 철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인력수요도 꾸준히 늘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자료(2009)에 따르면 2015년에는 8만 8000명, 2020년에는 약 20만명 이상의 철도 관련 인력 수요가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철도교통 산업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규모는 230만개 이상이다. 충주대가 철도분야를 주목한 이유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 철도대학과 통합추진…‘한국교통대’로 = 충주대는 국내 유일의 철도·교통 특성화를 위해 ‘올인’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도인력 양성 기관인 철도대학과 통합하고, 교명까지 ‘한국교통대’로 바꿀 방침이다. 4년제 대학-전문대학 통합시 전문대 정원의 60%를 감축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철도대학 정원이 아닌 충주대 정원을 감축한다. 그만큼 통합 이후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호식 통합추진단장은 “90년 역사의 충주대와 100년 전통의 철도대학이 통합하면 국내 유일을 넘어 세계 중심의 철도교통 특성화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철도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될 것이기 때문에 4년제 대학이 철도분야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주대는 특성화를 위해 이미 지난 8월 관련 분야 5개 학과를 신설, 교과부 승인을 받았다. △교통시설공학과 △교통생태공학과 △교통서비스경영학과 △교통정보디자인학과 △항공운항과 등이다. 기존의 건설조형대학은 건설교통대학으로 개편했다.

통합 후엔 현재 충주대 학과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공학계열 학과에 철도·교통을 접목할 방침이다. 토목공학과는 철도토목공학과로, 전기공학과는 철도전기공학과로 공학계열 전체 가 철도 관련 학과(전공)로 리모델링된다.

외국 교통관련 기관과 활발한 교류 협정을 체결, 글로벌 대학으로의 기틀도 마련했다. △러시아 극동철도대 △북경교통대 △대련교통대 등이 모두 철도교통 특성화를 위해 교류 협정을 체결한 해외 대학들이다.

■ 철도대학 통합추진단 가동 = 이외에도 충주대는 철도대학과 통합 후 구체적인 특성화 계획까지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3년 이내에 교통관련 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하고, 철도관련 석·박사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철도대학이 위치한 의왕캠퍼스의 리모델링 작업도 이 시기에 마무리된다.

이후 5년 내엔 본격적인 대학 특성화 작업을 추진한다. 의왕캠퍼스에 교통·철도 대학원을 설립하고, 기숙사도 증축된다. 이를 통해 통합 10년 뒤엔 세계적 철도·교통기술을 확보,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교통 대학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캠퍼스 별 종합적인 그림도 그려졌다. 보건계열이 특화된 증평캠퍼스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로, 철도대학이 위치한 의왕은 철도중심 캠퍼스로 특성화 된다. 본부가 있는 충주캠퍼스는 교통·물류·녹색에너지·IT중심으로 특성화해 한국교통대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

철도대학과의 통합은 이런 구상을 구체화 시켜줄 열쇠다. 충주대는 철도대학과의 통합 대상 가운데 1순위로 평가받는다. 지난 4월 철도대학 발전심의위원는 철도대학에 통합을 제안한 7개 국립대 중 충주대를 1순위 꼽았다.

그러나 양교의 통합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관련 부처 간 이견이 큰 탓이다. 철도대학과의 통합을 위해선 교과부·국토해양부·기획재정부의 협의가 필요하다. 철도대학은 철도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철도청에서 소관이었지만, 2005년 1월 철도청이 공사화(한국철도공사)되면서 국토해양부로 이관됐다.

국토해양부 이관 직후 철도대학의 사립화가 추진됐지만,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인수협상이 결렬된 뒤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후 국립대와의 통합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고, 현재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교과부는 대학 간 통합 효과가 ‘특성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교 통합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고려대와의 인수 협상이 결렬된 바 있는 국토부도 국립대와의 통합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고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기재부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통합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5일 충주대는 총장 직속기관으로 통합추진단을 구성했다. 이 단장은 “통합추진단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통합 추진 과정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양교 간 통합을 진행하기 위해 구성됐다”며 “내년 3월 철도대학과 충주대가 통합돼 한국교통대로 새롭게 문을 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적 철도·교통 특성화 대학 만들 것”


[인터뷰]충주대 장병집 총장

"우리나라엔 철도로 특성화된 4년제가 한 곳도 없다. 철도대학과 물류의 요충지 충주에 위치한 충주대가 만나면 세계적인 철도교통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충주대 장병집 총장의 말이다. 장 총장은 작년 4월 취임 후부터 충주대의 철도·교통 분야특성화를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이를 위해 취임 후 보름 만에 철도대학과 통합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통합 후 대학명칭을 ‘한국교통대’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장 총장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에서 철도·교통분야 특성화에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장 총장은 “총장 취임 이전부터 철도교통 분야가 미래에 크게 부상할 것을 예측하고 취임 직후 특성화 방침을 세운 것”이라며 “점차 그 예측은 맞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교통 분야는 21C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황식 국무총리도 연설문을 통해 “KTX고속철도망 확충을 통해 전국 주요 거점을 1시간 30분 이내로 연결해 하나의 도시권으로 통합하는 등 국가 교통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철도교통 분야는 국가적 관심과 아울러 상당한 고용창출도 예상된다. 장 총장은 “현재 철도대학 시스템만 가지고는 향후 늘어날 철도분야 인력수요을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철도관련 기능 인력부터 수준 높은 기술 인력까지 모두 양성할 수 있는 4년제 대학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충주대와 철도대학이 통합한 ‘한국교통대’ 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4년제 종합대학을 철도·교통분야로 특화된 체제로 개편하긴 쉽지 않은 작업이다.이에 대해 장 총장은 전체 학과의 60%가 공학계열인 점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주대는 전체 학과의 60%이상이 공학계열이다. 공학계열은 커리큘럼을 조금만 수정하면 교통철도분야와 전부 연결시킬 수 있어 빠른 특성화가 가능하다.”

이어 장 총장은 철도대학과의 통합을 위해 정부 부처 간 조속한 협의를 주문했다. 기재부가 철도대학의 사립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총장은 “2004년에 철도대학을 사립화해 국고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기재부 방침이 있었는데 이를 선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철도에 대한 중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기재부의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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