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준(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우리의 직업교육은 다음 세대와 함께 가고 있는가? 우리의 다음 세대는 직업교육보다는 인문교육을,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호한다. 전문계고 입학생의 지속적인 감소와 졸업자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 이를 반영한다. 이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ㆍ기능인력 수급 불일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5월 전문계 고등학교를 분야별로 특화된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하고, 선취업 후진학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691개 전문계 고등학교를 2015년까지 50개 마이스터고와 350개 특성화고로 축소ㆍ개편하고, 나머지는 일반계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두 유형의 전문계고 모두 산업계 밀착형 교육과정 운영을 통하여 졸업생들의 우선 취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기도한 바대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졸업한 인력이 우선 취업할 경우, 이들은 일정기간 일하다가 승진이나 전직 등 자신의 경력개발을 위하여 새로운 지식ㆍ기술을 습득하고 자격을 취득할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전문대학은 이들의 재교육 훈련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취업보다 바로 진학을 통해 높은 수준의 기술 습득을 원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전문대학에서 그들이 원하고 기업이 인정하는 직업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이는 전문대학의 교육이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 재직근로자의 재교육훈련기회 제공 차원에서 그리고 전문계고 교육과의 연계 차원에서 내용, 유형, 또는 방식 면에서 다양화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재직근로자 재교육훈련의 경우, 우선 내용면에서는 상위 직급 업무 수행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 또는 현 직무 수행이나 전직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 유형도 근로자의 교육 수요 특성에 따라 학위과정, 자격과정, 신기술교육과정 등으로 다양화하고, 교육 제공 방식도 주말과정, 야간과정, 출석 수업, 인터넷 통신 수업, 또는 양자의 혼합 방식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 근로자에게 경력개발을 위한 계속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줄어드는 입학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전문계고 교육과의 연계 차원에서는 전문계고 졸업생들이 이수한 교육과정의 단절이나 중복없이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고급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ㆍ운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재는 일반계고 출신자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어 이미 상당 수준의 기술을 습득한 전문계고 출신 학생에 대한 교육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전문계고 교육과의 연계뿐만 아니라 전문대학 교육 후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도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에는 4년제 대학 교육에 필요한 전공이론, 교양, 외국어 교육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기술직ㆍ전문가 양성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이 상기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계와의 긴밀한 연계ㆍ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개별 교수ㆍ학과와 개별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산학협력을 대학 또는 전공대표기구와 산업별협의체간의 협력으로 그 수준과 폭을 확대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 경영자와 교수의 직업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 기업 경영자의 중장기 기업수익을 겨냥한 투자 의식, 그리고 정부의 변화 촉진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인식이 요구된다. 이 삼자의 협력을 통한 ‘다음 세대와 함께 가는 직업교육’의 실현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