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돈 되는 것만 골라 집중투자해야 성공”
[사람과 생각] “돈 되는 것만 골라 집중투자해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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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한양대 산학협력단장

“대학은 교수에게 '수퍼맨'이 되라고 요구해선 안 됩니다. 교수는 연구도 잘해야 하고, 특허도 많이 내야 한다고 강요당하는데, 특허출원 과정은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교수는 연구만 잘하면 되고, 업무는 변리사들이 맡으면 됩니다. 바로 여기서 ‘발명가 인터뷰 제도’가 나오게 됐습니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이달 초 ‘기술이전·사업화 우수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대학선도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 기술이전 전담조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8개 대학 중 1위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발표 사례는 ‘발명자 인터뷰 제도’로, 대학 내 신고기술에 대해 발명자와 교내외 전문가가 토론을 통해 발명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무분별한 특허출원은 대폭 줄었고, 오히려 수익은 늘었다.
 

산학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박재근 단장은 3년 전 발명가 인터뷰 제도를 고안한 동기에 대해 “숫자만 채우는 특허는 필요가 없어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교수가 특허를 내겠다고 할 경우 대학이 모든 경비를 내고 소유권을 가져가도록 돼 있는데, 이 구조가 바로 수익성 낮은 특허를 남발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특허 건수만 따지니 교수들은 실적을 위해 특허출원을 남발하게 되고, 수익성이 낮은 특허를 내는 데 많은 경비가 소모된다. 특허를 낸 이후에도 막대한 관리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박 단장은 말했다.
 

“특허는 CLAIM(권리청구) 범위가 되도록 넓어야 하는데 특허출원을 부실하게 하니 이 범위가 좁고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질적으로 높은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인터뷰 제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발명가 인터뷰 제도는 두 페이지에 해당하는 ‘발명 신고서’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허를 출원하길 원하는 교수가 아이디어의 핵심을 적어서 산학협력단에 가져오면, 아이디어가 이미 특허로 나왔는지 변리사 3명(IT·BT·NT 분야 각 1명)과 기술거래가치사가 선행조사를 한다.
 

“예를 들어 여기 보이는 컵에 대해 교수님이 발명 신고서를 써 오면, 변리사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행조사로 필터링을 합니다. 그리고 해당 특허가 존재할 경우 ‘이런 모양의 컵은 이미 나왔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교수는 다시 한번 보완을 하게 되죠. 발명특허도 있지만 계량특허도 있고, 여러 특허를 모아 패키지(묶음) 형태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꼭 거쳐야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교수가 아니라 산학협력단에서 해 주고 있어요.”
 

선행조사 이후 교수가 이를 보완하면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된다. 인터뷰는 매주 1~3회 정도 진행되는데, 교수를 비롯해 변리사와 변리사가 속한 회사 직원, 대학의 기술가치거래사, 산업은행 직원이 참여한다. 이 과정이 바로 인터뷰 제도의 핵심으로, 박 단장은 이를 ‘원샷’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다 모여서 한 번에 해 버리는 겁니다. 해당 전문가들이 정해진 날짜에 모두 모여 한 번에 논의를 하게 되면 아이디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바로 나오게 됩니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아이디어는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모습을 띄게 된다. 원천기술이 될 수 있는지, 더 보강해 키울 필요가 있는지, 중단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몇몇 아이디어의 경우 ‘심화 인터뷰’를 진행한다. 상당한 가치가 있는 원천기술 등 ‘강한’ 아이디어들이 해당되는데, 1년에 20건 정도다.
 

“심화 인터뷰는 변리사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한 번 더 점검한 후 교수를 직접 찾아가 ‘이런 것들을 보강하면 좋겠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얻어낸 기술은 그야말로 ‘돈 되는’ 것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해외출원까지 진행되는 경우죠.”

한양대의 발명신고는 이런 과정을 거쳐 S·A·B·C·D등급으로 나뉘는데, S·A급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년간 인터뷰 제도를 거쳐 반도체·기체분리막·2차전지·디스플레이·오메가3진단기술·잡음제거기술 등 굵직한 것들이 발굴됐다. 1년에 개런티만 수억원에 달하는 기술들이다.
 

“탄소분리 기술은 에어프로덕트라는 회사에 이전했습니다. 러닝 개런티 3%를 받는데, 매년 수억원이 들어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니 무분별한 특허출원은 줄었다. 경비는 크게 절약된 반면 강한 아이디어, 돈 되는 아이디어들은 부각됐다.

한양대의 경우 2005년 186건, 2006년 325건, 2007년 458건으로 매년 특허출원이 대폭 뛰었는데, 발명자 인터뷰 제도가 시작된 2008년은 471건, 2009년은 472건으로 적정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박 단장은 이를 두고 “선택과 집중”이라고 했다. ‘기술이 몇 개냐’가 아닌, ‘돈이 되느냐’를 선택하고 집중투자할 것. 박 단장은 이와 관련해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한 창업보육센터가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수는 기술을 연구하고, 운영은 전문가가 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이 성장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안 될 때는 과감하게 접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냉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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