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박성태 발행인

김성진 한경대 총장은 꾸미지 않고 말했다. “학생 취업을 위해 모든 인맥을 동원했다. 학과 간 경쟁도 불사했다. 취업률 20% 상승, 이렇게 만들었다.”

화려한 수식어는 없었다. 그 흔한 취업 프로그램 소개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심이 묻어나고, 의지가 엿보였다. 취임 후 1년 반 동안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 취업률 상승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지난 19일 총장실에서 점퍼 차림의 김 총장을 만났다. 겉보다는 속을 중시하는 게 그의 스타일인 듯했다. 김 총장은 “보통 점퍼 차림으로 편하게 입고 있다. 오늘은 인터뷰가 있어 특별히 넥타이를 맸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 자식, 내 동생이라 생각하면 방관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의 귀한 자녀 6000~7000명을 데려다 등록금 받고 졸업장만 주는 게 대학의 역할은 아니다. 자격증 하나라도 손에 쥐어주고 사람답게 내보내야 한다. 내 아들, 내 동생이라 생각하면 취직시킬 수 있다.”

한경대가 올해 취업률을 지난해보다 20%나 끌어올린 비결이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 통계에서 취업률 69.8%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취업률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로 산출해 대부분 대학의 취업률이 하락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 다른 대학들은 취업률이 하락했는데 한경대는 20%나 올랐다
“이번 취업률 향상에는 교수들의 노력이 컸다. 총장 취임 후 매월 취업 관련 학과장 회의를 열어 취업 동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취업 상담사도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취업 캠프를 통해 학생들의 눈높이를 현실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학과 간 경쟁도 붙였다. 교수들은 학과 정원 뺏기는 걸 가장 싫어한다. 취업률 하위 5% 학과 정원을 줄여 상위 5% 학과에 주겠다고 단언했다. 그러자 교수들이 모두 나서 동문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취업을 많이 시켰다. 실제로 취업률이 20%나 상승한 것은 이 덕분이다.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생각이다.”

- 일반대 전환을 앞두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 대학의 현실을 봐야 한다. 과거에 비해 산업대만의 특수성이 거의 사라졌다. 산학협력이 잘되고 현장 위주의 수업이 가능한 게 산업대의 강점이었으나 일반대에도 이 같은 내용이 확산되면서 산업대와 일반대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더욱이 산업대는 대학원도 없고 연구에 필요한 석·박사 양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대와의 공개경쟁에서 지는 건 당연하다. 기업체도 산업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기업체 부설대학이나 전문대학 정도로 생각해 학생들이 서류 통과도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산업대 정체성을 유지하고 산학협력 특성화로 가는 게 실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 대부분은 일반대 전환이 숙원이다. 총장으로서 구성원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일반대 전환은 현실과의 타협인 셈이다.”

- 그럼 일반대 전환은 어디까지 진행이 됐나
“일반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4개 대학이 동시에 신청서를 내 교과부 심사를 받았다. 공직에 오래 있어 알지만 정부가 평가 심사를 나와 ‘잘했다’는 말은 잘 안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가 심사 자리에서 그 얘기를 들었다. 기획처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준비를 잘해 준 덕분이었다. 대표적인 게 29개 학과를 유사 학문끼리 묶어 24개로 융합한 것이다. 또한 목표하는 졸업생 유형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학과별 목표 △교과목 선정 △맞춤형 교육에 대한 계획서를 만들었는데 이 부분에서 교과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 철도대학과의 통합 문제는 어떻게 됐나
“한경대는 뒤로 밀렸다. 현재 1순위는 충주대다. 철도대학이 속한 국토해양부는 철도가 미래 유망 분야로 KAIST·서울대와의 통합을 통해 제대로 키우고 싶은 바람도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는 경인교대와의 통합을 시작으로 경기도 내 4개 대학(경인교대·한국재활복지대학·철도대학·한경대)이 통합해 경기도국립종합대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레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 교명 변경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안다
“현재로선 ‘경기과학기술대’가 가장 유력하다. 지난 2008년 ‘경기국립대’로 교명 변경을 추진했으나 경기대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소해 포기했다. 지금은 경기과학기술대로 가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많다. 산업대들이 ‘과학기술대’를 붙여 교명을 변경하고 있는 점을 참고했다. 서울산업대는 서울과학기술대로, 진주산업대도 경남과학기술대로 이름을 바꾸지 않았나. 교명 변경은 2012년 일반대 전환에 발맞춰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 김성진 총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오른쪽)

- 지난해 ‘경기 막걸리 세계화 사업단’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는데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된 ‘참살이탁주’가 막걸리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이를 인정받아 사업단에 선정됐다. ‘경기 막걸리 세계화 사업단’은 경기도 쌀로 만든 고품격 막걸리를 세계화하기 위해 경기도 내 지자체·생산업체·대학이 손잡은 협력 사업단이다. 사업단 선정으로 3년간 50억원을 지원받아 경기도 막걸리 개발·생산에 참여하게 됐다. 특히 한경대는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막걸리 기술의 상품화·세계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 국제화가 화두다. 국제화에 대한 투자는 얼마나 하고 있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올해 2학기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국제협력대학원을 신설하고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원을 시작했다. 지난 8월 아시아·아프리카 등 14개 개도국의 농업 담당 공무원 20명을 초청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국제화의 시발점으로 삼아 지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국제협력대학원에는 외국인 교수 채용을 늘리고,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장학금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교수들의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학생들은 한경대보다 더 좋은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려 하기 때문이다. 몽골·베트남·필리핀 등 개도국 학생들을 석·박사과정으로 영입, 이들을 전폭 지원해 교수들과 연구도 함께할 수 있는 인력으로 키울 생각이다. 그 패턴이 3~4년간 잘 이뤄지면 국내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

- 남은 임기 동안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나 포부는
“교육이 사람을 만든다. 교육이 잘돼야 사람이 크고 나라가 발전한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람 때문이고 그 밑바탕엔 교육이 있었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교육’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기성세대가 자랄 때의 여건과 지금의 여건은 다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키우려면 그 시대의 여건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한경대 학생들을 그렇게 길러내고 싶다.”

정리 : 송아영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 김성진 총장은‥·

김성진 총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 제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 행정관리담당관·북방경제3과장, 교통체신예산담당관, 재정경제원 간접자본예산1과장·예산정책과장·예산총괄과장, 예산청 사회예산국장,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심의관·산업심의관, 주KEDO사무국 재정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 비서실 정책수석실 정책관리비서관·산업정책비서관을 거쳐 제8대 중소기업청장과 제14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3월 한경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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