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아 의원 ‘약대 학제개편을 위한 대토론회’ 개최

약학대학 학제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약학계·이공계 교수 사회에서 논의되던 이슈가 국회 교과위 소속 박영아 의원의 주최로 국회에서 논의됐다. 내년 본격 시행되는 2+4학제를 6년제로 개편하자는 게 논의의 골자다.

석영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약학대학 학제개편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 약대 2+4학제가 이공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석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약대에 편입하기 위해 1학년 때부터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대비 사교육에 몰릴 것”이라며 “앞으로 자연과학대학과 공과대학의 몇몇 학과의 교정에는 3~4학년뿐만 아니라 학부생 자체를 만나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의·치의학교육 입문검사(MEET·DEET)로 인해 이공계 학부 교육이 위기를 겪은 경험에 따른 것이다.

석 교수는 “생명과학부나 화학부의 전공과목의 경우 MEET·DEET와 관계가 적은 교과목의 경우 적은 수의 학생만이 수강하고 있다”며 “여러 동료 교수들이 이런 파행적인 교육현실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초부터 본격시행 될 약대 2+4학제는 벌써부터 이공계 학부 교육의 파행을 가져올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부 4학년 졸업 후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MEET·DEET을 대비하는 3~4학년생이 많았다. 약대의 경우 학부 2년을 마치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입생 때부터 시험 대비를 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치전원보다 이공계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석 교수는 지난해 2학기 대한화학회가 서울대 등 전국 주요 16개 대학 화학계열 1·2학년 학생 1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소개했다. 약대에 대한 관심도를 물어본 조사에서 2학년생 14% 정도가 “약대 진학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석 교수는 “자연과학대학은 연구를 통해 약학을 비롯한 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원천 지식을 제공, 국가경쟁력을 고취시키는데 이바지 하고 있다”며 “MEET·DEET·PEET로 인해 가속화된 이공계 이탈현상이 국가 차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토론시간에도 약대 학제개편 필요성이 패널들에 의해 제시됐다. 장중순 아주대 공대학장은 “약대 2+4학제가 응용화학·생명공학·화학공학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거 이곳의 학생 절반이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는데, 여기에 약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보태어질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약대를 통 6년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학교육을 위해서도 학제개편이 필요하단 의견이 있었다.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는 “약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제를 개편했는데, 오히려 2+4학제에선 기존 4년에 걸쳐 배우던 것을 2년 만에 마쳐야 하는 부담감이 생겼다”며 “처음부터 약대 신입생을 받아 2년을 예과형태로 가져간 뒤 이후 4년간 전공교육을 시켜야 약대 학제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공계 출신의 직업적 안정성의 문제이지 학제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신좌섭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치학전문대학원이나 약대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교육열 △계층상승욕구 △이공계의 직업적 불안정성 등이 이유”라며 “특히 이공계 출신의 직업적 불안정성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는데 이를 학제개편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지원으로 직업적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란 주장이다.

교과부도 약대 학제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향욱 대학지원과장은 “아직 약대 학제개편에 대한 정부 방침을 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그간 학제개편 논의 요구가 있었고, 그 요구 자체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는 약대 학제개편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의약학계·이공계·산업계·학부모단체 등으로 관련 위원회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토론회는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렸으며 전인구 동덕여대 약대 교수, 석영대 서울대 자연대 교수의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패널로는 △장중순 아주대 공대학장 △정두수 서울대 자연대 교수 △하경자 부산대 자연대 교수 △신좌섭 서울대 의대 교수 △정세영 경희대 약대 교수 △나향욱 교과부 대학지원과장 등이 참석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