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한 숭실대의 힘찬 전진이 시작됐다. 이달 초 취임한 이효계 총장은 ‘숭실이 가야할 길은 오직 정상을 향한 길’이라며 정상을 향한 기치를 높이 세웠다. 지난 1961년 행정고시(13회)에 합격한 뒤 전라남도지사, 내무부차관, 한국토지공사사장, 농림부장관 등 주요 공직을 역임한 이 총장은 “40년 공직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주의적 민족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발로 뛰는 CEO형 총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행정가로서 오래 동안 공직생활을 하다 이번에 대학 총장이 됐다. 먼저 소감을 말한다면.

“공직 생활 동안 4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역사의 고비마다 현장에 있었다. 대학 총장직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많이 생소했고 책임감도 무겁게 느꼈다. 하지만 대학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남대 행정대학원에서 3년 간 정책학, 행정법 연습 등을 강의했고 한양대 도시대학원에서도 1년 간 지역사회개발론, 건설경영론 등을 가르쳤다.”

-한편으로는 행정인 출신 총장으로서 본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텐데.

“장관 출신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교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이후는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행정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내가 권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이다. 숭실대와 숭실인을 섬기며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불필요하게 집중된 총장의 권한을 분산해 유관 부서에 위임함으로써 자율성이 보장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외부인사 출신으로 총장인 된 만큼 학내·외에서는 앞으로 강력한 대학 개혁 정책 드라이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숭실대는 과거 10위권 내에 있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현재 순위가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세계화의 추세, 학생수의 감소, 대학 간 통·폐합 등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대학 개혁은 ‘Back to the basic', 즉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원칙에 맞춰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본은 기독교 정신이자 건학이념인 진리와 봉사다. 진리와 봉사를 바탕으로 교수는 오로지 학생의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고, 학생은 학업에만 몰두하고, 교직원은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각자가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 것이다. 바로 이 때 숭실이란 이름은 옛 명성만 기억되는 이름이 아닌 자랑스러운 깃발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금 대학들은 정원감축, 교수충원, 통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조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구조개혁에 대한 계획은 어떤가.

“지금도 일부 대학이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은 대학이 정원 미달사태를 겪을 것이다. 정원 미달은 대학의 재정난을 야기한다. 이로 인해 우수 교수 이탈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학생들의 수준 저하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학생들의 수준 저하는 취업률 하락으로 이어지며 결국 학교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대학들의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구조 개혁의 시작은 대학의 본질인 교육을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 교육체제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이제 대학은 특성을 갖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총장께서도 숭실대의 특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실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자율경쟁을 통한 특성화를 추진할 것이다. 각 학부와 학과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성화 정책의 목표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학과는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최초로 설립돼 현재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빌게이츠 재단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사회사업학과와 대학원을 통합해 사회복지대학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특성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숭실의 정신을 사회와 세계에 구현하는 기관으로서 로스쿨을 유치하고 관학 연구단지 및 복지시설을 학교 부지 활용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다. 사회복지분야, 정보 분야, 중기 분야를 위해서는 산학-관학협동을 통한 맞춤식 교육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다.”

-대학이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 상당한데.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외협력업무 담당직을 대외담당 부총장으로 격상시켰다. 교류협력협약을 맺고 있는 세계 60여개 대학과 교수 및 학생 교류를 활성화하고 학점교류 정책을 발전시키는 등 새롭고 발전된 관계 수립을 통해 대학의 세계화를 이루어 가겠다는 뜻에서다.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은.

"대학경쟁력은 우수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외부 장학금 유치, 우수학생과 동문 간에 1대1 장학프로그램 구축, 기업과 연계한 맞춤식 장학제도 도입 등을 통해 질 높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우수인재 유치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또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 강화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어, 불어 중 한 언어는 반드시 숙지토록 할 것이며 미국의 NGO에 의뢰, 봉사와 영어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대학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역량 강화와 교육의 질적 향상과 걸음을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교수 1인당 평균학생수를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끌어내려 교수의 부담을 덜고 최선의 면학분위기를 이끌어 내겠다. 아울러 산학·관학협동연구를 촉진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적극 모색할 것이다. 우수교수인력을 확보해 기존 우수한 교수들과 함께 이 학교에 마음을 쏟아 평생을 연구에 매진하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우수교수인력과 우수학생 확보, 그리고 그들의 연구와 학업 환경을 보장하는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환경개선사업, 로스쿨 유치, 구조개혁 등 산적한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중요할 텐데.

“대외부총장직을 신설한 것은 재정확보를 위한 활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발로 뛰는 총장이 돼 지금까지 정계, 재계, 관계, 교계 등에서 형성했던 인적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또 동문, 재단, 학부모들의 힘도 최대한 모으고 특히 모래알 같이 흩어져 있는 수많은 외국 동문들을 하나로 뭉치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장학기금재단을 설립하는 등 재정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각오다.”

-마지막으로 교육 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학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자율경쟁체제를 위한 여건을 교육부가 조성했으면 좋겠다. 즉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대학들에게는 자율권을 줬으면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학생선발자율권도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대학에 일임했으면 한다. 또 현재 대교협 대학평가는 불합리한 것들이 많으니 개선이 요구된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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