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원주대-‘명품 인재 육성 프로젝트’

강릉원주대(총장 한송)에 ‘영어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명품 인재 육성 프로젝트’ 덕분이다. 영어 공부 환경이 열악한 지방대학이 진행하는 영어 몰입교육은 1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신입생 대상으로 추진했던 프로그램에 대해 재학생들의 동참 요청이 이어졌고, 2학기에는 결국 재학생 전원으로 확대되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어열풍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강릉원주대를 찾았다.



■직접 보니 열기 ‘뜨거워’=지난 3월 말경 문을 연 영어 몰입교육 전용 공간 ‘Global e-Zone(이하 글로벌이존)’은 기숙사 옆에 위치한 단독 건물이다. 기숙사 식당이었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공부하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해 본 글로벌이존에서는 활기가 느껴졌다. 건물 내부에는 10명의 원어민 강사를 위한 개인 강사실을 비롯해 런던·뉴욕 등 주요 도시 이름을 딴 십여 개의 강의실이 있었다. 강의실 정원은 12명으로, 들여다보니 구석구석 세심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자·칠판·빔프로젝터 등 강의실 안 각종 기자재는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박준성 기획평가과장은 이에 대해 “실력 있고 열성적인 강사, 즐거운 분위기에서 공부하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벽지 하나하나, 의자 하나하나까지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것들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이존에 있는 학생 대부분이 스스럼없이 외국인 강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신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대형 스크린이 걸린 방에는 외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복도에는 영어잡지·책·스포츠·시트콤 등을 다루는 클럽 소개 안내문이 걸려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수업 받고 싶은 강사의 이름 밑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한 ‘Special Activity’ 시간표도 눈길을 끌었다. 각종 영어 공부법과 시각 자료를 비롯, 대학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입상해 여름방학 동안 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의 수기도 복도마다 붙어 있었다.

한쪽에는 강사진의 사진과 개인 이력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 종이들이 빽빽했다. 글로벌이존에서 만난 한 학생은 “강사진의 국적이 모두 다르고 이력도 다양하다”면서 “발음이나 악센트가 모두 달라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사의 방문이 열려 있었는데, 잠시 후 한 학생이 노크를 한 후 들어갔다. 옆에 있던 학생이 “일대일 수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둘러보며 “모두 즐거워 보인다”고 하자 “일주일만 생활해 보면 여기가 얼마나 재밌는 곳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글로벌이존서 실력 키워=강릉원주대는 글로벌이존을 왜 만들었을까. 영어 몰입교육을 제안한 박준성 기획평가과장은 “일부 학생들이 방학이면 서울로 올라가 고시원에서 숙식하며 영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래서야 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고안한 게 바로 영어 몰입교육”이라고 밝혔다.

현재 원어민 강사는 강릉캠퍼스에 10명, 원주캠퍼스에 3명이 있다.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 몰입교육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정규수업은 수준에 맞는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12명 이내 소수 정예로 매일 원어민 강사와 1시간씩 영어회화 수업이 진행된다. 매일 이뤄지는 수업이니 만큼 출석이 중요한데, 18회 이상 결석 시 무조건 F학점을 받게 된다.

비정규 수업은 횟수 제한이 없지만, 최소 일주일에 1회 이상 참여해야 한다. 학생이 주제를 준비해 강사와 대화하는 ‘1:1 Free Talking’과 실생활에 유용한 표현을 롤 플레이를 통해 배우는 ‘English Cafe’, 시트콤 시청, 음악감상, 스포츠 활동 등 ‘Special Activity’로 구성됐다. 비정규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원하면 언제든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학기 종료 후 성적이 좋거나 실력이 크게 향상된 우수학생 10명을 선발해 방학 중 4주 동안 해외 어학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인센티브가 학생들이 좀 더 열심히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1년 동안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자 다른 대학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박 과장은 “다른 지방대학도 우리 대학과 실정이 비슷하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인지,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벤치마킹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만나보니...“영어 실력 많이 늘어”
김미희·김미정씨 “일찍 시작했으면...” 아쉬움도


글로벌이존에서 만난 김미희(전자공학 4·사진 왼쪽)·김미정(관광경영학과 4·사진 오른쪽)씨는 강릉원주대의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두 학생은 “지금까지 영어 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영어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정씨의 경우, 2학기에 했던 영어 글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내년 1월 필리핀 어학연수를 가게 됐다. 김씨는 “강릉시내에 회화학원이 1개밖에 없는데, 대학에서 운영하는 원어민 회화 프로그램은 수준이 높고 다양한 데다가 비용이 안 들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면서 “지난 1학기 신입생만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화를 걸어 ‘재학생도 하게 해 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스페셜 액티비티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2학기에 100시간 이상 들었다”고 말한 김씨는 “재밌게 영어공부를 해서 그런지 실력이 매우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인사나 겨우 할 정도였는데, 토익은 물론 회화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미희씨는 “무엇보다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외국어 학습에 대한 동기가 생긴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액티비티를 담당하는 캐나다 원어민 강사가 캐나다 이야기를 자주 들려줬는데, 결국 이번 방학 중 캐나다 워킹홀리데이까지 가게 됐다. 김씨는 “영어 몰입교육 프로그램이 인기가 좋아 동기 중에는 졸업을 유예한 학생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두 학생 모두 4학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게 됐다. 두 학생은 이에 대해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두려워하는 ‘영어 벽’ 넘은 게 성과”
[인터뷰]지성표 기획협력처장

“처음 시작할 때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그렇지만 신입생을 대상으로 시작하자마자 재학생들이 ‘우리도 하고 싶다’고 하더라. 결국 재학생들도 참여하게 됐고, 요즘은 직원들도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지성표 기획협력처장은 1년 동안 운영한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처럼 학원 다닐 곳이 마땅치 않은 지방의 현실을 고려해 만들었다. 영어 공부에 관심이 있더라도 대학 외에는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그렇지만 대학 일부 부처에서 600명 규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결국 유명 학원의 커리큘럼과 노하우를 그대로 아웃소싱하는 방안이 나왔다.

“대학생들이 왜 대학 수업 외에 영어학원을 다니겠는가. 학교에서 못 해 주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교양영어 등을 통해 수업 하지만 사실상 학생 수가 30명이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10여 명으로 인원을 줄이면 수업시수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용이 들더라도 아웃소싱을 했다. 검증된 업체 중 ‘벌리츠(Berlitz)’라는 곳을 택했다.”

업체 선정에서는 대학이 원하는 영어학습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폈다. 말하기 중심의 수업을 통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고, 영어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능력 등을 점검했다.

1년이 지나자 대학 곳곳에서 나왔던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특히 다양한 비정규 프로그램은 영어 몰입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평가다.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상당했다. ‘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다음 학기에도 수강하고 싶다’는 응답이 모든 학년에서 90%를 상회했다. 지 기획협력처장은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방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성공의 체험이 적은 학생들이다. 성적이 특별히 좋지도 않았고, 잘할 수 있음에도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은 작은 성공을 경험해 보고 큰 성공에 도전해야 한다. ‘영어’라는 벽을 한 번 허물어 보면 어떨까. 그거야말로 큰 성과라고 본다. 즐거운 프로그램을 제공해 외국인 공포증을 깨고, 대학생활을 긍정적으로 하고 나아가 미래 설계 역시 할 수 있다면, 이런 성공체험을 계기로 삼아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