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20% ‘성장가능성’으로 합격… 입학사정관제 눈길

포스텍(총장 백성기)에 축구선수를 꿈꾸던 학생과 기말고사에서 0점을 받은 학생이 나란히 합격해 화제다.

서울 출신 L군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중학교 때까지 축구에만 전념해왔다. 그러나 고교 축구부 입단 테스트를 받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실력차가 큰 탓이었다. 실망감이 어깨를 눌렀지만 L군은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몰두했다. 운동부 생활을 하느라 300명 중 꼴찌에 가까웠던 성적은 최상위권까지 올라왔다.

울산 출신 K양은 한순간의 부주의가 발목을 잡았다. 고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자신 있게 시험을 치르던 K양의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 시험시간에 휴대전화를 갖고 있을 경우 징계하는 교칙에 따라 K양은 시험 성적에 관계없이 0점 처리됐다. 수학과 과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그는 그 0점 하나로 생물 과목 내신 등급이 8등급으로 추락했다.

이들은 모두 포스텍이 16일 발표한 2011학년도 입시 최종 합격자 298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원의 18.1%인 54명이 ‘성장 가능성’에 의해 합격했다. 일반적으로는 포스텍 합격이 어려운 수험생들이 잠재력을 중시하는 포스텍 입학사정관제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

포스텍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등 2단계로 치러진 이번 입시에서 성장 가능성과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여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의 학습·생활 태도와 가정 형편, 고교 사정 등이 세세하게 기록된 교사 추천서도 주요 평가 요소로 감안됐다.

특히 성장 가능성에 의한 합격자 비율은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시행한 지난해에 비해 약 8%나 올라갔다. 교육 소외계층 중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모아 연 2회 실시하는 ‘잠재력 개발과정’ 참가자 중에서도 지원자 중 50%가 넘는 27명이 합격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대학 측에 따르면 이번 입시에서는 190개 고교에서 합격자를 배출할 만큼 다양한 출신 고교 분포를 보였다. 인천고·혜광고·동지고·부산 용인고(이상 4명), 함월고·인천남고·학성여고·부산 동성고·인천 대건고(이상 3명) 등 9개 고교는 일부 과학고보다도 많은 합격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김무환 포스텍 입학처장은 “잠재력을 인정받아 합격한 학생이 지난 입시보다 대폭 늘어나 전체 18.1%를 차지했고, 과학고보다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일반고 역시 늘어났다”며 “포스텍의 입시 키워드가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대기만성’임이 확인됐다.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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