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직선제 사상 ‘첫 연임’ 서거석 총장 20일 취임

전북대(총장 서거석)는 국립대로는 드물게 ‘빠르게 변화하는 대학’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6년 말 취임한 서거석 총장이 떨어진 대학 위상을 되찾기 위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건 덕분이다. 서 총장은 교수가 먼저 변해야 함을 강조하며 교수 한 명, 한 명 만나 설득한 결과 대학 제도 전반을 뜯어고쳐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익산대학과의 통합 성공, 법학전문대학원 유치, 연구비 수주액 1천억 원 돌파 등 굵직굵직한 결과물들이 재임 기간 동안 쏟아졌다. 서 총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총장 직선제 도입 후 전북대 역사상 첫 연임에 성공했다. 기어도 바꿔넣을 요량이다. 20일 열리는 취임식은 교수사회 개혁에 기반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길러내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공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 교수 연구경쟁력 강화 집중 ‘SCI 논문 증가율 1위’ = 전북대의 지난 4년은 교수 연구경쟁력 강화로 요약된다. 서거석 총장이 연구경쟁력이 대학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숨가쁘게 달렸다. 교수들의 승진 요건은 두 배 이상 높아졌고 재임용 횟수도 한 번으로 제한했다. 정년 보장 교수들 역시 의무적으로 논문을 쓰도록 했다.

‘네이처’·‘사이언스’·‘셀’지 등 세계 3대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면 1억 원까지 지원하는 파격적 인센티브로 눈길을 끌었다. 강의 시수를 줄여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제도를 마련하자 성과가 나타났다. 최희욱 교수(화학)의 논문이 ‘네이처’지에 2년 연속 게재되는 등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고온플라즈마연구센터, LED융합기술지원센터, 인수(人獸)공통전염병연구소, IT융합농기계육성사업단 등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도 잇따라 선정됐다. 자연스레 연구비 수주액이 늘어났다. 지난해 지역 대학 최초로 연구비 1천억 원 시대를 여는가 하면 정부 재정지원사업 증가율에서도 지역거점국립대 중 1위를 차지했다.

■ 각종 대외평가서 눈에 띄는 발전상 “높아진 위상” = 전북대의 발전상은 각종 수치로 환산되는 대외 평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QS 아시아대학평가에서 국내 10위권을 기록했고, 아시아에서도 10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위권 진입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은 호남·충청권 대학 1위, 지역 대학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간 평판도 중심의 평가로 비교적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올해 10계단이나 상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주목할 대학’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뒤따랐다. 전북대가 받아든 종합 순위 22위는 지역거점국립대 중 경북대(18위)와 부산대(20위)에 이어 3번째로, 전북대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추월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탄탄한 학과 경쟁력은 큰 힘이다. 전북대는 연구 실적과 외부 연구비 수주 등에 따라 전국 대학 학과들을 평가한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수학교육과·목재응용과학과를 비롯해 총 24개 학과가 톱10에 들었다. 서 총장이 ‘세계 100대 대학’을 주창하며 2010년까지 설정한 20개 분야 국내 10위권 진입이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 앞으로 4년은 학생 교육·취업경쟁력 제고에 ‘올인’ = 지난 4년 동안 교수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썼다면 앞으로의 4년은 학생들의 교육경쟁력을 올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서 총장은 지난 9월 15일 총장 후보자 추천선거에서 1순위 추천자에 당선된 뒤 그동안 높아진 교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학생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우선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교양교육원을 확대·개편해 기초교육원을 설치한다. 또한 교수학습개발센터 역량 강화로 ‘잘 가르치고 창의적으로 배우는 대학’ 환경을 만들고, 융합·통섭 교육 기반 마련과 리더십훈련센터 설립으로 창조적 인재 육성에 포커스를 맞춘다. 대학원생을 위한 학·석사 통합과정 확대 등 전문인력 양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교육 여건이 마련되면 취업 지원 확대에 나선다. 노동부 우수사례로 선정된 ‘평생지도교수제’와 ‘큰사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평생지도교수제는 입학에서 졸업까지 대학 생활 전반을 비롯해 취업 문제까지 담당하는 교수-학생 상담 시스템. 큰사람 프로젝트는 학년별로 경력을 쌓아 자신만의 ‘스펙’을 갖출 수 있게 하는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이다.

한국적·글로벌 요소 조화 이룬 대학으로

연임에 성공한 서 총장이 내건 전북대의 비전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가장 한국적인 글로벌 명문대’로의 발전이다.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한국적’이란 단어와 ‘글로벌’이란 수식어가 함께 자리했다. 글로벌화에 우리 고유의 색깔을 덧입히는 노력이 가미된다.

이는 전통문화의 중심 도시 전주에 위치한 전북대의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것이다. 대학 외양은 물론 학문 분야에서도 한국학, 전북학 분야를 특화시킨다는 복안이다. 한옥·한식·한국음악·한국무용 등 전주시가 내세우고 있는 ‘한(韓)스타일’ 관련 분야 육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지역 대학은 지역과 함께 가야 한다는 고민이 담겼다.

이를 위해 한국적 정취를 담아 대학 정문을 한옥 양식으로 리모델링하고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한스타일 컨퍼런스룸, 전통 한국정원 등을 조성해나갈 예정이다.

교양 필수과목인 판소리·단소 강좌는 이미 전북대의 명물이 됐다. 소리의 고장 전주에 자리잡은 전북대 학생이라면 판소리 한 자락이나 단소 한 소절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기조를 이어받아 학생 교육에서도 전통문화 체험 강좌 확대와 함께 전통문화 1인 1기 교육을 시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시스템 완비, 이제 학생들이 날아오를 때”
[인터뷰]서거석 전북대 총장

“비유하자면 전북대는 막 이륙하려는 비행기다. 목적지까지 잘 날아갈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좋은 연료를 제공하는 게 앞으로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20일 취임식을 갖고 새로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서거석 총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 4년 동안 교수들의 연구 역량 제고와 재청 확충, 연구소 유치 등 내실을 다지고 발전 기반을 닦아온 만큼 앞으로의 4년은 학생 교육에 힘써 대학의 역할을 완성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그간 전북대는 연구와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제도를 정비해 전국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아왔다”며 “앞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둬 취업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 총장은 “앞으로의 4년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대학 발전 구상을 완성해 글로벌 명문의 위상을 갖춰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세계 속으로 웅비하는 전북대를 만들어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쏟아 붓겠다. 4년 후 총장직을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가는 날 참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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