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중흥’의 과업을 안고 서강대 최초의 비신부 출신 총장으로 취임한 손병두 총장. 재계 리더에서 대학 총장이 된 지도 한달이 넘었다. 성공한 재계 리더로 유명한 만큼 대학 총장에 대한 기대 역시 그 누구보다 컸던 터라 손 총장은 지난 한 달 간 긴장과 설렘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냈다. 재임 기간 중 무보수와 1천억원 이상의 발전기금 모금을 공언해 취임 초부터 화제가 됐던 손 총장. 벌써부터 각계의 발전기금이 이어지고 있어 손 총장이 열어가는 세계의 명문 서강 프로젝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소감을 말한다면.

“서강대에는 우수한 교수와 학생, 직원들이 많아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지금은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협조적이다. 실례로 직원노조는 임단협을 무교섭으로 총장에게 일임했다. 이는 아마도 대학에서 처음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최근 여교수협의회는 나눔터를 통해 얻은 수익 2천5백만원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 같은 구성원들의 협조적인 분위기가 내게는 큰 힘이 되며 서강대는 앞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예수회라는 종교적 제한 때문에 총장으로서의 역할에 어려움은 없는가.

“60년대 사회가 한창 혼란스러울 때 예수회 이념에 입각한 학교가 설립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서강대는 대학 경영의 전형적인 모델을 선보이면서 발전해왔다. 다만 금년에 그 명성이 후퇴하는 일들이 있었다. 대학에 와서 보니 결국 재단과의 관계가 핵심이다. 현재 예수회에서는 평신도 총장이 왔기 때문에 신부들이 할 때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비신부 총장이라는 실험이 성공적이지 못하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서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서강대 발전을 위한 총장으로서의 목표라면.

“사실 처음에는 총장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어찌 보면 운명처럼 총장이 됐다. 기도도 많이 하면서 결심한 뒤에는 봉사와 희생 정신으로 뛴다면 서강대의 옛 명성을 되찾고 학교를 발전시킬 수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 고대 같은 대규모 대학을 모델로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중소규모대학으로서 특성화하고 전문화 한다면 몇 개 분야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성장할 수 있다.”

-몇 개 분야라면 어떤 것들인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이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외부 평가로 본다면 매스컴, 경제학, 경영 분야 등이 경쟁력이 있다. 또 이공계 분야도 상당히 발전해 있는데 나노공학, 바이오융합 분야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은나노-제올라이트 섬유를 개발해 모 대학으로부터 파격적인 스카웃 제의를 받은 바 있는 윤경병 교수가 대표적이다.”

-1천억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고 했다. 사용계획이 궁금하다.

“다른 대학들이 투자를 하는 동안 서강대는 그렇지 못했다. 계획은 많았으나 구체적인 실천이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초창기에 기업들이 서강대 출신을 선호한 것은 서강대는 예수회 학교인 만큼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또 서강대 출신은 외국어 실력이 탁월했고 엄격한 학사관리에 의해 교육을 잘 받았다. 인품과 실력, 외국어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서강대 출신들은 자연히 기업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강대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이런 부분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구체적인 방안이라면.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인성교육원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한 독지가가 경기도 가평군 현리 소재의 부지 5만평을 기부했는데 이 곳에 인성교육원을 건립하려고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2~3백 억 원 정도다. 인성교육원에서는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배려심, 리더십, 팀웍 등을 집중 교육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체험을 통해 봉사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가평 꽃동네나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체에서 실습과 체험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 곳에서 인성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기업에 가게 되면 기업은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목표다. 국제화 부분은 서강대가 최고였다. 과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의실이 아닌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국제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2백억 원 정도를 들여 국제학사를 건립해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고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할 생각이다. 여기서 우리 학생들이 외국인 교수,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사용하고 외국문화도 체험하는 동안 영어 실력도 향상될 수 있다. 또 유럽, 영미, 제3세계 문화 등을 상호 논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급 호텔수준의 국제인문문화관을 2백억원 정도 들여 건립할 계획이다.”

-서강대는 질 중심의 대학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보는데.

“강소국이란 말이 있듯이 서강대는 강소대학이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이 우리와 비슷한 규모다. 대형 대학은 변화가 어렵지만 우리 같은 대학은 변화가 수월하다. 앞으로의 투자는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질 향상을 위한 것이다.”

-로스쿨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로스쿨 준비는.

“법대 정원을 1백명으로 증원했고 법대 교수 10명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다. 법대동문 후원회도 지난 해 결성됐으며 법학관도 건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강대가 로스쿨에 적당하지 않다고 보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학생 대비 사법고시 합격률로 보자면 서강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

이제 교육현안에 대해 말해보자. 먼저 3불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총장으로 온 뒤 3불정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대교협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지난 5월에 합의한 바에 따르면 기여입학제는 시기상조, 고교등급제는 불가, 본고사는 변별력 향상을 통한 학생선발 보완으로 돼 있다. 총장으로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정책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대교협이나 정부 등과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그렇다면 획일적인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재계에 있을 때 정부에 항상 자율성 확보와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이는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앞으로는 대학에 학생선발권 등 자율권을 많이 주는 쪽으로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최근에는 일본의 고등학교도 선발시험을 보완하는 등 세계가 경쟁력 있는 인재를 뽑는 추세로 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런 만큼 우리도 그 추세를 따를 것이다.”

-국내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단일 분야로 보면 세계 수준에 이르는 것도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구성원들의 자각과 열정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강대의 재정은 한정적인데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리딩그룹이 먼저 나서면 다른 분야는 따라오는 법이다.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경쟁력 있는 분야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다. 이런 것들이 발전기금을 1천억원 이상 모금하는 것보다 더 성과를 낼 수 있다. 내 임기동안 많은 걸 하기보다는 몇 가지만 성실히 수행하면 총장으로서의 임무는 충분하다고 본다. 서강을 중흥시킨 CEO 총장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격려와 비판을 바란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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