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로 대변화 올 것"

IT분야 대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이하 ICU) 총장. 허 총장은 머지않아 유비쿼터스 세상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년 후 현재의 캠퍼스는 유적이 될 것이다”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면서 허 총장은 유비쿼터스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디지털 컨버전스란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지털 컨버전스란 용어는 생소한데. “컨버전스는 통합이란 뜻이다. 과거에는 통신 사업, 방송 사업, 컴퓨터 사업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이 사업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이처럼 전화망, 방송망, 인터넷망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기술 통합이 일어나는 것을 디지털 컨버전스라고 부른다. 시속 60㎞ 이상을 달리는 차나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과 PDA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하는 것은 디지털 컨버전스로 인해 가능한 일들이다. 컨버전스는 비단 유사 기술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IT가 BT, CT 등과 연결되는 것처럼 컨버전스는 IT를 기반으로 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 유비쿼터스에 대해 말한다면. “유비쿼터스는 여러 기술들이 융합해 일반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 유비쿼터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이 광범위하게 결합되는 BCN, 즉 광대역 통합망이다. BCN은 결국 디지털 컨버전스와 같은 의미다. 또 BCN이 사용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물에 고유 주소체계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주소체계 용량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의 차세대 버전이라 불리는 IPv6 기술이 이를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ICU에서 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되면 어떤 점이 좋은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모든 사물이 개별 주소체계가 있는 RFID라는 칩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칩을 통해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만일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경우 RFID칩이 내장돼 있었다면 사전에 균열 정보를 파악해 붕괴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RFID칩을 통한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앞으로 24시간, 365일 내내 안전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2의 삼풍백화점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유비쿼터스는 대학 교육 환경도 변화시킨다. 학생들은 본인에게 부여된 RFID칩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고 강의도 받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을 수 있다. 물론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RFID칩만 있으면 언제든지 강의를 확인할 수 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MIT대 교수의 강의를 핸드폰을 이용해 들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유비쿼터스 환경이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최근 캠퍼스에는 인터넷 검색은 물론 핸드폰 충전까지 가능한 인키(인터넷 키오스크)가 인기다. 인키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교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비쿼터스와 연관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물론이다. 인키도 충분히 유비쿼터스 환경에 부합될 수 있다. ICU도 LCD 모니터 창을 1층 로비에 설치해 학생들에게 강의일정, 학사일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도서관 등 곳곳에 LCD 모니터 창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비쿼터스의 한 영역인 DMB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DMB는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컨버전스 기술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아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기술은 사장되고 만다. DMB 활성화를 위해서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분야로 먼저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DMB 사업자 선정에서 KBS와 MBC가 선정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시작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DMB를 이용한 교육도 활성화 될 것이다. 새로운 소비자와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대학과 산업체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e-러닝은 어떤가. "e-러닝 역시 오래전부터 연구가 진행돼온 분야인 만큼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세계 e-러닝 시장도 5조원대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호주 등 인구가 많은 대형국가들에게는 e-러닝이 필요하고 또 효과적이다. 실제로 그들도 e-러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e-러닝을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외국어로 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또 효과적인 학습 분야가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강의를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처럼 상품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ICU의 첨단 교육환경에 감탄을 했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ICU의 경쟁력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올해 처음으로 학부생들이 졸업했는데 삼성전자에서 이들 전원에게 석사과정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졸업 후 채용을 약속했다. 이 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앞으로 매년 졸업생들에 대한 전원 취업을 보장했다. 또 이번 졸업식에서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복수학위를 취득한 학생이 18명이나 돼 학생들의 우수생이 입증됐다. 이는 ICU의 우수한 교육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다. ICU는 BCN 엔지니어링연구센터, ITRC 등 전국 대학에서 국책연구센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등을 연구하는 연구센터를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과정 측면에서 보자면 ICU는 전공강의를 모두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또 창의성이 국가의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창의성 계발을 위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유학생들 유치에 힘쓰고 있다.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할 때 학생들의 사고도 더 풍부해지고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CU 학생들이 어떤 측면에서 기여해주기를 원하는가. “우리 대학에서 빌 게이츠 같은 인재가 나오길 바란다.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한 명 나오면 상당한 고용창출이 뒤따르고 그와 비례하는 경제성장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가 소득 2만불, 3만불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빌 게이츠 같은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며 ICU 학생들이 그런 인재가 돼주길 바란다. 미 포춘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의 CEO 중 60%는 MIT대 출신이다. 우리는 바로 이것을 지향하고 있으며 특성화 전략을 통해 충분히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한 정부정책을 말한다면.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디지털 분야에 비전을 갖고 이끌어가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유비쿼터스 분야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지만 우리에게 그 선두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반면 우리는 제주도에 텔레매틱스 시범도시를 운영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우리의 디지털 정책은 방향성에 있어서는 맞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빨리 선택하고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 간 다툼이 없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보완할 때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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