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역할 강화되면서 “대학 위에 군림” 비판

대학가에서 ‘대교협 관료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교협을 대학교육의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대교협의 관료주의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사실 그 이전부터 예고됐었다. 지난 2008년 초 대입 자율화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입 업무를 대교협이 이양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교과부는 대교협을 정책 파트너로 삼았고, 정책 집행에 있어서 상당부분 대교협의 권한을 인정했다.

대교협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은 현 정부 초기부터 나왔지만, 지난해(2010년)는 이런 예측이 구체화·본격화된 시기다. 지난해 3월 안병만 당시 교과부 장관이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의 필요성을 밝히자 대교협이 이를 받아들여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내놨다. 이는 △공인어학성적 △교외 수상실적 △영어 구술·면접 점수 등을 주요전형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사교육 완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입학사정관제 점검 과정서 ‘마찰’=그러나 지난해 11월엔 대학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대교협이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대학들이 이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서울경인입학처장협의회와 전국대학교입학관리자협의회는 교직원 자녀 입학현황 실사에 불만을 담은 서한을 대교협에 전달했다. 당시 실사를 받았던 한 대학의 보직교수는 “불시에 실사를 나와서 이 부서 저 부서에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는 것을 보고 꼭 감사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같은 달 10일과 22일에는 대학 전형자료를 활용하는 입시학원에 저작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점수자료가 고교에서 입시학원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고 나섰다. 대입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공격적 행보인 셈이다. 당시에도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사교육 비중 완화에 대한 근본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고 비판했다.

대입문제 뿐이 아니다. 대교협은 지난해 11월 교과부로부터 대학 평가인증 기관으로 공식 지정받았다. 당장 올해 1~2월 각 대학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평가를 통해 인증을 해줄 계획이다. 인증평가 결과는 2014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되기 때문에 대학에선 또 다른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대교협으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재정지원사업을 신청할 자격도 얻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준정부기관...관료화 우려”=대교협이 대학 평가인증기관으로서 역할하면서 대학정보공시업무도 새해부터 대교협으로 이관됐다. 대학 인증평가를 주관하는 대교협에서 정보공시를 담당하는 게 활용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인증평가가 정보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평가를 주관하는 대교협이 정보공시 총괄관리기관으로서 적합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학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바야흐로 대교협이 설립목적과는 다르게 ‘준 정부기관화’ 됐다고 보는 것이다. 대교협 조직의 관료주의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제상 경희대 입학처장은 “대교협은 대학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학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대교협의 행보를 보면 교과부의 하청업무를 맡아 보는 준정부기관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지역 대학의 한 기획처장은 “이미 대교협은 관료화됐다. 대학 협의체로 대학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대교협이 대학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불편한 시각을 내비쳤다.

내년 초부터 실시될 대학 인증평가에 대한 불만도 많다. 수도권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인증평가를 통해 대학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충남의 사립대 기획처장도 “정보공시 자료만 활용해도 인증평가의 80%가 해결된다”며 “현장실사까지 하는 것은 인력·시간·돈 낭비다. 오히려 교수(평가위원)들에게 ‘용돈벌이’를 해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경남지역 사립대 기획처장도 “대교협은 대학에는 지원을, 정부에 대해선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대학에 실질적인 혜택이나 지원을 하진 못하면서 빠른 속도로 관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 통해 스스로 자율화” 긍정 의견도=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바로 대교협을 정책 파트너로 선택한 교과부에서 이런 의견이 나온다. 대학도 대교협을 통해 스스로 자율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보엽 대학입학선진화과장은 “대교협은 대학 간 협의체이긴 하지만, 대학이 갖는 공공성을 감안하면 전경련과 같은 이익단체와 성격이 다르다”라며 “오히려 대학 입장에선 대교협을 통해 스스로 자율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냐”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대교협이 이익단체로서의 역할만 한다면 과거와 같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대학으로선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을 받기보다는 대교협이 정부의 정책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대교협이 정부 간섭에 대해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대학에도 이익이란 의미다.

대학 사회는 지역·설립주체·규모·인지도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린다. 수도권·비수도권, 대형·중소형, 메이저·마이너 대학 간 입장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대교협 회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도 대교협에 대한 지지도는 달라진다. 이미 대교협은 ‘주요 대학 위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서울의 주요 대학 위주로 운영되는 대교협에 회비도 내지 말자는 불만이 있다”며 “회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대교협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관리·통제보다는 비전 제시를” 주문=대교협은 이런 논란을 일종의 ‘과도기’로 바라봐 달라고 주문한다. 대학자율화가 정착되기 전 단계에서의 대교협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황인성 기획조정실장은 “대교협의 기본방향은 대학 자율화와 경쟁력 강화, 공교육 정상화에 있다”며 “대학이 자율화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소통에 문제가 있어 논란이 생긴 것 뿐, 대교협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란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에도 대교협의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당장 1~2월 사이 대학들로부터 인증평가 신청을 받아 평가를 통해 인증여부를 판정한다. 대학 정보공시 업무가 이관되면서, 대학별 평가지표도 총괄 관리하게 된다. ‘준 정부기관’이란 대학가의 비유도 사실상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관료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회원 대학을 ‘관리대상’이 아닌 ‘수요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지방대 기획처장은 “대교협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대학들의 지지를 얻는 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하영·홍여진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