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계류 원격대학협의회법 통과 핫 이슈



새해를 맞은 사이버대들의 다짐이 새롭다. 10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력도 튼튼해졌고, 탄탄한 IT인프라 위에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충만하다. 대학가에서 ‘사이버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말들도 나온다. 4년제 대학·전문대학과도 어깨를 견줄 정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값싼 등록금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모토를 내걸고 달려온 사이버대가 10년의 변곡점을 넘어 2011년을 맞이한다. 올해 사이버대들의 화두는 무엇일까.<편집자주>

■원대협법, 올해는 통과되나=올해 사이버대의 가장 큰 이슈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원격대학협의회법(이하 원대협법)의 통과 여부다. 4년제 대학은 대교협법, 전문대학은 전문대교협법을 통해 교과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올해부터 대학평가를 실시하면서 영향력을 한층 높이게 됐다. 그렇지만 현재 사이버대는 이를 지원할 법이 없다. 사이버대는 이를 위해 지난해 박보환 국회의원 발의로 원대협법을 내놓았다. 지난해 통과를 바랐지만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처리가 미뤄진 상황.

물론 올해 안에 법이 통과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원대협법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와의 갈등이다. 사이버대가 방송대에 손을 내밀었지만, 방송대가 이를 거절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방송대와 함께할 경우 사이버대의 폭발적인 성장도 예견됐으나, 현재 상황은 불투명하다.

특히, 원대협법의 ‘원격대학’이라는 용어를 놓고 갈등도 있을 전망이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2조 5항(학교의 종류)에 따르면, ‘방송대·통신대·방송통신대 및 사이버대(이하 “원격대학”이라 한다)’라고 명기돼 있다. 방송대측은 “방송대는 국립대이면서 고등교육법상 사이버대와는 구분이 되기 때문에 ‘원격대학’이란 용어를 사이버대가 써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협의체를 만들려면 ‘사이버대협의회’로 하라고 했는데 원대협이 이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이버대는 “원격교육을 하는 방송대와 사이버대 모두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의미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미나를 열고 단체 간 협의도 진행됐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올해부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대학원 ‘2라운드’ 시작된다=지난해 사이버대들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특수대학원 설립이었다. 지난 2009년 한양사이버대가 단독으로 사이버대학원 설립을 인가받았지만, 큰 관심이 쏠리지는 못했다. 사이버대에 대학원이 생겼다는 사실도 그리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경쟁구도 역시 갖춰지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0월 교과부가 경희사이버대·서울사이버대·원광디지털대에 특수대학원 설치를 인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3월부터 4개 사이버대 간의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 ‘사이버대학원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대학원 설립은 지난 2008년 사이버대 고등교육법 이관과 함께 사이버대 10년 역사 중 가장 큰 사건으로 꼽을 수 있다. 고등교육법 이관이 사이버대를 4년제 대학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면, 특수대학원 설립 인가는 이를 공고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온갖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렀던 사이버대의 상황을 돌아볼 때, 사이버대의 바뀐 위상을 실감케 한다.

사이버대 대학원 인가를 두고 2009년과 지난해 “로스쿨에 버금갈 정도의 기준”이라는 비난이 잇달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았다는 평가다. 교과부는 지난해 대학원 심사에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특수대학원을 신청한 5개 대학에 대해 3개월간 서면심사·현지조사·전체 심의회의 등을 진행했다”며 “한양사이버대만 인가를 받았을 때에는 탈락된 대학들이 교과부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사이버대의 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걸 이해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교과부는 이번 대학원 심사과정에 대해서도 “사이버대가 한 해 동안 상당히 발전했음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원 설립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전문대학이 사이버대를 한 단계 아래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그렇지만 최근 전문대학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사이버대는 경쟁상대”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 4년제 대학의 대학원이 미달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서울사이버대 대학원 경쟁률은 5대 1을 기록했으며, 경희사이버대에는 전체 지원자 중 대학원 석·박사가 15%나 되는 등 성공 가능성을 내보였다.

■‘새로움’ 열풍 이어진다=지난해 사이버대에는 ‘새로움’ 열풍이 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9년까지는 휴대전화로 강의 일정이나 학사 일정을 체크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스마트폰 강풍을 따라 각 사이버대는 모바일 홈페이지를 잇달아 열었고, 일부 대학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속속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이버대가 콘텐츠를 스마트폰에 맞게 인코딩해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이를 다운받아 보는 정도에 그쳤으나, 올해에는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들으면 학점까지 인정해 주는 시스템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말 그대로 ‘시공간을 넘어 공부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경우, 사이버대의 인기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또 다른 새로움으로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서울사이버대의 경우 지난해 ‘SCU Learning WAVE(이하WAVE)’를 개발해 국제 이러닝 경쟁대회(IMS 러닝 임팩트 어워드(LIA) 2011)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탄탄한 IT를 기반으로 한 강의 시스템의 변화는 사이버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고, 올해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교육공학을 토대로 한 콘텐츠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역시 이와 관련한 좋은 소식들이 기대된다.

새로 설립되는 사이버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4개 법인이 사이버대 신규인가를 신청했고, 이 중 복지를 특성화한 2년제 사이버대인 ‘한국복지사이버대’만이 인가를 받은 바 있다. 4년제 대학들 간의 경쟁력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사이버대가 새로운 시장 개척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어 대학들의 진입이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한양·경희·대구·한국외국어·세종·원광 등 기존 4년제 대학이 운영하는 사이버대의 경우 4년제 대학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살릴 수 있으며,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디지털대는 지난해 말 ‘고려사이버대’로 대학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이제는 해외로 나간다=지난해 말 열린사이버대는 미국 디브라이대 해외인턴십을 집중적으로 입시 홍보에 활용했다. 만 35세 이하 복수학위 취득자에게 미국현지에서 1년간 유급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인턴으로 선발될 경우 300만원의 추가 장학금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이들의 주 타깃은 학사편입을 준비하는 전문대학 졸업생이었는데, 4년제 대학의 학사편입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사이버대에서 공부하면서 ‘해외인턴십’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꽤나 매력적이었다는 평가다. 이와 같이 해외대학과의 합작으로 발 넓히기를 꾀하는 사이버대는 올해 대거 늘어날 전망이다.

오프라인 대학과 연합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캠퍼스 개발 마스터플랜 사업인 ‘스페이스21(Space 21)’ 출범식을 열었던 경희사이버대는 경희대와 함께 올해부터 세계화에 본격 시동을 건다. 스페이스21의 상징적 건물 ‘글로벌타워’에는 실시간 화상 세미나 시스템과 최첨단 스튜디오가 들어서며, 뉴욕·베이징·파리 등을 연결하는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GSN)를 실현한다. 경희사이버대 관계자는 “조인원 총장의 세계화 의지가 확고하다. 경희사이버대 역시 그 축의 하나로, 2011년 해외 진출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 국가연합) 10개국이 참여하는 ‘한·아세안 사이버대’ 설립은 올해 초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알리고 아시아로 진출한다. 지난해 말 교과부와 IT업체, 사이버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현지조사단은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을 둘러보고 왔다. 한·아세안 사이버대는 우리나라가 주도해 아세안 10개국을 연합하는 사이버대 설립 프로젝트로, 교과부는 한·아세안 사이버대를 통해 이러닝 콘텐츠, 학위과정 등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아세안 나라들과 연구·인력 교류 등을 꾀한다. 추진 과정에서 국내 사이버대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국가의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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