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원광대 총장 “원광브랜드 전국화·국제화 주력”
정세현 원광대 총장 “원광브랜드 전국화·국제화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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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원광대 신임 총장은 ‘원광 브랜드’의 전국화·국제화를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다. 말뿐이 아니다. 지난해 말 취임, 아직 임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정 총장은 이미 구체적 실행안을 하나하나 내놓고 있다. 우선 원광대의 강점 분야인 의생명 분야 특화와 홍보에 주력해 대학 브랜드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사무소 설치도 구상하고 있다. 각종 정책 입안 단계에서 발 빠르게 대처해 대학 발전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번에 총장 선출 절차를 바꾼 원광대는 장관 출신의 정 총장을 선임해 변화를 택했다. 첫 외부 영입 총장으로 대학 안팎의 기대를 받는 그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영 진단을 비롯한 ‘전략적 성과 관리’를 통한 대학 운영을 천명한 것도 임기 4년 동안 대학을 바꿔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밀어붙이기 식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이디어를 현장에 던져 검증한 뒤 최대공약수를 찾아 추진하는 ‘군중 노선’을 견지하겠다고 했다. 원광대 재도약과 전국화·국제화의 토대를 다질 것이란 포부를 밝힌 정 총장을 6일 만났다.



- 첫 외부 영입 총장이란 의미가 남다르다. 소감은.
“처음 가는 길이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외부에서 저를 영입한 것은 변화와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달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취임하면서도 얘기했지만 최근 원광대가 규모나 명성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외형과 내실의 격차를 줄여 재도약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주어진 임기 동안 원광 브랜드 전국화·국제화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 지역 명문 사학이지만 학생들의 인지도는 떨어지는 게 현실인데.
“원광대는 ‘영·호남 4대 사학’으로 꼽히는데 이중 유일하게 종립대학이다. 종립대학이란 이미지 때문에 학생들이 사정을 잘 모르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광대는 타 종교에도 편파적이지 않다. 원불교는 타 종교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고, 실제로 다른 종교 신자인 교수들도 있다. 따라서 원광대의 이런 점을 어떻게 제대로 알려낼지를 연구 중이다. 학내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지만 원광대 서울사무소 설립·운영도 구상하고 있다.”

- 서울사무소 설립·운영의 취지는 어떤 것인지.
“모든 결정이 서울에서 이뤄지는 구조 아닌가. 지역 대학이지만 중앙의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 정책 내용이 다 나온 뒤 대응하면 이미 늦다. 정책 초동 단계에서부터 세부 내용을 파악하면 각종 사업 선정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거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저를 총장으로 선임한 데는 그런 기대까지 포함된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사무소는 원광대 전국화를 위한 거점이자 국제화 단계까지 나아가는 일종의 교두보 역할을 맡을 것이다.”

- ‘원광 브랜드 전국화’의 구체적 내용은 뭔가.
“원광대는 의생명 분야에 강점이 있다. 의대와 한의대, 치과대, 약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 분야를 모두 보유한 대학은 전국에서도 원광대와 경희대, 두 곳뿐이다. 이런 장점을 제대로 알리거나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원광대가 높은 평가를 못 받는 것은 그런 이유도 있다. 장점인 의생명 분야를 알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로까지 이어지도록 할 생각이다.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한방·양방에 치과 분야까지 익산·전주·순천·대전·산본·안산 등 전국에 12개 부속병원이 있다. 이들 병원과 공대 학과들을 포함한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 이 분야를 대학과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 의생명 분야 발전에 주력한다는 얘긴데.
“의생명 분야를 경영 개념으로 운영해야 하지 않나 싶다. ‘통합의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양방과 한방 사이에 이른바 영역 이기주의, 영역 본위주의가 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경쟁자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원광대가 그 벽을 뛰어넘어 양·한방간 협진과 통합의학, 대체의학 발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인근에 위치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활용해 식품산업에 의생명 분야가 기여하는 방안도 찾아볼 생각이다. 또 공대와 연계해 의료기기 등을 만들어내는 의공학 분야 시도도 검토해보겠다. 성공한다면 원광 브랜드를 전국화, 국제화시키는 주요 사업이 될 뿐 아니라 지역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박성태 본지 발행인(사진 오른쪽)과 환담 중인 정세현 원광대 총장.

- 성과주의 등 경영기법을 대학 운영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은 안했지만 통일부 장관까지 지내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접목시켜 전략적 성과 관리 시스템을 대학 운영에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SWOT 분석 등을 통해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대학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비전을 설정하고 대원칙과 당면 목표는 무엇인지 명확히 한 뒤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험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해나갈 것이다. 물론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 우선 학장·처장 교수들과의 교무회의를 매주 정례적으로 개최해 공감대 형성에 힘쓸 방침이다.”

- 외부 영입인 만큼 학내 분위기 일신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정부 부처 밑에서부터 장관까지 올라갔었는데 중간 간부 시절 많은 것을 느꼈다. 조직 운영에서 리더가 무조건 앞장서기보다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구성원 사기를 살리고 업무 효율성도 보장하기에 적합한 부분이 있다. 매스컴이 저를 추진력과 친화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던데, 결코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친화력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경비원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장·차관들이 많지 않은데 전 그들의 자녀가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도 알 정도로 친근하게 지냈다. 대학에서도 친화력을 발휘해 구성원과의 공감대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결국 추진력도 친화력을 토대로 해서 나오는 것 아닌가.”

- 변화를 위해선 총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도 있을 텐데.
“총장이 자기 아이디어만 주장해선 추진이 힘들다. 스스로의 구상과 현장 반응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중국의 ‘군중 노선’을 대학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군중 노선이란 구상을 갖고 있되 군중 속에 들어가 검증한다는 개념이다. 현장에 아이디어를 던져서 저항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만큼 받아들여지는지 검증한 뒤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다. 중국이 그 방대한 나라를 끌고 가는 데 큰 잡음이 없었던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일 것이다. 리더의 생각을 구성원들이 바라는 바로 일치시켜 끌고 가도록 하겠다.”

- 대학의 연구·교육 기능 중 어디에 중점을 둘 요량인지.
“연구경쟁력이 높아지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취업경쟁력도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다. 연구 잘하는 사람 따로, 교육 잘하는 사람 따로 있다. 양쪽 다 신경 써야 한다. 연구 잘하는 교수를 초빙해 대학 본연의 학문적 기능을 높이는 것이 하나다. 대학의 연구력은 대외평가에서도 중요 지표이지 않은가. 나머지 하나로는 학생들의 취업경쟁력을 올리는 교육이 있다. 기본적으로 어학 능력이 중요하다. 외국어 능력을 비롯한 표현력·발표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면접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학 때는 ‘TOEIC 사관학교’란 외국어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효과를 보고 있다. 취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분들은 교수들과는 별도로 모시려 한다.”

- 이와 함께 ‘도덕대학’을 표방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원불교 정신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이 개벽된다’는 말로 요약된다. 종립대학으로 도덕대학의 외형은 갖고 있지만 거기에 부합되는 면은 부족했다. 근래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복수·적대·불신·반목 등이 보편화돼있다. 종교의 기본 영역은 용서·화해·협력이다. 원광대생들이 이를 체화해 명실상부한 도덕대학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취업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직 후 경쟁력은 결국 인간성에서 나온다. 특정 교과목을 개설하기보다 대학의 분위기, 구성원 의식을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 여기엔 인문·사회학적 소양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 여러 제도를 마련해나갈 것이다.”

■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민족통일연구원장, 통일부 차관,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역 등을 거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상임의장과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등을 거쳤다. 이화여대·경남대 석좌교수와 경희대·명지대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지난해 12월 23일 취임과 함께 4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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