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섭 아주팝스오케스트라 단장(아주대 행정학 전공 교수)



“단원들에게 아마추어란 생각을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낮은 실력에 자만하지 않길 바라서죠. 하지만 아마추어로서의 겸손함은 가지되 자긍심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바로 ‘프로 같은 아마추어’가 되길 원하는 거죠.”

아주팝스오케스트라(이하 아주팝스) 단장인 김호섭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가 단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거운 음악을 한다는 김 교수는 “음악적 깊이가 있는 연주는 기성 프로의 역할”이라며 “아주팝스는 대중적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케스트라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항상 단원들에게 말한다.

아주팝스는 아주대 학생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이다. 음대가 없는 아주대의 공식 오케스트라로서 1995년 창단된 이후 꾸준히 연주 연륜을 쌓아왔다. 30~40명 규모의 아주팝스는 주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학생들이 단원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이라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환영한다. 아주팝스는 1년에 한 번 정기연주회를 갖고, 졸업식·입학식 등 학교 공식 행사에서 연주도 한다. 김 교수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아주팝스를 이끌어왔다.

김호섭 교수는 아주대에서 이른바 ‘음악 애호가’로 손꼽힌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 교수는 클라리넷과 색소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 군악대 출신인 그는 악기 연주 경력이 상당하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순수한 연주 열정에 마음이 움직여  아주팝스의 지도교수를 자청했다.

김 교수는 단원들과의 만남으로 다시 음악을 즐기게 됐다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축하 연주를 한다며 10여 명의 학생들이 악기를 들고 나오더군요. 연주를 잘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대로 놔둘 것인가’, ‘체계적으로 키워 볼까’ 하는 고민이 되더군요.”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음대 진학도 고려했던 김 교수는 주위 여건과 주변의 만류로 음악을 포기해야 했다. 그날 이후 음악을 잊고 살아왔던 그는 “무대를 보는 순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One Band, One Sound!’, 오케스트라는 하모니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오케스트라에 규율이 더해져야 하는 이유다.

“악기를 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감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감성이 있다는 건 민감하다는 거예요. 음악을 듣고, 느끼고, 표현하기 위해선 둔해선 안 되지만, 민감한 이들이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선 동화가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동아리처럼 자유로운 단체가 되면 안 됩니다. 어느 정도 규율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김 교수는 학생들을 강제로 통제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열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편을 택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어느 누구보다 뒤지지 않다는 걸 단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신뢰가 쌓이다 보면 저절로 따라와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바람대로 잘 따라와 줬다”며 동아리가 아닌 ‘악단’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장 존경하는 지휘자로 레너드 번스타인을 꼽았다. 그가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번스타인의 말년 지휘 모습을 보면 지휘는 하지 않고 윙크를 하거나 눈을 찡끗거리는 등 눈만으로 지휘를 합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치며 단원들을 격려해요. 단원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자발적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저도 단원들이 스스로 가진 잠재력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껏 자신이 가진 자질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교수 정년까지 오케스트라 단장으로 남고 싶다는 김 교수. 그의 인생에서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클래식 음악에 빠져 듣다 보면 즐거움이 있습니다. 바로 ‘낙(樂)’, 즐거움이죠. 뒤늦게 아이들을 통해 다시 찾아서인지 더 좋아요. 한동안 나를 떠나 있던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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