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적극 나서. 다른 대학들 “아직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다음달 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교육의 질이 하락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렴한 수강료와 이에 따른 완성도 떨어지는 강의, 느슨한 학사관리에 따른 학위 남발 등이 바로 그 지적이다.

■서울대, 원격교육 박차=지금까지 일반 대학이 운영 중인 평생교육원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강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들은 이번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원격 교육을 운영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학사 학위 수여가 가능한 학점은행제 등과도 연계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일반대학 평생교육원 중 원격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서울대로, 지난해 평생교육원을 개설하면서 사이버 강의도 함께 준비해왔다. 평생교육원의 강의 콘텐츠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자 지난해 5월 ‘서울대 온라인 지식 나눔(SNUi)’ 서비스를 개설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중·고등학생 강의를 신설하고 기업체까지 수강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학위를 주거나 학점은행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대 평생교육원 원격지원부 김종범 팀장은 “서울대 평생교육원의 14주 짜리 한 학기 강의 콘텐츠 제작에만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교수 강의료와 원고료, 기타 부가적인 것까치 합치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렇게 콘텐츠를 만든다면 일반 사이버대와의 경쟁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콘텐츠의 질 관리와 함께 ‘서울대’라는 브렌드를 살리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김 팀장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겠다면 무조건 저렴하게 만들지만, 우선은 콘텐츠의 질에 신경을 쓸 생각”이라며 “사이버 강의의 기본적인 원칙은 서울대 내부 교수들을 활용하고, 인기가 아닌 학문적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수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팀장은 “사실 원격 교육 시장은 상당히 포화된 상태고, 지금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본다. 스마트폰이나 IPTV 등을 통한 확장과 최근 늘어난 종편 채널 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각화를 하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다른 대학 “지켜보자”=원격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서울대와 달리 주요 사립대 평생교육원들은 우선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연세대 평생교육원 측은 “평생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 논의가 나오긴 했지만, 현재 추진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고려대·한양대·경희대 등 사이버대를 둔 대학들도 “사이버대가 따로 있기 때문에 굳이 평생교육원마저 원격 교육으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대학의 사이버대가 구축한 사이버대 강의 콘텐츠 생산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은 현재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원격 교육을 하려면 별도의 사이버 강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경우, 중복투자가 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운영도 어렵다. 자칫 콘텐츠의 질 하락도 우려된다.
경희대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를 담당하는 오승윤씨는 이에 대해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는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경희대 부설 평생교육원이 사이버 강의를 하려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얼핏 보기에 온라인에 대해 수요가 많을 것 같지만, 경희사이버대의 운영을 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찮다”면서 “우선은 다른 대학이 하는 것을 지켜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생교육원 외에 원격으로 운영되는 광운대 원격평생교육원의 조충현 교학부장은 이와 관련 “원격대학 시장이 밖에서 볼 때는 쉬워보여도 생각보다 좁다. 현재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들이 우선 뛰어들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초기비용도 많이 들고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성공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대 “난립 우려”=이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일반대학 평생교육원의 원격강의는 서울대가 앞서 나가고, 이를 지켜본 대학들이 점차 뒤따르는 모양새를 띄게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주요 대학 이외에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질 낮은 원격 강의를 진행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말 그대로 원격 강의가 ‘난립’하는 셈이다. 김경섭 한양사이버대 홍보팀장은 이를 두고 “다음달 평생교육법 시행규칙 시행에서 우려되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질을 담보한 서울대의 강의이고, 두 번째는 질 낮은 강의가 남발하는 대학들의 강의”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사이버대의 학점당 등록금은 8만원 전후인데,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에 맞서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승부수를 거는 대학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철 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이 문제와 관련 “사이버 교육은 시대의 대세이기 때문에 활성화가 불가피하지만, 일반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너도 나도 뛰어들 경우 학습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지금 운영되는 사이버대 정도의 기준만 맞춘다면 괜찮으리라 보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통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평생교육원이 원격 강의를 한다면,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우선 검증하고 학위를 줄 수 있게 해야지, 그렇지 못하고 학점·학위를 남발하게 놔둔다면 자칫 사이버대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교과부에 철저하게 이를 인증하고 평가해달라고 사이버대의 뜻을 모아 건의를 한 바 있다”며 “시행규칙 개정 이후 이를 엄격하게 까지는 일은 앞으로 교과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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