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다. 중병을 극복하거나 가난을 이겨내고 또는 어려운 환경을 물리치고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감동 스토리’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된다. 매년 입시철마다 반복되는 일이니 한 해 전 이맘때도 지금과 비슷했을 것이다.

그때 매스컴을 탔던 학생이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해 한 적은 없는지. 이런 사례가 있다. 지난해 백혈병을 이겨내고 서울대에 합격해 화제가 된 학생, 기억하는가. 정작 그 학생이 입학한 곳은 서울대가 아닌 고려대였다. 이 학생의 목표인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고려대에서의 전공(생명공학)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훨씬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실업계 고교 출신으로는 처음 KAIST에 합격해 이목을 끌었던 학생이 얼마 전 자살해 큰 충격을 줬다. 입학사정관전형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수업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결국 목숨을 끊었다.

합격 당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정도였으니 그들은 분명 우수 인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돌이켜보면 과연 대학들이 그간 “잘 가르치는 데 충분히 힘을 쏟았는지” 다시 묻게 된다.

사실 수험생들이 입학 원서를 접수할 때만 눈치작전이 있는 게 아니다. 대학들도 혹여 다른 대학으로 합격자가 빠져나갈지 않을지 눈치를 본다.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이런 ‘눈치작전’으로 속 타는 대학들의 고민이 수험생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입시철의 씁쓸한 이면인 셈이다. 그렇지만 문제의 실마리는 의외로 간단히 풀릴 것도 같다. 지금 뽑은 학생들이 한 해, 혹은 몇 해 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또 다시 돌아온 입시철, 화제의 합격자들을 알리는 일에 앞서 필요한 것은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 제대로 키워내는 일일 게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인데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묻히는 게 현실이다. 부디 대학들이 “잘 뽑는 것보다 잘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예의 지론을 충실히 실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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