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논설위원·광주보건대학 기획실장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조직이 생기고 없어지고 하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또 새로 취임한 장관이 자신의 정책을 구현하기 위하여 잘 정비된 조직이나 제도를 자신의 뜻에 따라 개편하는 일을 보곤 한다. 행정과 정책이 공식적인 제도와 법률의 산물이기에 조직이 존립하는 한 이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직개편이나 제도개선 문제를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조직과 제도는 사회적 규칙을 의미하나, 넓게는 사회문화적 규범과 가치 체계를 포함한다. 특히 조직의 구조적 특성은 사회·문화적 규범과 가치 체계를 반영해 형성된다. 이는 역으로 조직이나 제도가 그 사회의 정치·사회적 역학관계의 특성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동안 교과부내의 조직편제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줬다.

지난 1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2010학년도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되었고 차별적 규제가 많이 해소되었음을 강조하고, 전문대학의 산학협력형 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전문대학정책과를 새로 신설되는 산학협력국 산하로 둘 것임을 밝혔다.

이장관의 교과부 직제개편 의지는 지난 6일 발표된 직제개편안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교과부 직제개편안은 새로운 법 제정에 따른 직제변경 수요를 반영하고, 조직의 분산된 기능을 통합하고자 마련되었으며, 특히 세계 수준 전문대학(WCC) 20곳을 중점 육성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전문대 육성지원 기능이 대폭 강화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현 정부에 들어와 전문대학에 대한 차별적 규제와 관행이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동안 소외되고 차별받았던 전문대학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른바 제도론자들은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원인을 교과부내 조직과 제도의 관점에서 보았는데, 교과부 직제를 기준으로 볼 때 전문대학은 그동안의 성과와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해서 원천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선으로 구분되었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영역이 사라지고 그 구분이 모호해진 상태에서 전문대학을 관장하는 부서는 1개과로 편제돼 있고, 일반대학의 경우에는 3실 12과로 편제돼 있어 일반대학에 비해서 전문대학이 홀대를 받아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교과부 직제개편안으로 전문대학 차별을 둘러싼 소모적 논의는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됐다.

이제는 금번 직제개편의 의의를 살려 세계 수준 전문대학(WCC) 20곳을 중점 육성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전문대학 육성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전문대학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조직구조가 됐다. 대학지원실이라는 거대 조직 속에 전문대학과가 편제됐다. 이는 전문대학의 문제를 단순히 전문대학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고등교육 전반의 틀 속에서 다루어나갈 것이라는 장관의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전문계고와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을 표출한 바 있다. 또한 취임 이후 첫 방문대학을 전문대학으로 선정할 만큼 발언에 대한 신뢰가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조직개편안도 그러한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그가 말한 공정사회의 화두가 단순히 정략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갈 수밖에 없는 필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문대학에 대한 공정한 대우, 공정한 지원,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수행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이제 고등교육 전반을 보는 균형잡힌 시각에서 교과부의 조직개편이 이루어졌다.‘공정사회’가 화두가 된 지 어언 6개월, 이 시대의 교육전문가들은 고등교육 차원에서 ‘공정사회’가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기대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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