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기술’ 아닌 ‘철학’ 가르치는 곳


“대학은 기술 이전에 가치와 철학을 가르치는 곳이 돼야 합니다. 대학에서의 예술 교육 역시 마찬가지죠.”

류훈(38)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대학 교육의 요지는 기술이 아닌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지난 2002년 단편영화 ‘네임’으로 데뷔해 ‘죽어라지마’, ‘임성옥 자살기’, ‘아내가 결혼했다’(각색), ‘백교장 프로젝트’, ‘비밀애’ 등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2006년 프랑스 리옹아시안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주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성결대엔 2005년 부임했다.

“얼마 전 한 연극배우를 만났어요. 자신은 연기가 좋고, 무대에 서는 게 너무 행복한데 은행에 갔더니 ‘실업자’로 돼 있어 씁쓸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학생들 생각이 났죠. 취업률로만 따진다면 우리 아이들도 예비 실업자이니까요.”

류 교수는 취업률 일색의 교과부 평가가 대학을 기술자 양성소로 전락 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교과부가 취업률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정신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예술 분야 전공에서마저 취업에 유리한 기술자를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도 있지만,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먼저인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며 “학생들이 ‘그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 ‘정말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등을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류 교수는 “교과부의 천편일률적인 평가가 대학 교육의 본질을 흐트러트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개봉한 ‘비밀애’가 관객몰이에 실패하면서 류 교수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이 때 류 교수를 살린 건 감독으로서 쌓아온 경력이나 기술이 아닌,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근본적 행복’이었다. 류 교수는 “언젠가부터 왜 영화를 해야 하는 지 잊고 살았다. 어떻게든 많은 관객을 모아 흥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였고, 영화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며 “당시엔 고통스러웠지만, ‘비밀애’는 영화에 대한 첫 마음을 회복하게 해줬기에 감사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학생들과 만나는 수업 시간에도 류 교수는 ‘철학’을 가장 강조한다. 그는 “영화는 철학 위에 기술을 덮은 것이다. 철학 없는 영화는 껍데기일 뿐”이라며 “학생들에게도 자신만의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가질 것을 항상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우명을 묻는 질문엔 “닥치는 대로 사랑하자”라고 답했다. 류 교수는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회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는 의미”라며 “근본적인 가치를 따라,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따라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류 교수는 교수로서, 영화 감독으로서의 포부·계획도 들려줬다.

“학생들에겐 권위적이지 않은 교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평생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교수였으면 합니다. 영화감독으로선 관객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빌리엘리어트’, ‘미스리틀선샤인’, ‘웰컴미스터맥도날드’ 등을 봤을 때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했어요. 제 영화를 봤을 때 관객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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