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지인 A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학부모 전화를 받았다. 통화의 요는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이렇게 모른척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또 다른 지인인 B는 얼마 전 “아이의 성적이 잘못됐으니 담당 선생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학부모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


기자의 지인들이 일하는 곳은 초·중·고교가 아니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유명 대학이다. 몇 년 전만해도 학생에게 피치 못 할 상황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부모가 대학교 과사무실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 과사무실 직원들은 수강신청기간과 성적 이의신청 기간에 학생이 아닌 학부모와 실랑이를 붙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자녀 대신 직접 수강신청지도를 받겠다”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전화로 30분 넘게 질문을 쏟아내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졸업 논문 마감일이 3개월이나 지나서 졸업논문을 들고 찾아와 자녀를 졸업시켜달라고 떼를 쓰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라는 90년대 영화가 있다. 아이큐 75인 주인공에게 그의 어머니는 늘 “바보는 바보짓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강조한다. 아들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르치고 주인공이 당당히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 위대한 어머니는 아들을 본인의 바람대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치맛바람 역시 자녀를 바람대로 이끌어왔다. 이 시대의 대학생은 ‘심리적 이유기’를 반납하고 어려서부터 엄마의 정보력과 지도에 따라 대학에 들어왔다. 대학에 와서도 어머니와 2인 1조 ‘스펙 쌓기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이것이 허우대 멀쩡한 대학생이 ‘바보짓을 하는 바보’가 된 연유다. 덩칫 값 못하는 건 비단 ‘바보 형’ 정준하 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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