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박길환․최병남 씨

“오늘 석사학위의 영광은 모두 대학생활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의 눈이 되어준 한 학우 덕분입니다.”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길환(54) 씨는 18일 울산대 제38회 학위수여식에서 대학생활 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 등하교를 책임져준 최병남(52·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 근무) 씨와 나란히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 씨와 최 씨는 지난 2003년 3월 울산대학교의 야간대학인 산경대학 지역개발학과 3학년에 편입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다섯 살 때 관자놀이에 생긴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다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는 박 씨는 이때부터 회사를 마치고 매일 집으로 찾아오는 최 씨의 자동차로 등·하교를 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박 씨는 졸업 후에도 자신의 직장인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소속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최 씨의 도움을 받아 등산도 활발하게 했다.
 
이어 2008년에는 시각장애인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최 씨와 함께 울산대 정책대학원 사회복지전공 석사과정에 나란히 입학함으로써 대학 2년과 대학원 2년 6개월 등 4년 6개월 동안 최 씨로부터 ‘눈’을 얻었던 셈이다.
 
박 씨는 “최 씨는 회사 업무로 바빠 수업에 빠져야 할 때도 나의 등교가 걱정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등교하고, 또 강의노트까지 챙겨준 만학(晩學)의 은인”이라며 “최 씨가 없었다면 대학원 공부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 씨는 “동료 학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라며 주위에서 관심 가지는 것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했다.
 
박 씨의 이날 석사학위 논문은 ‘중도 시각장애인의 재활동기’. 박 씨는 논문을 통해 시각장애인복지협회장으로서 겪은 중도 시각장애인의 재활 경험을 정리해 재활 프로그램 확충과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씨는 ‘우리나라 산업재해 보상보험법의 현황’ 논문을 통해 근로활동으로 사망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울산대 정책대학원(원장 김주홍)은 이날 박 씨에게는 특별상, 박 씨의 눈이 되어준 최 씨에게는 공로상으로 이들의 우정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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