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본지 공동기획]대학경쟁력 교육에서 찾다(3) 연세대

“강의 시간에 배운 지식들을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어 유익했어요. 지역사회의 미래, 이웃들의 삶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뜻 깊은 변화죠.”

대학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이하 교육역량강화사업)이 대학 교육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학들이 학교 밖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강의실·현장 사이에 존재했던 갭(gap)이 사라지는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2009년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된 연세대의 ‘지역사회 경험학습(Community Based Learning, 이하 CBL)’은 이론·실습 교육을 적절히 결합함과 동시에 봉사 활동, 지역사회와의 연계성까지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섬김의 리더십’ 키우는 CBL

연세대가 지난 2005년 개교 120주년을 맞아 수립한 ‘비전 2020’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섬김의 리더십’ 육성이다. CBL은 ‘섬김의 리더십’으로서 학생들이 갖춰야할 지성·인성·감성을 종합적으로 함양시키기 위해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해진 주제에 관한 강의실 이론 수업과 지역사회 경험활동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쉽게 말하면, 이론 중심의 기존 교양·전공과목에 지역사회에서의 경험활동을 접목한 형식이다. 분야·학과와 상관없이 모든 교과목에 적용이 가능하다. 2007년 1학기를 시작으로 지난 학기까지 총 39개의 CBL 교과목이 개설됐고, 1429명의 학생이 수강했다.

CBL 교과목 개설·운영은 교수의 신청에 따라 이뤄진다. 교수가 자신이 맡게 될 교과목을 CBL로 운영하기 원할 땐 사전에 학교 측에 개설 신청서, 수업 계획서 등을 제출한다. 또 학교의 지원을 받아 해당 수업을 수강할 학생들이 경험활동을 벌일 협력 기관을 섭외·확정한다. 개강 이후엔 학생들의 지역사회 경험활동에 필요한 지식·코멘트 등을 제공한다. 평가는 학생들의 활동일지, 최종 보고서, 기관 관계자 평가서 등을 종합해 이뤄진다.

2009년 2학기의 경우 △기독교와 현대사회(교양) △한국주거의 이해(주거환경학과) △돌봄, 상담 그리고 코칭(신학과) △미래공간론(주거환경학과) 등이 CBL 교과목으로 개설·운영됐다. 이 중 ‘한국주거의 이해’는 홍제3동 자치회관과의 협력으로 이뤄졌으며 수강생들은 홍제3동 상설 무대 디자인, 세무소길 가로 정비, 단독주책 주민커뮤니티 개선방안 등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돌봄, 상당 그리고 코칭’ 수강 학생들은 가양4복지관, 가양7복지관, 홍은종합사회복지관, 목동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상담·코칭 활동을 벌였다.

김정오 기획실장은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며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CBL의 강점”라며 “학생 스스로의 삶과 주변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살아있는 지식의 기쁨”

CBL 교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실제로 연세대가 2009년 2학기 말 CBL 교과목 수강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83.5%의 학생이 ‘CBL 교과목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CBL 교과목에 만족을 표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도 크다.

지난해 1학기 CBL 전공과목으로 개설된 ‘교육심리학’을 수강한 김수진씨(교육학과 2)는 “교육심리에 대한 이론을 배운 뒤, 인근 청소년 대안센터에서 경험활동을 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경험활동을 통해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교육학과 학생들 중 상당수가 교사를 꿈꾸는데, 졸업 후 교육 환경에 나갔을 때 CBL 과목 수강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같은 학기 ‘돌봄, 상담 그리고 코칭’을 수강한 황병운씨(신학과 3)는 “학내 상담센터 등에서 상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지역 중학교에서 한 학생에 대한 상담·코칭을 진행했다. 학업뿐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뻤다”며 “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CBL 교과목을 운영해 본 교수들의 만족도도 높다. 교수들 역시 학생들에게 보다 생생하고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CBL의 강점으로 꼽는다. 김선정 학부대학 교수(‘기독교와 현대사회’ 운영)는 “CBL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교실의 이론 수업을 현장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체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수영 신학과 교수(‘돌봄, 상당 그리고 코칭’ 운영)도 “수업 시간에 이론적인 돌봄의 방식, 상담 및 코칭 스킬을 가르치면 바로 현장에서 학생들이 사용하고 재평가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CBL을 평가했다.


어려운 학생들 위한 장학금 확대
2009년 사업비 중 36% 배정 … 취업 지원도 강화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으로 연세대는 학생들을 위한 각종 교육·지원 프로그램들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다. 특히 연세대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을 장학금 확충, 지업 지원 강화 등에 집중 투입했다.

우선 장학금의 경우 가정 형편이 좋지 않거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해 중점적으로 사용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의 경우, 총 사업비 39억여원 중 36%에 달하는 14억여원이 가계곤란, 장애학생 장학금으로 지원됐다. 이로 인해 신촌캠퍼스에서만 총 533명의 학생들이 학비 전액·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취업교육에도 9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연세대는 2009년 여름방학 중 학생회관 2층을 채용설명회·면접실습·취업 스터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또 합숙면접 프로그램인 ‘핵심직무역량마스터코스’를 신설, 여름·겨울방학 중 총 220여 명의 학생에게 전액 무료 교육을 제공했다.

이상학 장학취업팀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으로 위기극복장학금 등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었다. 또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인터뷰]김정오 기획실장

“교육·연구·봉사역량 제고에 큰 도움”

김정오 기획실장은 “대학의 교육·봉사 역량을 키워준 일등공신”이라고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평가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통해 대학이 보다 다양하고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은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관련해 김 실장과 나눈 1문 1답.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학의 주요한 기능은 교육·연구·봉사다. 이 중 대학이 교육·봉사 역량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교육역량강화사업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강의실에서의 교육에 집중해왔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봉사를 지원하는 데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한 재정 지원으로 대학은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풍요로운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연세대에선 장학금 확충, 취업 교육, 국제화, 지역 활동 및 인턴십 프로그램 활성화, 기초 교양 교육과정의 개편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 돼 왔다.”

-CBL이 우수사례로 선정된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CBL은 교수자·학습자·지역사회 간의 상호 작용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다. 대외적인 측면에선 지역 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을 다하고 의미를 제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 교육적인 측면에선 지역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해를 확대하고,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CBL이 갖고 있는 각별한 의미,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던 것 같다.”

-교과부가 올해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된 대학에만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지원사업 참여 기회를 주기로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또 연세대도 ACE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나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선정 기준이 되는 것은 각 대학의 교육성과·여건 등이다. ACE사업 지원도 교육성과과 우수하고, 여건이 잘 갖추어진 대학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1999년 연세대는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먼저 학부대학을 세웠다. 그만큼 학부교육에 대해서 많은 지원을 해왔고, 보다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본격 개교하는 송도 국제캠퍼스에선 그동안 국내 대학들에선 시도되지 않았던 ‘프리미엄 교육’을 시작한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레지덴셜 칼리지’의 개념을 도입해 강도 높은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연세대는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축으로 ACE사업을 준비 중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관련,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재의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사업 기간, 성과 측정이 1년 단위로 짧아 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사업 특성에 따라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힘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부가 각 대학에서 기획하는 사업들 중 최소 20~30%정도는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적어도 이번 정권까지는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대학들도 이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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