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대중화·생활화 넘어 미래 글로벌 인재 육성 지원에 초점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최근 60~70년간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모두 과학기술과 교육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두뇌가 우수하고 끈기가 있다. 게다가 만족할 줄 모른다. 이것이 경쟁력이다.”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우리 한국의 미래는 밝다고 장담했다. 재료공학 전공의 공학박사, 과기부 차관 출신인 그는 무엇보다도 정신문화적인 선진국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1967년 과학기술후원회로 발족해 과학기술진흥재단·과학문화재단을 거쳐 과학창의재단으로 개편됐다

“설립 당시인 60년대 국민들의 과학기술 이해증진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과학기술지식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토대로 과학 기술 발전이 가능하고 과학기술역량을 통해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차차 역할과 기능의 중요도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재단은 과학의 대중화·생활화를 넘어 미래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 특히 수학·과학을 중심으로 창의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콘텐츠, 시설, 교사 능력 향상 등을 지원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나

“청소년들이 선진화된 환경에서 수업을 받고 체험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 교사 교육, 과학중점학교 선정·운영 등 커리큘럼, 교사, 시설 등에 대한 선진화 사업을 진행한다. 초중등교육의 교육과정 개편까지 책임지고 있다. 실제로 고교 융합형 과학 교과를 설치, 생명·우주·에너지·물질 등의 문제 다루고 해결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모델교과서를 개발하고 선택한다. 과학중점학교를 지정·운영·지원하고 전문교과를 만들어 과학교양·융합과학·환경과 녹색성장 등의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 우리 영재교육시스템을 평가한다면

“우리는 영재교육과 관련 법체제를 갖추고 있고 영재고 4개, 과학고 17개, 과학중점학교 100개, 대학 영재교육원 26개, 전국 영재학급 1000개가 있다. 시스템이나 환경에 크게 앞서있다. 전세계적으로 수학·과학분야 영재교육 시스템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10년 후에는 세계를 이끌어가는 한국출신 우수 인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 고등교육과는 어떤 연계성을 갖나

“영재교육은 대학에 가서도 이어져야 한다. 대학 단계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인 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를 통해 우수한 학부 영재들이 자유로운 아이디어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공이 아닌 타 분야 전공에서 지적 통찰력을 높이고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하는 아너스 프로그램도 한양대에 설치됐다. 소외계층을 위한 대학생 과학나눔 봉사단 활동도 펼친다. 전국의 농어촌 산간 벽지 학교나 보육시설의 청소년들과 함께 과학 실험을 하고 강의도 한다. 이번 방학에는 800여명이 방중에 직접 재단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대학생 100여명이 모여 과학기술과 관련 미래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창의적 결과물을 창출해 내는 ‘창의아고라’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 STS(과학기술과 사회(Science, Technology & Society), 사회 속의 과학기술(Science & Technology in Society), 과학기술학(Science & Technology Studies))는 무엇인가

“국가간 경쟁이나 이념을 넘어 기후변화·에너지고갈·질병·식량·물 등의 문제에 대해 UN을 포함 전세계가 고민하고 있다. 200~300년간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에 기여해왔듯이 과학기술이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학기술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필수요소이기는 하지만 충분요소는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가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STS는 모든 분야가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과학기술의 영향과 역할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과학과 사회의 융합·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다. 올해 특히 STS 미래사업단 운영을 통해 올해 과학기술과 사회의 연구역량·소통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 지식나눔, 교육기부활동이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학교·기업·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지식재산·교육기부운동을 추진했다. 대학은 연구 성과를 토대로 교수, 연구진 등 대학의 전문 인력들을 바탕으로 특히 대학의 하드웨어, 예를 들면 기숙사나 각종 시설 등을 초중등교육과정과 연계해 교육기부운동을 벌이게 되면 초중등학생은 해당 분야 전문가로부터 훌륭한 시설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입장에서는 사회공헌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 부임 후 중점을 둔 것은

“사업의 선진화·고도화에 힘을 기울였다. 미래인재교육은 창의성과 인성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해야한다. 미래를 대비한 교육과정 개편은 물론 학문융합과 STS 등 미래사회에서의 과학기술 역할 문제 등을 다루었다. 창의리소스센터를 설치해 교사연수와 학생체험활동을 지원했다. 국민들의 과학기술지식보급 확산, 과학기술생활화를 기본으로 하면서 창의인성교육과 동시에 영재교육을 지원하는 등 개편 확대 이후 재단의 활동 보폭을 넓혔다.”

- 우리 대학교육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초중등교육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도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대학들이 모두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되겠다고 하는 움직임은 문제다. 연구중심대학들도 있고 학부교육중심대학도 필요하다. 모든 대학이 대학원을 갖출 필요는 없다. 글로벌 시대에 대학의 변화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약점이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몇 개 대학이 연합해 ‘월드 유니버시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대학들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창의성, 다양성, 국제화를 강화해야한다는 말이다. 대학들이 너비를 넓히기 보다는 깊이를 깊게 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 한국의 미래와 교육을 전망한다면

“50~60년대 우수한 학생들이 화공과·기계과에 많이 갔던 시절이 있다. 결과적으로 석유화학·정밀화학·조선·기계·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의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70~80년대에는 물리·전자과에 몰렸다. 2000년대가 되니 유무선 통신, 반도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최근 의학계에 인재가 크게 몰렸다. BT시대에는 우리 인재가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IT에서 세계 수준에 와있다. 소비자들의 감성과 욕구를 따라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심미학·인문학 각 분야가 다 함께 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품종 대량생산의 시대는 지식으로 됐지만 지금은 다품종 대량생산시대다. 이 시대엔 지혜가 필요하다. 또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잘 골라 집중하는 것이 관건이다. 산업경쟁에서 2위는 소용이 없다. 정(正)의 방향으로 잘 발전할 수 있는 기반, 교육시스템·과학기술역량이 상당히 선진화돼 있다. 목표를 성취하더라도 만족하기 보다는 또다시 목표를 정하고 끝없이 노력하는 게 한국인의 경쟁력이다. 두뇌가 좋고 열정도 대단하다. 짧은 역사지만 교육과 기술의 기반이 마련돼 있어 우리 국가의 미래에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정리 : 윤지은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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