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필요하죠”
[사람과 생각]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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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며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중략) 나는 인종·종교·국적·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습니다.’

위 내용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구절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이 선서에 담긴 정신을 따르며 살고 있다. 그는 인종과 국경을 넘어 세상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의사다.

“어려서부터 제3 세계에 관심이 많아서 감염 내과를 선택했어요.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풍토병이나 전염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의관을 카자흐스탄으로 간 것도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이었고요. 카자흐스탄에서 경험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곳에서 ‘고려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스탈린 시대, 연해주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채 살아온 사람들과 그들의 자손들을 보면서 우리 역사의 아픈 한 단면도 알 수 있었죠.”

그는 외교부 산하단체인 ‘국제협력단’에 뽑혀 가족과 함께 카자흐스탄에서 2년 넘게 생활했다. 이 교수가 카자흐스탄으로 떠날 때 그에게 아내와 6개월 된 아이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품은 마음이라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데리고 간 낯선 땅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에서 아이에게 호흡곤란이 온 적이 있었어요. 한국에 있었으면 중환자실에 가야 할 상황이었죠. 하지만 현지 병원사정도 잘 모르고 의료 수준도 떨어져서 병원에 갈 수 없었어요. 제가 일일이 책을 찾아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은 후에야 아이 상태가 호전될 수 있었죠. 의사인 저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아이가 아플 때 그 어머니 심정이 어떻겠어요.”

평생 의료 봉사를 다니고 싶은 그의 꿈과 타지에서 힘들었던 기억들은 그가 다문화 가정을 돕는 큰 계기가 됐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는 ‘다문화 가정 병원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교수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과 다문화 가정 지원 센터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다.

“병원 근처에 다문화 가정이 유독 많은데, 어머니들에게 병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엔 외국어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환자마다 상황도 너무 다르고 언어도 달라서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그분들을 초청해 병원 체험을 시켜 드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이에 이 교수는 한국에 온 지 6개월 이내, 한국어가 미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B형 간염 항체 검사와 예방 접종을 했다. B형 간염 예방주사는 녹십자가 협조했다.

“그분들이 병원에서 접수하는 방법부터 진료, 피 검사까지 병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체험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지난해 10월에는 아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질환과 필요한 예방 접종에 대한 강의도 진행됐습니다. 실제로 겪어보니 병원이 그리 어렵고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1월에는 다문화 가정 센터 실무자들과 한림대 병원 측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양측은 다문화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과 프로그램의 확장을 위해 논의했다. 그 결과 오는 22, 29일에 지난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보다 접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번에 횟수도 늘리고 의료진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질의응답 시간을 늘렸어요. 저희가 생활 깊숙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거 같아서요. 다문화 센터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문화 가정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시는 게 어떤 건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교수의 앞으로의 계획과 꿈에 대해 물었더니, 어릴 때 품었던 꿈을 이어가고 있다고 답한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것으로 남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어릴 때부터 제3 세계 국가에 가서 봉사하는 것을 꿈꾸고 있는데, 지금은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다문화 가정과 교류가 어릴 때 품었던 제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시혜적 눈길이 아니라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야흐로 환절기인데요, 환절기에는 독감 이외에도 호흡기 질환이나 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들도 문제가 되니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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