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결정 대학본부 일방통보식…학생들 반발


대학들이 경쟁력 낮다는 이유로 학과를 일방적으로 폐과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학교측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취업률 등이 낮은 학과의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폐과 공지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거나, 폐과 결정 과정에 학생들을 배제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청주대는 최근 지리교육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들과 마찰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사범대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정원의 20%를 감축해야 하는 청주대는 지리교육과를 폐과하고 한문교육과 3명, 수학교육과 3명, 음악교육과 2명 등 모두 38명을 감축키로 했다.

하지만 폐과 당사자인 지리교육과 학생들과 교수들의 의사 결정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본부기획처와 나머지 사범대 학과장들의 합의로 지리교육과의 폐과를 결정, 일방 통보하면서 구성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학과 신입생들의 반발은 더욱 크다. 대학본부가 폐과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신입생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서야 폐과 사실을 알았고, 입학하자마자 학과가 사라지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진 기획예산평가팀장은 “신입생을 모집하고 선발할 때는 폐과여부를 확정짓지 않았기 때문에 통보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일방적 폐과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폐과 철회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지리교육과 박인호 학회장은 “당초 학교는 지리교육과의 폐지가 아닌 사범대 전체학과의 정원을 균등하게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얘기를 했었다”며 “하지만 교과부에 폐과 계획서를 제출하기 4일전에 구성원 동의도 없이 취업률 등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지리교육과를 폐과하기로 결정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신입생까지 뽑은 상황에서 42년 역사의 학과를 구성원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4일 만에 폐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에 취업률의 잣대를 들어 폐과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임용고시가 아닌 취업준비만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지리교육과 학생들은 폐과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난주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모아 시위를 벌인데 이어 수업거부, 자퇴서 제출, 언론광고 등 학교에 대한 압박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같은 지역 국립대인 충북대도 올해 사범대 컴퓨터교육과를 폐지하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겪었다. 다만 청주대와 달리 신입생들에게 서면으로 폐과를 공지했고, 이 학과 학생들에게는 우선적으로 전과·복수전공 등의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컴퓨터교육과 학생들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학본부와 교수들간 합의만으로 이뤄진 폐과 결정을 재학생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충북대 안모씨(컴퓨터교육과 2)는 “이미 학교와 교수들간 폐과 합의를 해놓고 학생들에게는 통보만 했다”며 “이렇게 폐과될 줄 알았다면 이 학과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지영서대학도 경찰경호과 등 총 4개 학과를 일방적으로 폐과 통보하면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 대학 총학생회를 비롯해 대의원회, 동아리연합회, 관광비즈니스중국어과 재학생, 경찰경호과 재학생들은 학장실 점거하고 “학생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폐과 결정은 부당하다”며 폐과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마찰음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빈번하게 일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학 구성원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대학본부의 일방통보식 결정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주대 한 교수는 “지방대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요가 낮은 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해당학과의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진행 절차다. 대학본부가 학과의 존폐를 단순히 경영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학생들을 학교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과부 교원정책과 이강복 사무관도 “사범대 평가를 통한 정원감축 등 교과부가 권고한 구조조정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하라는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학과를 폐지하라고 한 의미가 아니다”라며 “특히 학생들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과를 통보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청주대의 경우 폐과에 대해 재논의 하라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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