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총장이 되려면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대학행정의 충분한 경험, 둘째는 뛰어난 학문적 성과다. 신임 총장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은 김숙자 배화여자대학(이하 배화여대) 신임 총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 총장은 명지대 법정대학장, 같은 대학 사회교육대학원장,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 부총장 등을 거치며 충분한 대학행정을 경험했다. 또한 국내 민법 중 특히 가족법 분야의 권위자로 사법시험 민법분야 출제위원을 역임하고 논문 100여 편을 발표하는 등 연구에도 힘써왔다.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난 3월 28일 김 신임 총장을 만났다. 김 총장은 “4년 후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단임만 하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대답, 그의 배화여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4년제 전환에 대한 당위성과 글로벌 여성 CEO대학 등 대학의 발전방안도 조목조목 짚어냈다. 배화여고 출신으로 49년 만에 배화학원으로 돌아온 김 총장과 대학의 새로운 비전을 함께 나눴다.

-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전반적인 느낌은 어떤가

“한마디로 무한한 잠재력을 느꼈다. 우리 대학은 113년 역사를 자랑하는 배화학원을 모태로 세워졌다. 이런 유구한 역사와 전통 아래 평균 12대 1이라는 높은 입시경쟁률, 대기업 취업률 1위, 교육역량강화사업 및 브랜드사업 선정 등 우수대학으로 인정받아왔다. ‘아담하지만 강한 대학’이라는 설명이 적합할 것이다. 다만 한정된 부지에서 어떻게 교육공간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배화여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기독교 정신 아래 설립된 것이다. 믿음·소망·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정직·근면·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둘째는 지리적 요건이다. 교통·문화·교육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서도 그 중심지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셋째는 전통과 최첨단을 아우르는 학과 구성이다. 전통조리학과부터 컴퓨터정보학과에 이르기까지 차별화·특성화한 학과를 보유하고 있다. 넷째는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세계 유수대학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어학연수 및 해외인턴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상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면 타 대학과의 경쟁에서 분명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취임식에서 4년제 대학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배화여대의 위상을 높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여성고등교육 수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년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과밀지역인 수도권에는 4년제 대학의 신설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종시 형성과 더불어 수도권 과밀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은 법 개정을 한층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배화여대 자체적으로 혹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공조해 법 개정운동을 추진, 4년제 전환의 큰 기틀을 마련하겠다. 또한 그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우수교수 양성 및 초빙 등 교수역량 강화 작업을 비롯한 학내 모든 업무의 4년제 전환을 준비 중이다.”

- 4년제 대학이 된다면 기존 4년제 여대와 어떻게 차별화를 둘 것인가

“기존 4년제 여대가 이론과 학문에 주안점을 뒀다면, 우리는 실용적 학문교육에 초점을 두고 차별화를 꾀할 것이다. 고등전문직업교육기관으로의 노하우, 113년 역사의 배화학원에서 나오는 인적·물적 자원 등은 충분하다. 또한 실용적 교육을 통하여 여성 CEO를 계속 배출할 수 있다면 향후 기존 여대들보다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 김숙자 총장과 대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사장(오른쪽)

- ‘글로벌 여성 CEO대학’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은

“배화여대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과 활동(자격증·저작권·특허 및 실용실안의 출원) 등을 실용화·상품화하여 가칭 ‘배화컴퍼니’를 설립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전공과 관련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범위를 세계로까지 확대한다면 충분히 글로벌 여성 CEO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학과 특성에 맞춰 개설된 다울(전통떡·한과)·물들(전통문화관광상품)·사라능단(전통옷) 등의 동아리를 창업인큐베이터인 배화컴퍼니에 입주시켜 성장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 전문대학의 가장 큰 화두는 취업률 향상이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그동안 우리 대학은 취업률보다 취업의 질 관리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대기업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졸업생들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는 증거다. 올해부터 대학 정보공시의 취업률 산출방법이 100%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하고, 유지취업률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취업률 지수가 더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취업지원실 기능을 강화해 분야별 취업대상자를 집중관리하고 체계적 취업지도를 위한 잡스테이션(Job-Station)을 운영하는 등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학생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 전문대학의 위기라는 말을 한다. 대책은 있는지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고갈되어 전문대학 뿐만 아니라 국내 고등교육기관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주가지수가 내려갔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다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라가는 주식도 있다. 우리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학과는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산업의 흐름에 맞춘 학과의 신설 및 교과목 개선에 집중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불황속에도 안 떨어지는 주식처럼 위기보다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 명칭변경, 수업연한 다양화 등 전문대학 관련 법안이 수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전문대학은 우리나라의 산업활성화에 중추적인 영향을 담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4년제 대학에 비해 차별을 받아왔다. 하지만 학장에서 총장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을 시작으로 전공심화과정의 운영, 대학교로 명칭변경, 간호과 4년제 전환 등을 통해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의 하위 교육기관이 아닌 동등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자긍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런 자긍심만큼 책무도 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객관적 합리적 평가시스템에 의한 교육의 질적 관리 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자·타율적 관리 및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 1984년부터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아왔다.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교수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품성과 인격, 교양과 도덕을 함께 가르치는 인생의 선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자기성찰이 필요한 직업이다. 또한 교수는 연구업적과 강의평가 등을 통해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의 척도를 스스로 깨닫고 가늠할 필요가 있다.

- 임기를 마친 뒤 대학 구성원에게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법을 전공해서인지 원칙우선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이러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 배화에 머무는 동안 ‘원칙에 충실한 총장’ 그리고 ‘배화의 발전에 기여했고 배화가족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숙자 총장은...
1944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1984~2009년까지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직을 지내면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 한국여성정치연맹 부총재, 한국민사법학회 부회장,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배화여대 총장에 선임되기 직전에는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 부총장을 맡았다. 


<대담 = 박성태 사장, 사진 = 한명섭 기자, 정리 = 조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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