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본지공동기획] 대학경쟁력 교육에서 찾다(9) 전북대

전북대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올인했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서거석 총장이 앞장서 ‘학생 취업·교육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앞선 4년간 교수 연구경쟁력 제고에 집중해 성과를 낸 데 이어 ‘2단계 성장’의 화두는 학생 경쟁력으로 바꿔 잡았다. 교수와 학생 모두 경쟁력을 튼실하게 다져 자연스레 대학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전북대의 방향 전환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그간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전북대는 2009년 사업성과 최우수, 2010년 사업계획 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개별 프로그램도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09년 교육프로그램 ‘학습콘텐츠 풀(pool) 프로그램’, 2010년 취업프로그램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이 우수사례로 뽑혔다.

■ 직접 학습콘텐츠 만들며 포트폴리오 효과도 =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학습콘텐츠 풀 프로그램’. 학생들에게 콘텐츠 개발 방법과 시설·장비를 제공한 뒤 교과목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입식·일방향 교육에서 탈피해 수요자인 학생들이 직접 새로운 학습법을 내놓는 계기가 됐다. 수업을 들으며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을 풀어 설명하거나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콘텐츠에 담아 교수나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을 줬다.

1차적으로 학생들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학습내용 검토·수정작업을 거치며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복습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완성된 콘텐츠는 웹에 올려 다른 학생들도 이를 활용토록 해 2차적으로는 가르치는 입장도 된다. 콘텐츠 제작·공유가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계기가 돼 학생들은 교육 과정의 ‘프로슈머’가 되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잘 가르치고 창의적으로 배운다”는 말로 요약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신선한 학습법을 제시, 피부에 와 닿는 학습법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인오 연구원은 “그간의 교육 방법과 차이가 있는 ‘바톰-업(Bottom-Up)’ 방식의 수요자 중심 프로그램”이라며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도 참고할 정도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한 교과목에 대한 학습 콘텐츠가 30~40개까지 나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해를 거듭하며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수업 자체의 짜임새가 탄탄해졌다. 실험·실습 등 교수가 학생들 모두를 맨투맨으로 가르치기 어려운 내용을 동영상으로 찍어 웹에 올리는 게 좋은 예다. 글이나 이론으로만 배워서는 실제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사례들도 콘텐츠에 담겨 피부에 와 닿는 학습이 가능하다.

지난해 전북대가 자체적으로 연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총장상을 수상한 김지연(지구환경과학과 졸)씨는 “예비 교사가 미취학 아동들을 가르치는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어 상을 받았다. 플라스틱병을 가열하는 실험을 동영상으로 찍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생생한 반응을 콘텐츠에 담아 유아교육 쪽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프로그램이지만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키우는 몫도 톡톡히 해낸다. 학생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그 자체로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이와 함께 콘텐츠 제작, 발표 과정에서 취업에 필요한 프레젠테이션과 기획 능력도 습득할 수 있다. 선인오 연구원은 “학생들의 자기 PR 등 취업 준비에도 강점이 있다.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내용이라 스펙 쌓기보다 오히려 취직 후 능력을 발휘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턴십보다 폭넓고 부담없게” 진로 차별화 = 학습콘텐츠 풀 프로그램으로 기초 실력을 다지고 나면 실전용 취업 대비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3명의 학생이 한 팀을 이뤄 3개 이상의 기업을 탐방하는 내용으로, 취업에 실질적 도움이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북대는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이 프로그램으로 126개 팀 286명이 관심을 가진 기업을 찾았다. 기업 탐방에만 그치지 않고 20개 우수팀을 자체 선발, 공개발표회를 열어 프로그램 성과를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업 대상자 중 약 26%가 탐방한 기업이나 동종 업종에 취업하거나 인턴으로 선발됐다.

기존 인턴십과의 차별화를 시도해 학생 진로 파악 및 설정에 힘쓴 점이 인상적이다. 한 기업체에서 상당기간 일을 배우는 인턴십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 짧은 시간 동안 몇몇 희망기업을 방문케 하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특정 분야 취업에 뜻을 굳혔다면 해당 분야 인턴십을, 그렇지 않으면 이 프로그램을 택하는 게 낫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프로그램 참여 후 롯데쇼핑 시네마 사업본부에 취직한 오동근(전자공학과 졸)씨는 “확신이 있다면 한 회사에만 있으면서 배우는 인턴십이 낫겠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막연하다면 이 프로그램이 좋은 것 같다”며 “특히 2~3학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인터넷으로만 알아보는 것과 직접 사람들을 만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

특히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장점이 있다. 기존 기업 채용설명회나 탐방은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설명 형식이 대다수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거나 궁금한 점은 물어보기 어렵다. 반면 이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인사 담당자나 선배들을 만나 세세한 얘기를 듣고 물을 수 있어 해당기업 취업을 위한 ‘족집게 과외’가 됐다는 평이다. 희망하는 기업에 직접 연락한 뒤 필요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찾아가므로 효과 또한 크다.

진로 구체화나 변경에 필요한 ‘예방주사’ 역할도 겸한다. 종합인력개발원 이주현씨는 “3학년 때까지는 취업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기업을 방문하고 나면 생각했던 게 맞는지 다른지도 알 수 있다”며 “자신의 진로를 뚜렷이 정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 계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원래 희망했던 기업이나 직종으로 진출 않더라도 실패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북대 벤치마킹하자” 국내외 대학 관심

전북대 교육역량강화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도 컸다. 본부가 직접 학생 취업·교육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전폭적 지원에 나선 것을 비롯해 ‘다빈치 프로젝트’란 이름의 대학 차원 전체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효과를 극대화했다. 사업 성과를 체계적 정리·발표해 DB화를 병행한 점도 다른 대학들의 관심을 받았다.

다빈치 프로젝트는 전북대가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다빈치와 같은 인재로 학생들을 길러내겠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융합과 통섭이 강조되는 추세에 따라 △책벌레 기르기 프로그램 △차세대 전문가 기르기 프로그램 △교수법 개발 및 교육 지원 △기초교육 활성화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 △국제경쟁력 강화 프로그램 등 전방위적 학생 지원으로 교육·취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말 전북대가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사례들을 발표한 ‘다빈치 위크(week)’에는 원광대·영남대·우석대 다른 대학의 실무자들이 방문해 벤치마킹하는 계기가 됐다. 교수부터 학생들까지 참가한 다양한 전공별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받았다. 내실 있는 프로그램들을 한 자리에 모아 1년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의 모티브로 삼았다.

해외 대학이 전북대 프로그램을 배워간 사례도 있다. 일본 메이지대와 교육대학원대학 보직 교수와 실무자들이 학습콘텐츠 풀 프로그램 벤치마킹 차 전북대를 찾은 것. 메이지대가 교육프로그램을 전수받겠다며 직접 전북대에 방문을 요청했다. 학생들이 주도한 맞춤형 콘텐츠 제작으로 웹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점이 해외 대학의 발길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잘 가르치는 대학 성공하는 교두보 삼겠다”
[인터뷰] 서거석 전북대 총장


-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된 전북대의 차별점은.
“학생들의 취업 의식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도 수요자인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TOEIC이나 취업클리닉 같은 개별 프로그램에 매몰되지 않고 교육·취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프로그램인 ‘큰사람 프로젝트’·‘다빈치 프로젝트’ 등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했다. ‘벤치마킹하기보다 벤치마킹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실제로 국내외 대학에서 전북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의 장점을 꼽자면.
“학습콘텐츠 풀 프로그램이나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 모두 학생들의 주체성을 길러주는 자기주도적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요자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배울 수 있게 한 점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학생 교육과 취업 모두 주입식 스펙 쌓기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게 최대 장점이다.”

- 특히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과도 연동돼 관심이 커졌다.
“올해부터는 ACE사업과도 연동돼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이 더 중요해졌다. 큰 틀에서 보면 두 사업 모두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 연속성이 있다. 전북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고, 개별 프로그램 우수사례에도 연이어 뽑힌 실력을 갖고 있다.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ACE사업 선정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 연임 후 줄곧 학생 교육·취업경쟁력 강화를 얘기했다.
“지난해까지 교수 연구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구성원들이 한마음이 돼 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뒀고, 각종 대외평가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교육·취업경쟁력 강화에도 나서 전체 대학의 체질을 튼튼히 하겠다는 의미다. 교수들이 강해지면 학생들의 실력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여기에 대학 본부가 직접 학생들 케어에 나서면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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