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시설 통합배치, 사이트랩 분산배치 주장 제기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분산 배치설 등 입지 논란과 관련해 한 곳에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을 몰아주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설이 나왔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 핵심 시설 배치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8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설에 따르면 이들 핵심 시설은 통합 배치되고, 기초과학연구원 분소 또는 분원으로 명명될 ‘사이트랩’ 50개 중 25개는 전국 주요 거점에 분산 배치키로 했다. 이와 함께 과학벨트위원회에 예산 편성안을 보고해 총 3조 5000억원 규모의 전체 예산 중 분산 배치되는 25개 사이트랩에 1조 2000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과학벨트 핵심 시설이 한 지역에 통합 배치돼 ‘기초과학 살리기’란 당초 명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과학기술계 중심으로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나눠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교과부는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배치에 대해 결정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교과부는 또 예산 편성안을 마련해 보고한 사실도 없으며, 과학벨트 입지와 예산 등 주요사항은 과학벨트위원회가 향후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간 과학벨트는 지역간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핵심 시설이 각각 다른 지역에 들어서는 내용의 분산 배치설까지 나돌아 “표심에 따른 나눠먹기”란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경북 유치를 약속했다는 설에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삼각 테크노벨트’가 분산 배치와 유사한 형태란 추측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각 지역과 행동을 같이 한 대학가는 통합 배치설에 일단 긍정적이다. 분산 배치설에 쌍수를 들고 반대했던 충청권은 물론, 타 지역도 ‘정치 벨트’란 지적을 들을 만큼 과열됐던 분산 배치 논란이 일단락된 게 다행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핵심 시설 통합 배치’란 원칙만 세웠을 뿐, 최대 관심사인 입지 선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한국한림공학원 정회원인 김병식 초당대 총장은 사이트랩 분산 배치에 주목했다. 그는 “광범위한 기초과학 분야를 아우르는 50개 사이트랩 중 25개 분산 배치는 타당하다”며 “대구·대전·광주 등이 R&D 특구로 지정된 점을 감안하면 특색에 맞춰 연계하면 된다. 선진국에서도 기초과학 사업단이나 연구소가 나눠져 있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 분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과학벨트는 국가적 차원 R&D 틀을 바꾸는 작업이다. 과학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정치 쟁점화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지역간 유치 분쟁보다는 대학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학과 산업, 연구를 어떻게 연계시킬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학벨트가 어디에 입지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이들은 과학 선진국도 연구 기관을 분산 배치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핵심 시설 통합 배치와 사이트랩 분산 배치 병행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백 총장은 “포스텍의 역할이 있다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 총장 역시 “지역별 산업 특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민현희 기자 paper81·mhhp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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