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판 신문에 발행중단, 회수… 교지대 삭감도 단행

학교를 비판한 대학언론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보의 발행이 중단되거나, 교지예산 전액이 삭감되기도 한다. 이미 배포된 신문이 강제 회수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학의 강경대응에 대학언론이 점차 비판적인 목소리를 잃어가자 곳곳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건국대에선 11년 만에 건대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등록금 관련 기사를 두고 주간교수와 학생기자들이 마찰을 빚은 상황이어서 ‘언론탄압’이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발행 예정이었던 건대신문은 기사 한 꼭지 때문에 인쇄가 금지됐다. ‘인상률과 침묵사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 때문이다. 건국대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7%로 등록금을 올렸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재학생들에 대한 비판이 주 내용이다.

학생기자들은 이 기사를 1면 메인에 배치했지만 주간교수인 정동우 언론홍보대학원 교수가 “학내분란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다른 면에 게재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이 편집 마감 직전까지도 1면 게재를 고수하자 주간교수가 결국 인쇄 금지 조치를 취한 것.

건대신문 이수빈 편집국장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 기사이기 때문에 1면 배치를 주장한 것이다.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자 교수가 인쇄를 금지시켰다”며 “주간교수와 기자들이 마찰을 빚은 적은 많지만 발행 자체를 금지한 것은 11년만에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를 비판한 교내 잡지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대학도 있다. 중앙대는 지난 2009년 재단과 총장을 비판하는 글과 만화를 실었다는 이유로 교지 ‘중앙문화’를 강제로 수거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교지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후 ‘중앙문화’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낸 교지대금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던 지난 2월 학교측이 학생들이 교지대를 낼 수 있는 창구마저 차단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다. 학생회비를 납부할 때 교지회비도 함께 낼 수 있도록 고지서에 포함되던 교지대(2000원) 항목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사실상 폐간조치’라며 강력 반발했고, 중앙대는 7일 총장단회의를 열고 “학생회비를 3000원 인상하고 여기에 교지대를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학내 언론에 대한 탄압은 세종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종대는 옛 재단이 복귀한 뒤 학보사 담당 교수를 교체하고 재단과 대학에 비판적인 기사는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생활협동조합 외주 전환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세종대는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운영되던 기존 생협을 일방적으로 외주로 바꿨다. 이에 대해 생협과 총학생회가 반발하면서 일간지 등 다양한 언론 매체에 보도됐다. 그러나 정작 학내 언론은 생협 강제 교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균관대에서는 교지 편집위원이 해임되고 동덕여대에서는 학보사 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사태도 있었다. 대전 한남대에선 이미 배포된 신문이 모두 회수되는 사례도 있었다. 모두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실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 때마다 학교측의 입장은 한결같다. “대학에서 발행하는 매체가 너무 비판적인 것은 문제”라는 것.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지만 발행인은 총장이고, 발행비도 학교에서 내는데 너무 비판적인 논조로 학내 분란을 유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의 태도에 대학언론이 점차 비판적인 목소리를 잃어가자 곳곳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국대를 졸업한 한 학생은 “요즘 신문을 보면 예전에 비해 학교에 우호적인 기사 일색”이라며 "대학신문은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제대로 학교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대학신문을 지도, 관리하는 주간교수 사이에서도 나온다. 한 지역대학 주간교수는 “군사독재 시절에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최근 대학가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학언론의 비판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대학의 자정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신문 발행을 총장이 하고 발행비도 학교에서 낸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기사를 차단하지만, 사실 그 비용도 결국 학생들 등록금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전국대학신문주간교수협의회장인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대학이 힘을 내세워 학생들의 언로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대학언론이 학내의 문제거리를 함께 논의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공론장이 돼야 대학의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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