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등 세계 IT업계 주목한 '한싱 컴퓨터 칩' "가짜"

IBM 등 세계적 IT업계로부터 관심을 모았던 한싱 컴퓨터 칩 개발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 칩 생산도시를 만들겠다던 중국 상해의 비전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한싱 컴퓨터 칩 시리즈 개발을 위해 정부와 학교로부터 각종 연구 특혜를 받은 책임연구원이 그동안 연구 결과를 조작, 발표해오다 최근 학교로부터 뒤늦게 이같은 사실이 발각된 때문이다. 이른바 '중국판 황우석' 사태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의 유명 연구중심대학인 상해교통대학은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에 들어갔던 한싱(Hanxin) 컴퓨터 칩 시리즈는 가짜였으며 한싱 컴퓨터 칩 개발 책임 연구자였던 첸 진 마이크로전기공학대학장을 사기 혐의로 면직시켰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한싱 컴퓨터 칩은 지난 2003년 한싱 1을 시작으로 상해에 위치한 SMICS(중국의 대표적 반도체 회사)와 IBM 등으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아왔다. 상해 정부는 이들 컴퓨터 칩 생산으로 중국의 비약적인 컴퓨터 산업 발달을 기대, 중국 정부가 과학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우수과학자 지원프로그램인 '장강 과학자'로 첸 진 학장을 선정하는 등 그에게 각종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상해정부의 이런 기대는 첸 진 학장의 연구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거품이 됐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이 연구를 이끌던 첸 진 학장은 한싱 컴퓨터칩의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스 실험을 모두 조작하도록 직접 지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첸 진 학장은 정부, 상해교통대학, 상해시 정부, 관련 정부 기관 등에서 뽑힌 기술감사원들 역시 속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중국 정부의 연구감시체제에도 큰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과학기술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 위원회는 곧바로 첸 진 학장의 연구와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중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교육부도 첸 진 학장에게 주었던 '장강 과학자'의 지위와 지원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 조작 사건으로 상해정부는 물론 중국 명문대학으로 최근 명성을 높여왔던 상해교통대학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사건은 책임연구자가 하급연구원에게 연구 조작을 지시하고, 기술 감사원들을 교묘하게 속여왔다는 점, 또 연구조작을 놓고 국가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끔 언론플레이를 벌여왔다는 점에서 국내의 황우석 사태와 유사하다. 이달초 일본 도쿄대 다이라 가즈나리 공대 교수가 리보핵산(RNA) 관련 논문 조작으로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발생한 이번 사건은 과학계의 연구 윤리성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와 일본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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