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 기자

“서남표 총장이 KAIST에 취임한 지 2년 정도 지났는데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와 학계의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KAIST는 제대로 하고 있는데 서울대는 왜 그렇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2008년 10월 KAIST에서 열렸던 국회 교과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한 발언이다. 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서 총장 띄우기로 화제가 될 정도로 주목 받았다. 당시 KAIST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1위를 ‘싹쓸이’ 한 터라 의원들은 모처럼 여야 할 것 없이 서 총장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교과위 긴급 현안보고는 사정이 달랐다. 서 총장 ‘띄우기’는 불과 몇 년 만에 ‘죽이기’로 바뀌면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책망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안민석 의원은 “서남표 총장님. 고스톱 칠 줄 아세요?”라고 운을 뗀 뒤 “KAIST의 징벌적 등록금제는 0.01점 당 6만원을 내는 전 세계 대학에서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학사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타임스 세계대학순위를 들면서 KAIST 띄우기를 옆에서 거든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13일 서남표 총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등을 돌렸다.


이날 현장에서 지켜본 교과위 전체회의는 무려 4명의 학생이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쟁위주의 교육 현실에 대해 자성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서 총장의 거취, 특히 ‘용퇴’를 촉구하는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다.

물론 이번 KAIST 사태의 책임은 ‘제도’가 아닌 ‘사람’에게 물어야하고 이 제도를 기획한 서남표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총장 사퇴와 졸속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흔들기에 앞서 서 총장의 독선적인 학교 운영을 마치 시류인 양 치켜세우고 부추긴 사회에는 책임이 없는지부터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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