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수준 실적에 고급 인적자원까지 겸비해

IT를 비롯한 공학 각 분야에서 경북대의 실력은 전국적으로 인정받는다. 1970년대부터 특성화에 나서 최고 수준의 인재풀(pool)로 정평이 났다. 실제로 삼성·LG·SK 등 유수의 전자·가전업체 임원진에는 경북대 출신이 대거 포진해있다. 서울대나 KAIST 출신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경북대 의대의 전통 또한 녹록치 않다. 옛 명성이 아니라 객관적 연구력에서 전국 상위권으로 꼽힌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그간 뛰어난 성과를 거둬온 데는 이처럼 탄탄한 기본 인프라가 깔려있다. 국책공과대학사업부터 BK21·NURI사업까지 계속 선정된 저력이 밑바탕이다. 산학협력의 핵심인 R&D 고급 기술인력 배출에 자신감을 가진 만큼 물적 기반이 조성되면 더 큰 도약이 가능하다. 특히 지역에 들어설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와 연계한 의공학, IT 의료 산업이 본격 활성화되면 이 분야 산학협력의 메카로 부상할 전망이다.

  

■ 광역권인재양성사업·산중대학육성사업 ‘양날개’ = 각종 사업 선정 결과가 산학협력단의 실적을 입증한다. 경북대가 수행 중인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이하 광역권 인재양성사업)과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이하 산중대학 육성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산학협력사업이다.

선정에만 그친 게 아니다. 사업 진행 성과도 좋다. 광역권 인재양성사업은 중간·연차평가에서 전국 20개 대학 중 최다인 13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전국 4개 대학 뿐인 1·2단계 연속 선정 산중대학 육성사업에서도 중간평가 결과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역시 인센티브와 사업비 증액 효과가 뒤따랐다.

광역권 인재양성사업은 의료기기와 실용로봇 두 분야로 나눠 특화 교육 트랙을 만들었다. 대구·경북 지역 첨복단지 신산업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내는 의미가 크다. 기존 커리큘럼을 사업 센터의 ‘IT 융복합’ 정체성에 걸맞게 대폭 개편하고, 90여개 기관과 산·학·연·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학내외 노력이 더해졌다.

산중대학 육성사업은 산업체 현장의 애로점 해결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게 성서산업단지에 입주해있는 공용장비센터다. 기업들 입장에선 첨단기술과 장비를 빠르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어 개발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의 ‘일석이조’로 이어진다. 장비 활용과 산업체 컨설팅로 인한 R&D 활성화가 기업 잠재력을 길러주는 효과도 낳는다.

이 같은 대학과 기업간 끈끈한 협력관계는 사업 활성화의 원동력이 됐다. 가족회사를 지정해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교수들이 이들 기업의 전략적 기술경영을 전담하는 CTO를 겸직했다. 기술이전과 정부 과제 수주를 비롯해 기술 지원·자문 등이 가능한 구조다. 기술인력 구인난에 시달리던 지역 업체들의 경우 사업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을 채용해 걱정을 덜었다.

■ 주문식교육 OK! 산업체 고민? ‘핫라인 센터’로 = 유수의 대기업 채용이 보장되면 우수 학생들이 모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북대의 산학협력 맞춤형 주문식 교육은 취업과 동시에 현장 적응이 가능케 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산업체 임직원을 교수진으로 영입해 강의실에 현장감을 불어넣은 것도 수요자 중심 교육 전환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경북대는 ‘삼성전자가 사랑하는 대학’으로 꼽힐 만하다. 입학생 전액 장학금 혜택, 졸업 후 삼성전자 취업 보장이란 파격 조건을 내건 모바일전공 계약학과 설립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STP) 운영 대학으로도 선정됐다. 경북대는 IT대학 학부 교과 과정에 STP 내용을 반영하고, 삼성전자는 운영비로 매년 1억원을 지원하며 우수 STP 이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외에 ‘(주)고려아연 트랙’ 같은 특정 기업과 이 분야의 우수학생을 연결짓는 산학협력 장학제도가 눈에 띈다. 트랙에 따라 금속신소재공학과 학생 중 일정 인원을 선발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고 졸업 후 우선채용하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취업 보장이, 해당 기업에도 우수인재 조기 확보와 인지도 상승 효과가 있어 반응이 좋다.

산업체 고민을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는 핫라인 센터는 지역 업체들의 상담센터와 사랑방 역할을 겸한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산업현장 기술지원 핫라인 센터는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자문 업체 1100여개에 자문 횟수가 4500여회에 이른다. 애로기술 상담·자문에 그치지 않고 자체 보유 연구소가 없는 기업체에는 대학 연구실 문을 열어 부설연구소화하는 ‘개방형 자문’에 나섰다.

대학 차원의 적극 지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북대는 전자공학부·컴퓨터학부·전기공학과를 확대 개편해 산학협력의 중추 역할을 맡는 IT대학으로 독립·신설했다. 광역권 인재양성센터를 총장 직속 기구로 설치해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센터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의 책임 시수를 줄여 산학 맞춤형 인재 양성의 채비를 단단히 갖췄다. 학생은 프로그램 이수를 학점으로, 교수는 사업 참여 실적을 업적평가 반영 요소로 인정해주고 있다.

경북대 ‘신기술창업전문회사’ 전망 밝다
설립신청… 민간펀드로 조성, 전문CEO 영입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그간 준비해온 야심작을 곧 선보인다. 대학이 100% 지분을 보유하는 신기술창업전문회사 ‘(주)CEST(Center for Embedded Software Technology)’가 그것. 이미 연구소 형태로 골격이 갖춰졌으며 이달 말 대구 R&D 특구지원 1호 회사로 설립을 신청한다.

특이한 점은 민간에서 펀드를 조성해 회사 설립 자금을 댄 것이다. 통신업자와 사업체들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통신 관련 연구를 지원하자는 뜻을 모았다. 수익의 자유로운 이월·적립이 가능해지는 등 예산 활용에 융통성이 있어 국립대인 경북대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다.

CEST는 이름 그대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통신기술을 비롯한 IT 분야 활용도가 높다. 경북대 교수들이 R&D에 집중하고 경영은 전문CEO가 맡는다. 올해 첫 매출로 약 50억원을 잡는 등 전망이 밝다. 대학이 R&D 사업화부터 상품 개발·판매까지 전주기적 개발 시스템을 정립할 계획이다.

김인산 산학협력단장은 “학교기업 등 대학들이 기존에 만든 회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매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우수 연구인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력적 예산 운용이 가능하므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회사 운영을 맡기겠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 경쟁한다는 의미”라고 힘줘 말했다.

“고급기술인력 머물 ‘특화 출연硏’ 바란다”
[인터뷰] 김인산 산학협력단장

-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차별화된 점을 꼽는다면.
“경북대는 전통적으로 IT 분야가 활성화됐다. 이 분야 국내 산업의 주역을 경북대가 많이 배출했다. 기술력과 교육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게 차별화된 장점이다. 산학협력 사례 대부분이 이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연스레 강세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역에 관련 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실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고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해도 정작 산업체가 없어 수도권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IT와 의료를 접목한 신기술의 경우 유망산업으로 키울 만한데 실질적 유인책이 부족하다. 첨복단지를 비롯해 정부가 투자 의지를 갖고 산업을 일으킨다면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인가.
“고급 기술인력이 정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산학협력의 근간은 결국 R&D 인력이다. 미래산업인 기술산업이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업체들이 대학과 함께 또는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R&D에 투자하고 싶어하는데 박사급 인력이 남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실 고급인력을 대학이 소화하기는 어렵다. 우수인력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부 출연 특성화 연구소가 설립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지금 있는 출연 연구소들도 통폐합하는 마당에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융합학문으로 특화된 연구소라면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의공학연구소를 세워 IT·의료 분야를 다루면 첨복단지와 함께 사업화나 기술이전 할 수 있는 터전이 생기는 셈이다.”

-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특허 출원 등 산학협력 실적이 이미 교수업적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교수 임용시 산업체 경력 반영 여부 등 교과부나 지경부가 산학협력 실적의 폭넓은 활용을 요구해 내부 검토 중에 있다. 특히 지경부 사업 응모과제 중에는 이를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 우선 공과대학·IT대학 위주로 산학협력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대학의 R&D 기술을 바로 사업화해 상품 개발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시스템 체제로 전환하는 실험에도 나선다. 이달 말 회사 설립을 신청하는 신기술창업전문회사가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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