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명 숭실대 철학과 교수

요즈음 정부를 포함한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높으며, 특히 대학에서 개혁문제로 논의가 분분하다. 원래 ‘개혁(改革)’이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이며, 비슷한 말로 ‘혁신(革新)’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뜻한다. 대학가에서는 상시정원관리제도나 교육역량강화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 개혁에 갈음하고 있다.

그런데 새롭게 뜯어고치거나 바꾸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개혁이며 어떤 내용의 개혁인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 대학에서의 개혁은 일반 사회의 형태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교육의 이념 및 목표를 전제해야 하거니와 대학인의 자율성을 토대로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명분을 내세워도 기본적인 것은 실용성이나 효용성, 효율성의 강조에 있으며, 이른바 대외 경쟁력강화에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대학구성원 다수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이러한 논의들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노정되고 있다.

역사발전의 원동력인 새로움의 추구는 개혁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공감한다. 이른바 시대에 대한 비판정신은 곧 새로움을 추구하는 서구의 근대정신이며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에 있어 비판은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탐구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가능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사숙고이며, 아울러 그것의 한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려이다. 우리가 겸허하게 성찰해야 할 두 축인 가능성과 한계는 지금도 지극히 타당한 시사점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그 한계도 아울러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급급하여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돈키호테식의 과대망상의 우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다. 역으로 한계를 미리 정해놓고, 가능성마저 펼치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보다 과장하여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아니요, 지나친 피해의식 또한 아니다. 건전하고 균형 있는 개혁이 어떤 조직이나 제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 구성원이 지닌 여러 갈래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되,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다른 저의나 목적으로 인한 부작용이 가능한 한 없어야 개혁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구성원의 동참 없는 개혁은 실패하고 만다. 구성원이 동참하기 위해선 투명하고 공정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 개혁의 결실이 고르게 배분되어 소외되는 부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조직을 통합하고 이끄는 리더의 몫이다. 리더의 역할이 각별히 중요하다는 말이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탁월한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며 개개인이 지닌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런데 리더와 구성원간의 관계는 상호보완관계이다. 일방적이 아니라 소통적이어서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리더의 역량 및 자질과 통찰력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확연히 달라지는 경우들을 지나 온 역사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우고 개혁의 완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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