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학술원 강연에서 자신의 문학세계 밝혀

문학은 내게 있어 평생을 두고 마음을 주지 않는 정인(情人)과 같다. 야속하고 원망스럽고 스쳐 가는 한 번의 눈짓에 몸을 떨며 기뻐하다가 잔인한 복수심에 불타오르게도 하는

 

소설가 오정희 씨는 지난 25일 이화학술원이 마련한 강연에서 한 시간여 동안 교수·학생들에게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해 밝혔다.

 

오 작가는 서라벌예대 2학년 때인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완구점 여인이 당선돼 등단했다. 그는 불의 강’(1977)·‘유년의 뜰’(1981)·‘바람의 넋(1986)’·‘옛우물(1994)’ 등의 작품을 썼으며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을 받은 중견작가다.

 

오 작가는 전쟁을 겪은 세대로 유년기 정신적·물질적 허기가 자신의 감수성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을 알지도 못할 때 겪은 일이 항상 불행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꽤 이른 나이의 등단했지만, 오 작가의 작품 수는 많지 않다. 그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고 싶은 과욕이 글쓰기를 더디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신 그의 소설은 하나의 단어와 다른 단어 사이에 다른 어떤 것이 끼어들 수 없을 만큼 치밀한 매력이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본인 소설 중 어떤 것을 권하고 싶으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 나이 때 쓴 소설집이자 자신의 첫 소설집인 불의 강을 추천했다.

 

오 작가는 불의 강에 대해 불투명하고 불안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손가락 모래처럼 흘려보내는 혼란과 고통스러움 형상화 시킨 소설이라며 내 청춘의 참혹한 자화상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오 작가는 세상이 아무리 나빠지더라도 타인의 아픔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를 성찰하게 하고 세상을 살아갈 만하게 한다이것이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7년 이화여대에 설립된 이화학술원은 국내외 지식사회의 학문적인 교류를 통해 학문의 통섭과 융합을 지향하는 고등연구 기관으로 이어령·김우창·박경서·진덕규·한영우·김치수 교수 등이 석좌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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