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한동안 잠잠했던 대학 통·폐합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충남대와 공주대, 공주교대가 통합추진위원회를 가동했으며, 한국철도대학과 충주대 또한 통합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국립대학뿐만이 아니다. 경원대와 가천의대가 통합안을 확정했는가 하면, 중앙대와 적십자간호대학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 통합 논의 또한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선정이라는 퇴출 위기 속에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2004년 대학 구조개혁 정책 추진으로 본격화 한 대학 통·폐합은 법인화 추진을 위한 국립대학 통·폐합을 중심으로, 동일법인 산하 사립대학들의 자율적 통·폐합을 유도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양적 성장에 치우쳐 교육여건이 부실화함에 따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질적 도약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보자. 지난 6년간 이를 통해 얻은 성과가 과연 무엇인가?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을 위해 지방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통·폐합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가뜩이나 높은 우리나라 대학의 사학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통합된 대학은 유사·중복학과를 명칭만 변경해 양 캠퍼스에 그대로 운영하거나, 특성화 영역과 관련이 없는 학과·학부를 신설하는 등 대학 특성화 노력을 등한시함으로써 덩치만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립대학은 어떠한가?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동일법인 산하 대학들 간의 통·폐합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긍정성은 있지만, 그 양상이 주로 이미 특성화된 보건·공업 계열 전문대학을 일반대학이 흡수 통합하는 형태로 나타나면서 무분별한 종합대학 지향 경향을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이미 공룡화된 수도권 대규모 대학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방치함으로써, 이들 대학은 캠퍼스를 확장하고 약대 등 기존에 없던 분야까지 유치·확장하면서 규모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 수는 2004년 294만 6,611명에서 2010년 295만 1,282명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정작 대학의 양적 팽창을 주도해 온 대학 설립 자율화 정책이나 수도권 대학들의 몸집 불리기 문제는 전혀 손대지 않은 채 ‘부실대학 퇴출 및 통·폐합’ 정책만을 추진하다보니 ‘규모 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의 기본 목적마저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 학생 수가 2004년에 비해 2010년 4.4% 증가하는 동안 비수도권 학생 수는 2.0% 감소했으며, 국공립대학 학생 수가 1.8% 감소한 반면 사립대학 학생 수는 0.6% 증가했다. 전문대학 및 산업대학, 교육대학 학생 수는 16.9% 감축됐지만, 일반대학 학생 수는 10.5% 증가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라 할 수 있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사학의존도 심화, 천편일률적인 종합대학 지향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대학 통·폐합과 퇴출을 기본 골자로 하는 대학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화를 전제로 한 국립대학 수 줄이기와 퇴출 위기에 몰린 사립대학들의 생존 수단에 불과한 대학 통·폐합 정책으로는 더 이상 우리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오히려 사립화에 따른 교육비 증가와 지역 불균형, 대형 부실 대학 양산의 부작용만을 가져오기 쉽다.

이제는 양적 경쟁만을 부추기는 관성적인 통·폐합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적 팽창을 주도해 온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교육의 질 개선과 균형 발전을 고려한 대학 규모의 적정화, 사학중심의 고비용 구조 개선을 위한 총체적인 대학 구조개편 방향을 모색할 때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