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동국가족상’ 받은 허문실씨

가족 3대가 동문이 된 인연이 있다. 지난 4일 열린 동국대 개교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동국가족상’을 받은 허문실씨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허씨를 비롯해 어머니, 오빠, 남편, 아들, 조카까지 줄줄이 동국대 동문이 됐다. 불교에서 말하는 귀한 인연이 겹친 셈이다.

◀오른쪽부터 허문실씨, 남편 하종태씨, 아들 하경수씨.

허씨는 상을 받으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어머니 이영숙씨는 학교 이름이 지금의 동국대로 바뀐 첫해인 1953년에 입학했다. 평소 애교심이 컸던 이씨는 자신의 뒤를 이어 모교에 입학한 자식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당연히 수상식에 함께 해야 했지만 지난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친정 어머니가 상을 받았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당신의 자식들과 사위까지 동문이란 점을 늘 자랑스러워하셨거든요. 친정 모임을 하면 거의 동문회 수준이었어요. 이번에 상을 받으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죠. 이 상이 올해로 4번째라 1·2회 때만 알았어도 돌아가시기 전에 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어머니의 학번을 확실히 알았다는 허씨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그는 “좀 더 일찍 상을 받았다면 친정 어머니가 수상자가 됐을 것”이라며 “돌아가신 지 1년 가까이 됐고 어버이날도 가까워지는데 상을 받으니 친정 어머니 생각이 더 난다”고 말했다.

임학과 83학번인 남편 하종태씨와는 같은 학과, 같은 학번 동기. 하지만 대학시절 서로를 잘 알았던 건 아니다. 당시 호칭대로 ‘형’이라 부르던 사이였고, 학부를 졸업하고서 뒤늦게 만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다. 그는 “동문 가족이 되려는 인연이었던 모양”이라고 했다.

“남편과 같이 입학하긴 했지만 활동 범위가 달랐어요. 저는 대학 다니며 학생회 활동을 했고 1년 휴학하기도 했거든요. 졸업 뒤 대학원에 가려고 전공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를 알아보면서 도서관에 있던 남편과 자주 만나게 됐죠. 나중에 주례를 부탁하려고 교수님을 찾아갔더니 언제 이런 사이가 됐냐고 놀라시더군요.”

아들 하경수씨가 올해 동국대 경영학부에 입학하면서 3대가 동문이 됐다. 다른 대학에도 합격했지만 부부는 아들에게 동국대 진학을 권했다. 이왕이면 자식도 모교에 진학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아들이 아팠어요. 기흉 때문에 고3 때 수술하고, 재수하면서도 계속 병치레를 했죠.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속상했었나봐요. 지금은 좋아해요. 엄마 아빠가 나온 대학이라 그런지, ‘반수’ 생각도 접었더라고요. 공인회계사(CPA) 준비도 열심히 하겠다면서 걱정 말라고 해요.”

연예인인 조카 이윤미씨까지 동국대에 입학해 졸업했지만 모교 방문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11학번 아들의 입학원서를 사느라 20여년만에 모교를 찾았다. 허씨는 달라진 건물들과 광장 분수대 대신 들어선 코끼리상에서 흘러간 세월의 무게를 느꼈다고 했다.

달라진 건 외관뿐이 아니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모교는 연세대, 고려대와 함께 전통의 3대 사학으로 꼽혔다. 하지만 수험생 아들과 대화하며 예전과 달라진 모교의 위상을 절감했다. 그는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 좀 더 품이 넓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들이 엄마 다닐 때 그 동국대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제가 입학할 때만 해도 알아주는 학교였거든요. 안타깝죠. 개인적으로 불교 종립학교란 사실을 참 좋아해요. 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의 이질감을 없애도록 노력했으면 싶죠. 학생들이 망설임 없이 학교를 선택하고, 좋아하도록 하는 게 학교 발전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