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도서대출부터 문화시설까지 전면 개방 추세


▲순천향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이 대학 향설기념중앙도서관을 방문, 전문서적을 열람하거나 필요한 도석에서 정보를 찾고 있다.

지역민에게 담장을 허문 대학도서관이 호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도서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거나 일부만 개방하는 데 비해 지역주민이 도서관의 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면서 지역의 ‘지식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 지역에 문 연 대학 도서관 = 최근 순천향대를 비롯해 선문대, 호서대 등 아산지역 3개 대학도서관이 일반인들에게 활짝 문을 열었다. 이들 3개 지난 3일 아산시와 대학 도서관 자료와 시설을 아산 시민에게 개방하는 ‘도서관 이용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은 각 대학 도서관을 방문해 이용증 발급만으로도 도서 대출과 열람, 복사 등이 가능하다. 아산시 관내 공공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이 서로 연계하며, 각 대학 학생도 필요시 도서관을 상호 이용할 수도 있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실정”이라며 “지역과 대학이 함께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정보공유 속에서 지역내 3개 대학 도서관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되면 대학도서관이 지역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순천향대는 2007년부터 아산도서관, 아산시립도서관과 협약을 맺고 도서관을 전면 개방해 왔다. 이에 따라 현재 도서관 회원 중 재학생과 졸업생을 제외한 일반회원 수만 2715명에 달한다. 지역주민은 누구나 도서 대출뿐만 아니라 영화감상실, 북카페 등 도서관 내 시설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또 산업체 연구 인력과 각급 학교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 자료를 갖춰 이용토록 했다. 아산지역 주민 최광현씨는 “대학 도서관을 방문하면 전문 서적이 많아서 편리하게 열람하면서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림대 역시 도서관 개방으로 지역대학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림대는 교수·교직원의 추천을 받은 외부인에 한해 도서관 출입을 허용하던 것에서 2008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도 ‘특별열람증’ 발급, 도서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확 낮췄다. 열람증을 발급받으면 단행본 43만여권과 연속 간행물 7000여종을 비롯해 한림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와 전자정보실·인터넷 카페 등 부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교육과학기술부 ‘2010 전국 대학 도서관 평가’에서 지역사회 연계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대학도 대학도서관 문을 활짝 열고 지역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지역 재능대학은 2009년부터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365일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이용증 발급을 위한 보증금도 없고, 도서관 이용의 제한시간도 없어 이용자들로부터 호응도가 높다. 같은 지역 여주대학도 도서관을 개방했다.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원도 도서관 안에 위치해 있어  대학 도서관에는 지역주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학생 피해 없어야 = 이 같은 대학도서관 개방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전국 대학도서관을 평가해 우수 대학 도서관에 5억 2000여만원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 평가는 크게 세 분야로 △교육.연구지원서비스 △콘텐츠 확충 및 대학종합지식정보센터 역할 강화 △지역사회 연계 및 대외협력 면에서 이뤄진다. 지역에 도서관을 개방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대학이 높은 점수를 받게되는 셈이다. 지난해 평가에선 경희대(대규모)와 한림대(중규모), 한성대(소규모)가 지역민에게 도서관을 개방, 운영해 온 성과를 인정받아 지역연계가 우수한 도서관으로 선정됐다.

대학도서관 개방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전국의 대학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약 9500만권)가 전국 공공도서관의 2배에 이르는 만큼 양질의 정보와 도서를 지역과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인 것. 하지만 외부인 출입을 허용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와 재학생들의 이용상의 불편을 우려해 대학들은 개방을 꺼려왔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선 도서관을 개방한 곳이 드물다. 국립대인 서울대가 일부 열람실을 개방하고 있고, 경희대와 상명대가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다. 성균관대 학술정보관 조철현 주무는 “서울 소재 대학은 지역민에게 개방할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비해 장소는 협소하기 때문”이라며 “등록금을 낸 학생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하도록 하는 게 대학도서관의 우선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사회에 도서관을 개방해 정작 재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역주민 회원 수를 보유한 창원대 학술정보원은 1900여명의 지역민이 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직원, 도서의 종류의 수는 제한돼 있다보니 학생들의 불만도 발생하고 있다.
 
창원대 박민규 학술정보운영팀장은 “많은 지역민들이 대학 도서관을 찾다보면 오히려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저해하기도 한다”며 “지역을 위해 외부인에게 도서관을 개방한다면, 외부인에 대한 서비스를 담당할 인력과 장서의 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대학도서관을 학생들과 지역민 모두가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장서도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