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등 전열 재정비해야"

참여정부 출범이후 국가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지방대 육성방안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대폭 강화되는가 하면 지방대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도약을 위한 새로운 플랜을 짜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국공립대 통합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지방 사립대도 대학간 공동발전을 위한 연합체 구축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지방대 육성의 절실함을 강조한 박재규 경남대 총장을 만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학간 통폐합 및 지방대 육성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지방대 사막화를 제기했는데, 총장께서 바라보는 현 지방대의 위기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부터 대입정원이 역전되면서 지방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신설대학이나 전문대학의 경우 대학의 존폐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입시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경우 정원 미달이 평균 1.3%인데 비해 지방소재 대학들은 18.3%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나마 편입 등을 통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국 대부분 지방대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가뜩이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 대학간 통폐합이 현실화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학간 통폐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학간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향은. “대학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방 대학들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무한 출혈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양상이다. 인기 있는 학과의 중복 개설은 물론이고, 대학간 학사 프로그램이나 교육·연구 인력의 교류 협력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학교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대학이 지역 발전과 혁신의 중추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이웃 대학간 과도한 견제와 경쟁의 풍토만 심화되고 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의 협력 혹은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간의 연계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대학은 지역사회의 혁신을 견인할 역량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의 대학은 그 설립 유형이나 학제, 그리고 교육 조직의 차이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지역교육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생 선발, 교육과정의 운영, 교육 시설·설비의 활용, 지역개발 연구의 추진 등에 있어서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교를 비롯한 8개 지방대학이 결성한 한국지역대학연합회의(The Regional University Consortium of Korea, RUCK)는 매우 성공적인 대학 연합의 사례라 할 것이다. 1995년 지방 6개 대학의 ‘중․남부 대학연합회의’가 확대․개편된 RUCK는, 교육 프로그램의 교류, 국제화, 대학경영혁신 등 대학교육 모든 분야에 걸친 협력 관계를 실천해 왔다. 일본 대학들의 경우 5~6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똑같은 위기를 겪어오면서 현재 대학간 통폐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지역대학간 구조조정을 통해 과감하게 정리가 돼야 한다. 국립대는 그 대학만의 특성을 살리되 권역별로 묶고 사립대는 국립대가 담당하지 못하는 분야를 특성화 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 참여정부 들어 재정지원 강화 등 지방대 육성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재정지원을 두고 일부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있다.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의 입장에선 재정난을 해소하고 특정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있어 필요한 투자규모에 비해 지원액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성과는 별로 없이 돈만 들어간다는 인식을 유발한 듯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여러 지원책을 통합하여 지방대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에 2천2백억원을, 또 13개 권역별 산학연협력체제 활성화사업에 3백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지원규모가 대폭 증액되었다고 하나 대기업의 한 아이템의 연구개발비 규모와 비교해 보면 과연 한 국가의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한 지원규모로 적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학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성취하려한다면 절대지원규모를 확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원정책이 이 시점에서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재고해 볼 때가 되었다는 점이다.” -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도 뒤따라야 할텐데. “미 충원사태로 생존한계에 달한 대학들이 속출하는 지방대학의 현상을 두고 그것이 개별대학의 자구노력부족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지방대학은 없다. 자구노력을 하지 않아서 학생들이 서울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설혹 개별대학의 자구노력부족으로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대학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실제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이 안고 있는 원천적 한계인 취업기회가 낮다는 점, 문화적으로 중앙지향적인 학생들의 성향, 지방대출신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개별대학의 노력으론 개선하기 힘든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지방대학의 경쟁력강화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방대학이 부실화, 공동화되는 것은 개별대학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지방의 경제, 정치, 문화, 기술 등 전반적인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나아가 국가발전에도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대학의 재정지원은 교육의 기회균등과 지역사회발전을 함께 고려해야할 문제이지 단순히 개별대학의 경쟁력평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시설이나 기자재확충지원이 중심인 것에서 벗어나 지방대학이 특성화분야에서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자원 지원방안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원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 통일부장관 퇴임 후 한동안 선진 해외대학들을 방문해 대학발전모델을 구상해 온 걸로 안다. 총장께서 구상하는 대학모델은 어떤 것인가. “흔히들 21세기에서 사라질 조직 중에 하나가 대학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대학이 그 기능과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기존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가장 큰 변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지식기반사회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변되는 디지털사회화, 인구감소와 고령화, 학습조직사회화, 세계화 등이라고 생각한다. 선진해외대학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대학의 위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도전으로 인식하여 새로운 창조적 발전모델을 개발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신대학개념’이라 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발전모델의 틀로서 6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21세기의 신대학개념은 △지식기반사회와 고령화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교육대상자를 확대하는 평생교육체제의 대학 △교육행정에서 소비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대학 △기존의 학과 전공중심의 분할개념을 지양하고 통합적인 다학문복합체제를 교육, 연구,봉사에 적용시켜 운영하는 대학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교육대상, 교육방법, 교육장소를 다양화하는 대학 △지구촌시대에서 세계화를 실천하는 네트워크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는 대학 △지역사회와 밀착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지역사회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지원 받으며 대학의 운영체제를 기업형으로 전환하고 아웃소싱체제를 구축해 생산성을 높여 가는 지역친화적 기업형대학을 말한다. 신대학은 사회변화를 창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도하는 대학이어야 하며 그런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 대학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 경남대는 올해 ‘특성화 우수대학’, ‘지방대 육성 재정지원 대학’으로 동시에 선정됐다. 대학 특성화 전략은. “우리 대학은 교육목적과 정체성의 확립, 대학여건과 위상 등을 고려하여 3가지의 특성화전략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즉 기능적특성화, 비교우위특성화, 지역연계특성화이다. 기능적 특성화는 대학의 3대 기능인 교육, 연구, 봉사에서 특히 직업교육에 역점을 두는 교육중심대학을 말하며, 비교우위특성화는 본교가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은 대학원차원의 특성화로 북한 및 통일문제의 싱크탱크역할과 남북교류확대에 따라 수요가 점증하는 이 분야의 최고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적 차원의 특성화분야이다. 반면에 지역연계특성화는 경남이라는 지역적 여건을 고려해서 수요가 높고 발전가능성이 큰 분야를 특성화한 것으로 이번에 특성화우수대학, 지방대학육성 재정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제조IT분야와 연안 환경분야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남지역은 창원기계공단을 비롯하여, 울산· 거제지역의 자동차·조선, 진주·사천지역의 항공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제조IT분야는 전통제조기술과 첨단 IT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기술분야이다. 아울러 경남지역은 산업체가 많아 산업폐수로 인한 해양환경오염이 심해 이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연안 환경분야를 특성화분야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 이공계분야에서는 고령화사회와 국민관광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복지·관광분야를 특성화할 계획으로 정하고 관련학부도 신설했으며 앞으로 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 3년여만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셨는데 재임 기간 중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이 있다면. “시대가 대학에 요구한 것, 다시 말해 지역사회와 국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지역의 싱크 탱크로, 나아가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시설·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임기동안 80~90%까지 확보해 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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