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에 묻힌 진주를 찾았습니다. 진흙을 깨끗이 닦아내 빛나는 진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완상 신임총장은 한성대를 진흙속의 진주로 표현했다. 교육 부총리를 거쳐 지난달 중순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한 총장은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한성대를 도시형 예술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장은 대학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특성화, 재단 정상화 등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입생 선발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한성대를 학벌타파 모범대학으로 성장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총장을 만나 한성대 발전을 위한 비전을 들어봤다.

 - 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교육부장관으로 1년여동안 교육개혁을 위해 많이 몸부림 쳤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 교육개혁을 시작할 때 쯤 떠나와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취임한지 아직 채 한달이 안됩니다만 한성대로 온 게 정말 행운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지난 취임사에서 대학특성화를 강조하셨는데요. 총장께서 구상하고 계시는 한성대 특성화 방안을 밝혀주십시오.

“우리 대학은 이미 상당 수준의 특성화가 이뤄져 있습니다. 미디어 디자인 등 예술분야와 한국학 국학에 연관된 기초학문 분야 등 특성화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습니다. 여기다 IT와 연관된 컴퓨터시스템공학, 소프트웨어, 기계공학분야 등을 조화 있게 발전시켜 도시형 예술 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특성화와 함께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확충시켜 나갈 것입니다. 현재 재학생의 50%가 야간 학생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평생학습 교육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이들에게도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대학행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아울러 총장 재임기간 중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이라면. “우선 대학특성화에 박차를 가해 내실을 기하는데 우선적으로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또 하나는 21세기 요구형 인재육성을 위해 입학전형제도의 변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수능 총점에 의한 평가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창조적인 끼와 상상력을 평가해 입시에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암기력이 뛰어난 학생이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가고 이것이 곧 대학서열화를 가져왔습니다. 21세기는 암기력이 아닌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스필버그나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이죠. 취임이후 산만한 대학기구를 하나하나 개편해 나가고 있으며 특수대학원의 경우 독립채산제를 도입하는 등 수익성 위주로 구조조정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대학 운영에 있어서는 ‘원칙은 확고하게 수단 선택은 유연하게’ 하면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구조와 문화현실에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모범대학으로 성장시켜 나갈 작정입니다. 젊은이들이 신나게 배울 수 있는 마당으로 새시대에 적합한 기술(know-how)과 새시대를 이끌어갈 지혜(know-why)를 함께 가르쳐 나갈 것입니다."

-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단정상화가 시급해 보입니다. 총장선출과정에서 구재단을 중심으로 한 공익재단을 구성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설립자 공헌은 인정해야하며 사회적으로 존중되고 명예도 지켜져야 합니다. 재력가의 도움을 받아 재단이 정상화되고 수익사업을 통해 기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아직까지 구재단 내부적으로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재단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도 모색해 보겠습니다. 관선이사의 장기화는 대학발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재단을 정상화시키는 데 역점을 기울이겠습니다.”

- 그동안 크고 작은 분규를 겪어 대학 구성원들간의 불신도 풀어야할 과제로 보입니다.

“대학에 와보니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구성원들 전체가 선공후사정신으로 공익을 우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 자신 대학발전을 위한 세일즈맨이 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대학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학 조직이나 문화의 중심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데 사랑과 신뢰가 중요합니다. 항상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독단과 독선 보다는 자기를 초월하는 지식인이 되어야합니다.”

- 본격적인 입시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다소 미흡했던 대학홍보도 적극 강화 할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훌륭한 젊은 교수들이 많습니다. 유능하고 실력 있는 교수들의 연구활동을 돕기위해 각종 인센티브제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실력 있는 교수들이 많다는 것은 곧 대학 최고의 홍보활동입니다. 또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학생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재주를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창의력 높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선발 시 해당분야의 가중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가령 공과대학은 과학탐구에, 예술대학은 해당분야에 가중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입니다.”

- 끝으로 전임 교육부 장관으로서 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새로운 행정지침을 내릴 때는 대학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장관으로 있을 때도 대학 교육정책 실무진들에게 자주 주문을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행정편의주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습니다. 또 대학의 자율권을 보다 많이 부여해야 합니다. 국립대의 경우 인사 등에서 총장 의견이 많이 수렴돼야 합니다. 교육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교육개혁방향은 잘 잡혔습니다. 이제는 이를 토대로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학 구성원, 기대 커> 한완상 신임 총장은 지난 1월 교육 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9개월만에 다시 대학 총장으로 돌아왔다. 한국방송통신대, 상지대 총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 총장은 스스로를 일복이 많은 사람이라 할 정도로 문제(?) 있는 곳만 찾아다니면서 해결사(?) 역할을 한다. 방송통신대 총장 시절에는 역대 총장 중 최초로 4년 임기를 마친 총장으로 기록된다. 한 총장은 상지대가 시민대학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닦았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한성대 총장 취임이후 대학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주위 많은 사람들이 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대 교수시절 유신체제에 항거하다 쫓겨난 후 80년 복직했으나 다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해직 당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대학을 잠시 벗어나 통일부총리와 교육부총리 경험을 쌓은 것이 그에게 대학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 총장은 한성대를 자신이 지금껏 품어온 교육철학을 대학현실에 적용해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대학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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