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실 이화여대 공간디자인전공 교수

독일의 허름한 게시판에 붙어 있던 글이 저를 다시 디자인의 길로 이끌었어요낙후 지역 보육원 설계공모였는데 그 기준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움직였죠그때 깨달았어요디자인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걸요.”

  최경실 이화여대 공간디자인전공 교수는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갔다하지만 전공에 대한 회의가 그를 힘들게 했다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게시 글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디자인이 무언가를 화려하게 하는 일이라면 제가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디자인 결과물을 공유함으로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의미 있는 거 같아요.”

 

허름했던 잠실 수영장의 새로운 변신에도마포구청 복지관과 연세대 정문 앞 터널의 변화에도 그의 정성이 담겼다세상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그의 신념이 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최 교수는 한·일 월드컵 이전에는 시민단체를 도와 아름다운 화장실’ 보급 사업에도 참여했다해당 사업과 관련한 강연에 나서고 각 지자체를 돌면서 선정 작업에 관여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화장실 문화가 많이 좋아졌죠디자인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작업이에요조금만 질을 높여도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느끼죠아름답다는 건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최 교수는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기능성과 주변 요소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질서라고 말한다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체들은 이 점에 소홀했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7년 당시 산업자원부와 이화여대가 합심해 만든 곳이 색채디자인연구소(이하 색채연구소)색채연구소는 사라진 우리 고유의 색을 발견하고 다양한 색채기준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을 통해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은 에너지에요어떤 색을 쓰는가에 따라서 대상의 효율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우리 제품들이 기술력은 세계적인 기술에 다다랐는데색채와 관련된 기술이 충분하지 못했죠색채 연구소는 한국표준색표집 개정판을 통해 기존 오차를 줄이고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을 보완했습니다.”

  

최 교수는 최근 이화여대 125주년 엠블럼을 제작했다이화여대는 개교 125주년을 맞아 커다란 배꽃 모양 바탕에 세계 지도가 있고 13개의 반투명 색이 겹치는 모양의 엠블럼을 선보였다

  

13개의 색은 이화여대의 단과대학을 상징하고 세계 지도 위에서 여러 색이 반투명하게 겹치는 것은 세계와 공존하며 발전하는 여성상을 의미한다특히 이화여대 125주년 엠블럼은 플래시로 만들어져 활발하게 소통하며 발전해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화여대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엠블럼을 제작하려 노력했어요이화여대 역대 총장들의 취임사를 살펴봤더니 한결같이 학교가 어떤 여성상을 원하는 지 뚜렷이 제시했더라고요. ‘나눔과 섬김의 자세가 이제까지의 이화의 교육이고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최 교수는 대한민국의 색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한다.

  

한국의 고유색·지역색·경관색 그런 색들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우리만의 고유한 색채이미지가 있거든요기억색과 선호색이라든지 고유한 감성을 자원화 할 수 있고 데이터화해서 디자이너들이 응용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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