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특성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대학이 되겠습니다.” 황병태 경산대 총장이 취임 1백일을 맞았다. 황 총장은 취임과 함께 한의학 특성화를 표방, ‘경산대를 한의학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천편일률적이고 백화점식 대학운영 방식에서 탈피, 차별화·실용적인 교육을 통해 지방대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 총장을 만나 한의학 특성화 추진계획과 경산대 발전계획을 들어본다.

- 우선 취임 1백일을 맞은 소감이라면.

“취임후 지난 3개월여동안 ‘대학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입시정원역전시대를 맞아 ‘총체적 위기’라는 의식을 갖고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솔직히 두려움도 앞섭니다만 백화점식 대학운영에서 탈피, 특성화를 대학 발전의 돌파구로 삼아 나갈 것입니다.”

- 총장께서 구상하시는 경산대의 특성화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 대학은 다행스럽게 한의과대학이 있습니다. 한방의학은 지금까지 서양의학에 가려 독자적인 발전을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양방협진체제가 구축되면서 그나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만 한방의학의 독자적인 영역 구축이 시급합니다. 한방의학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등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대구·경북 지역사회와 함께 우리 대학이 한방의학 세계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오는 24일부터 이틀 동안 WTO와 중국 북경중의약대학, 미국 미네소타대학이 공동 주최하는 한방의약의 과학화, 세계화를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대구에서 열립니다. 여기서 한방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 대학을 비롯, 4개 기관이 중심이 되어 일할 것을 다짐하는 ‘대구선언’을 발표합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구지역을 세계적 한방바이오테크 기지로 육성하는 첫 단계가 될 뿐 아니라 대학과 지역의 공동 발전을 기하는 새로운 산·학협력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또 내년 4월에는 한방바이오테크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사아 등 세계 30여개국 한방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포럼을 개최할 것입니다.”

- 아울러 경산대의 장기비전을 밝혀주십시오.

“변화하는 시대환경과 주변 여건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는 먼저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발전에 앞장서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으로 제2의 중흥과 도약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우선 미국의 세계적인 용역전문기관인 KPMG와 경영진단 용역계약을 체결, 연내에 용역보고서를 받도록 했습니다. 또 내부적으로는 대학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대학진입도로 확충, 체육관, 11호관, 기숙사 신설, 사이버대학 설립, 여자축구단 신설 등 대학의 총체적인 장단기 발전방안이 포함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학부제를 학과제도로의 환원 등 교육체제의 재정비, 우수교원 확보, 교수연구 활동의 획기적 지원, 수요자 요구 중심의 실용적인 교과과정 채택,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4년간 필수 과정교육, 교내 사이버강좌 확대와 콘텐츠 개발, 일어과와 한방재료과 신설, 한방산업 대학원 설치 등 우리대학의 특성과 어울리고 졸업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괴는 방향으로 학제와 교과목을 재정비토록 하겠습니다.”

- 총장 재임기간 중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이라면.

“우선적으로 재학생들의 영어교육을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전공을 필수화시켜 최소한 경산대를 졸업한 학생만큼은 영어로 듣고 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학교발전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이 특별위원회는 학교학칙 개정에서부터 교수연구활동 활성화 방안 등 대학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 교수위원회를 최고의결기관으로 만들어 학내 모든 행정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이 기회에 지방대 발전을 위한 방안이나 정책당국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교육부에서 학사행정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대학이 알아서 할 때입니다. 잦은 간섭은 오히려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본격적인 입시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방 학생들이 자꾸 서울로 가니 ‘지방대 위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대학 스스로도 현실에 안주해서 위기를 자초한 셈입니다. 우리 대학 역시 대부분의 대학과 마찬가지로 백화점식 운영을 해왔던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처럼 천편일률적 교육방식은 우리 대학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여기에 대한 방안의 하나로 대학 특성화에 좀더 가속을 더하자는 것입니다. 지방대는 사실 내년 입학생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대학 구성원 전체가 나서야할 처지입니다. 저도 매주 수요일 마다 지역 고등학교를 방문해 대학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교수들도 신입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일환으로 교육방식도 더욱 실용적으로 바꿔 취직을 하거나 자격증을 따는데 유리하도록 새로운 교육풍토를 조성할 것입니다.”

- 끝으로 대학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먼저 대학발전을 위해 인화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사 등 모든 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대학은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등으로 이루어진 공동운명체입니다. 운명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과 대화의 장이 항상 열려 있는 가운데 함께 웃고 걱정하는 정서공동체로 승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의 모든 일들은 교무위원회에서 토의, 의결토록해 개방되고 공명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겠습니다.”

 

- 황병태 총장은 누구? 황병태 총장은 관료출신으로 교수, 대학총장, 정치인, 대사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황병태 총장은 외무부, 상공부를 거쳐 경제기획원 경제협력국장과 조사통계국장을 지냈으며 84년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 동대학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주중국대사, 13·15대 국회의원 등 정치 활동을 하다 이번에 다시 대학총장으로 복귀했다. 황 총장은 “예전에 대학총장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향에서 봉사한다는 심정으로 총장직을 맡았다”고 말했다. 저서로는 ‘자본주의와 민주정치’ ‘민중과 경제’ 등이 있으며 원칙을 중시하고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합리적이라는 게 주변사람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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