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 본지 전문위원, 광주교대 교수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아파트값의 진원지는 강남이고, 강남의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며, 이 수요 증가 핵심 요인중의 하나가 교육열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은 구구하다. 해법이 구구한 것은 원인 진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정책 결정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해법을 회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 1월에 출판한 ‘교육전쟁론’이라는 책 속에서 “강남 아파트값 폭등 사태는 어쩌면 큰 재앙을 알리는 조그마한 경고일지도 모른다”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온다. 이에 ‘교육전쟁론’의 관점에서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한 번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학부모들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는 학교 교육을 향한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쟁에서는 승자 아니면 패자가 되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대학 입시 전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가 있다면 경제적 능력이 닿는 한 비용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지불해야 한다. 강남으로 새로 이사가는 학부모들은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교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강남에 가면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 있거나 적어도 특목고에 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를 포함한 명문 대학과 좋은 학과 입학생수 중에서 강남지역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러한 믿음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대학 입시제도가 강남에 거주하는 것을 유리하게 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 고교 내신 성적 반영시 고교간 등급제 적용, 내신 성적 비율 하향 조정, 각종 경시대회 성적 중시, 수능 성적 위주 평가, 명문 대학의 논술고사 강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고 확대, 이러한 고등학교 입학시 개별 학교 차원의 입학시험 실시 등의 고교 입시제도도 학부모를 강남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 시점을 살펴보면 이러한 대학 및 고등학교 입시 제도 변화와 거의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강남에 거주하는 것이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입학하는 데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그러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명문 대학 입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거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교등급제 적용을 철저히 막고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을 다시 대폭 높여야 한다. 이런 정책을 쓰면 국제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과장되어 있다. 고교 선발과 대학 입학 전형에서 내신의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수립하면 크게 여섯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강남을 대거 이탈하게 되고, 그러면 강남에 대한 수요가 줄어 아파트값이 진정될 것이다. 둘째, 사람들이 굳이 강남으로 그리고 서울로 이사를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지역 균형발전과 관련이 있으면서 별개의 문제인 농어촌 및 벽지 지역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국가 재원의 낭비를 막고 국토의 효율적 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현행 정책은 학생들을 강남으로, 강남이 아니면 가짜 강남으로라도 모여들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도시는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시설 투자와 학교 신설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농어촌은 기존의 학교마저 문을 닫아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사람이 떠난 농촌에서는 개간했던 땅이 다시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다섯째, 학교 교육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원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서 잠을 자고, 교사는 이런 아이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내신 성적 강화는 학교가 제 역할을 하도록 이끌 것이다. 여섯째, 헌신적이고 유능한 국가지도자 양성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는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 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강남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그리고 학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학부모는 자녀가 그 비용을 회수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과도한 경쟁 속에서 던져진 아이들은 ‘함께 하는 사회’를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신 위주의 입시제도는 과외를 통해 과대 포장된 학생들이 명문대학을 점령하는 사태를 완화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는 북한처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해야하고, 이 경우 결국은 거주지 중심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추첨제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추첨 배정제를 전제로 하는 이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타당하다. 내신 비율을 크게 높일 경우 우수한 학생에 대한 역차별, 학교 내신 성적 조작 가능성, 대학의 자율권 제한 등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처음의 두 문제는 제도의 단계적 도입을 통해 완화시켜갈 수 있으며, 자율권 제한 문제는 국립대학에 우선 적용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 최근의 정책은 점점 빈부격차를 늘리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속도로 진행되면 조만간 계층간의 벽이 현재의 송판 수준에서 콘크리트벽 수준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봄날의 부드러운 나뭇잎이 가을날의 딱딱한 낙엽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나, 사회의 유연성과 생명력을 저하시키는 정책을 의도적으로 강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