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규모 사립대로 유일하게 선정돼

계명대(총장 신일희)는 올해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사업)에서 지방 대규모 대학 중 사립대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영남권에서도 대규모 대학으로는 홀로 ACE대학이 됐다. 사업 선정으로 4년간 110억 4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타이틀까지 얻은 겹경사다.

지난해 울산대와 대구가톨릭대가 지방 대규모 부문 ACE대학이 돼 영남권 사립대가 연이어 사업에 선정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관측을 뚫고 계명대가 ACE대학이 된 것은 그만큼 탄탄한 실적과 촘촘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글로벌 시티즌(Creative Global Citizen)’이라는 인재상과 창업기지·취업거점대학 같은 성과를 잘 조화시켰다는 평이다.

■ 지방대 한계 뛰어넘은 글로벌화 = 계명대의 강점은 국제화가 첫손에 꼽힌다. 30여년 전부터 특성화 전략으로 추구해온 국제화가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43개국 243개 대학·기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계명대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숫자만도 36개국 1300명을 넘는다. 창의적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겠다는 목표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 지방대의 취약점인 국제화 지수를 장점으로 승화시킨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유학생 출신지가 몇몇 나라에 편중되는 현상도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학과에 1명 이상의 외국인 전임교원 초빙을 의무화하고, 23개 국제교류협회를 주도하는 등 수도권 유명 대학들 못지않거나 오히려 앞서나가는 국제화 수준이다.

계명대의 인재상인 ‘크리에이티브 글로벌 시티즌’ 또한 지역이나 국가의 틀에 갇히지 않고 국제적 의사소통·봉사활동 능력을 지녔으며 다른 문화를 포용할 줄 아는 창의적 문화시민을 가리킨다. 국제화 역량을 바탕으로 수도권을 넘어 세계를 겨냥하자는 열망이 담겨져 있다. 수도권을 뒤따라가는 전략이 아닌 국제화를 통해 지방대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이중희 교무처장은 계명대의 ‘태생적 국제화’를 비결로 꼽았다. 1954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설립해 초기부터 꾸준히 국제화 역량을 키워온 게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이 처장은 “개교 당시부터 국제성과 봉사정신을 지닌 인재 육성이 목표였다. 교육과정 속에 이런 설립 이념이 녹아들어 지방대임에도 불구, 국제화에 앞서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장기비전 특성 ‘F.A.C.E’에 주목 = ACE사업에 선정된 계명대 학부교육의 근간은 새로운 얼굴(F.A.C.E) 만들기로 요약된다. 원래 뜻과 함께 대학 비전의 특성인 △도전적 개척정신(Frontier) △윤리적 봉사정신(Altruism) △국제적 문화감각(Culture) △창의적 전문성(Expertise)의 머리글자를 의미한다.

‘얼굴 만들기’라는 이 독특한 발전계획은 대학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계명대 본관 로비 정면에 걸려있는 빈 그림이 그 실마리. 백지 상태의 이 그림은 대학교육의 뚜렷한 정체성이 정립되면 그 모습을 그려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를 위해 계명대는 캠퍼스 이전과 제2창학 선언, 교육 내실화와 핵심역량 강화 등에 힘을 쏟아부었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구체적으로 8대 핵심역량, 10대 핵심과제로 나뉜다. 도덕성·도전정신·감성지능·종합적사고·문화적포용력·문제해결능력·현장적응능력·외국어구사능력 같은 핵심역량을 길러 △특성화 분야 창업 활성화 △자기주도적 학습 강화 △교육현장성 제고 △융합형 교육과정 확대 △학생 개인의 국제성 향상을 통한 취업역량 제고 등으로 잇는 내용이다.

기대 성과와 브랜드 이미지를 정확하게 설정한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계명대 측은 “특성화 분야 국내 최대 창업기지, 국내 10위권 취업거점대학이 현실적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국제화 실적과 발전계획 내용을 연결시켜 지방에 있지만 국제적 정체성이 뚜렷한 대학, 특성화 분야 국내 선도대학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타깃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다양하고 풍성한 인프라도 장점

계명대는 온·오프라인, 소프트·하드웨어를 가리지 않고 인프라를 고루 갖췄다. 계명아트센터를 비롯한 문화체험공간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 이를 활용해 전교생이 참여 가능한 ‘컬처 투어’를 운영 중이다. 문화산업클러스터와 R&D특구에 지정되는가 하면, 홈페이지도 웹사이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런 이점을 잘 살려 교수·학생지원을 아우르는 웹기반 통합지원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학생들의 체감도가 높은 각종 동아리나 시스템 체계를 세분화해 호응을 얻었다. 대학 차원 인증제인 ‘K-스타(Star)’와 ‘계명인재역량진단시스템’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유도했다. 또 학생들의 협업공동체 ‘K-서클(Circle)’ 참여를 의무화해 공동학습과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했다. 학습 부진 학생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K-윈(Win) 학습지원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점도 주목거리다. 공동학업과 보충학습에 문화체험, 봉사활동 기회까지 다양하고 풍성한 인프라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취·창업에 강한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 열의, 저력과 역량 인정받은 것”
[인터뷰] 신일희 총장

- ACE사업 선정 비결은.

“그동안 쌓아온 국제화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을 넘어 세계를 지향하려는 열망’을 계속해온 게 컸다고 생각한다.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대학을 설립해 태생적으로 국제화에 강점을 지녔다. 지방에 위치했지만 실적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 속에 정체성이 뚜렷한 대학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사업 선정을 위해 혼연일체가 된 구성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실사 당일에는 교무위원 뿐 아니라 법인·동창회 임원과 수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실사단을 환영했다. 구성원들의 뜨거운 열의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 사업 선정의 의의는 무엇인가.
“11대1의 높은 경쟁률, 엄격한 3단계 평가를 거쳐 지방 대규모 대학 중 사립대로 유일하게 선정돼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한 가운데 안정적 교육 재원을 확보해 예산 운용에 숨통을 텄고,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인정을 받은 의미가 있다. 사업 선정은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중장기 학부교육 선진화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 ACE대학으로서의 전략을 소개한다면.
“계명대가 가진 역량에 비해 저평가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별다른 전략보다는 강점을 더욱 특성화하고 약점은 분석·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우리의 역량과 장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 구상 중인 사업들은 재학생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것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글로벌 시민 프로그램과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우리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면서 수요자인 학생들도 실질적 혜택을 입는 사업들이다.”

- 지방대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 같다.
“ACE사업 선정은 교육 여건이 우수한 대학으로 공식 인증받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대학간 경쟁이 치열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장기적 관점에서 하나의 단추를 꿰었다는 생각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착실히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홍보도 중요하지만 계획한 사업들을 꾸준히 실행하는 게 더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실 있고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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