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지방국립대 한계 극복 계기

안동대(총장 이희재)는 올해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사업)에 선정돼 새 날개를 달았다. 지방 중소규모 대학 그룹에서 국립대로는 목포대와 함께 ACE대학이 돼 4년간 총 100억원 이상의 지원을 확보했다. 무엇보다도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공식 인증을 받은 게 크다. 그간 추진해온 교육중심대학의 방향성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안동대에게 ACE사업 선정의 의미는 남다르다. 2007년 취임 후 ‘국내 최고 수준 교육중심대학’을 화두로 던진 이희재 총장의 임기 막바지에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새 총장이 이끌어갈 4년간 ACE대학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시작하는 것도 기분 좋은 출발인 셈이다. 경북도청의 안동 이전 등 호재가 겹쳐 대학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 4대 핵심역량 갖춘 실무인재 양성 초점 = ACE사업에 선정된 안동대 ‘β-ESCORT(Balanced-Educated Student by Coaching of Related Training) 교육 선도모델’의 핵심은 여러 역량을 골고루 갖춘 균형 잡힌 인재(Balanced Student) 양성이다. 특정 분야의 고급 전문가보다는 실무형 중상위급 멀티 플레이어를 키운다는 내용이다.

안동대가 추구하는 핵심역량은 △공동체 역량 △실무적 역량 △창의적 역량 △글로벌 역량의 4가지다. 학생들이 4대 역량을 갖추는 데 포커스를 맞춰 교양교육 과정을 대폭 개편했다. 뿐만 아니라 비교과·전공 분야는 지역전통문화 기반 인성캠프 운영, 코칭 기반 아너(honor) 클래스와 튜터링 기반 모티베이션(motivation) 클래스의 세분화, 융복합 교육 기반 조성, 창의적 리더십 아카데미 운영,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이 뒤따랐다.

이를 위해 안동대는 ‘사제동행(ESCORT)’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강조했다. 교수 자신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인 학생들을 가르치자는 당부가 담겼다.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애정을 쏟아 가르쳐야 균형 잡힌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면담 실적을 교수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등 각종 학생 케어(care) 프로그램에 교수들이 적극 참여토록 했다.

■ 장기비전 연계해 실현가능한 계획 강점 = 이 같은 안동대의 교육모델과 프로그램은 대학 장기비전과 촘촘히 연계돼 있다. 거창한 것보다 현실성 있는 계획을 낸 게 오히려 주효했다는 자평이다. 김정희 기획처장은 “기존 ‘ANU 2020 프로젝트’와의 연계성을 부각시켜 잘 조직해 사업계획을 정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안동대의 장기비전인 ‘국내 최고 수준 교육중심대학 도약’은 ACE사업 교육모델과 맥을 같이 한다. 교육 내실화에 힘써 실용 중심 교과과정을 개발·운영하고 교수학습지원체제를 활성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개인별 경력 관리와 취업지원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ACE사업이 강조한 ‘핵심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 육성’의 실행 프로그램인 셈이다.

안동대는 앞서 꾸준히 진행해온 학부 중심으로의 체제 개편과 운영 시스템 변화 등을 근거로 사업계획서를 사업명과 프로그램을 연결시켜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는 실제보다 저평가 받은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 올해는 오랜 시간을 들여 꼼꼼히 다듬었다”고 말했다.

 

‘대등한 경쟁’ 위해 외국어·인성교육 주력

안동대는 ACE사업 선정의 성과로 구성원의 자신감 상승으로 시작되는 선순환 효과를 꼽았다. 우선 ‘하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사업에 선정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교수들도 ACE사업이 어떤 내용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 다 알게 됐다. 각종 학생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해 학생 만족도가 높아지면 신입생 유치도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안동대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바탕으로 외국어교육과 인성교육에 과감히 투자할 계획이다. 봉사활동과 외국어 특별강좌 프로그램 개설은 기본. 대도시 소재 대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환경을 갖춰주고, 여기에 ‘선비의 고장’ 안동의 지역적 특성을 가미한 인성교육으로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이 총장은 “지방대생들의 취약점은 글로벌 역량이다. 외국어 의사소통능력을 대도시 학생 수준으로 끌어올려줘야 경쟁이 가능하다”며 “ACE사업 예산은 이 부분을 키우는 데 많이 투입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배려와 겸손은 옛 선비들이 목숨같이 여긴 것”이라며 “신입생 전원에게 2박3일간 지역 유산을 경험케 하는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는 배려와 겸손을 학생들이 체득하도록 힘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9회말 역전 만루홈런 친 기분”
[인터뷰] 이희재 총장

5월 말 이임을 앞둔 이희재 총장은 ACE사업 선정의 일등공신이다. 취임 이후 진두지휘한 ‘교육중심대학’ 방향 설정이 빛을 봐 줄곧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고, 마침내 ACE대학이 됐다. 그는 “곧 총장직에서 물러나는데 9회말에 역전 만루홈런 친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 대학가 관심이 높은 ACE사업에 선정됐다. 축하한다.
“기쁘다. 단순히 사업에 선정돼 국고를 지원받아서가 아니다. 2007년 총장 취임하면서 교육중심대학을 계속 추진해왔는데 그 방향이 맞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기분 좋다. 임기 4년 동안 학생을 최고로 섬기는 학부중심대학을 강조했다. 지난해 사업에 떨어져 올해는 더 열심히, 오래 준비해 이렇게 선정되니 정말 감회가 남다르다.”

- β-ESCORT 교육선도모델의 핵심은 무엇인가.
“균형 잡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인풋(input)을 감안, 특정 분야의 최상위권 전문가보다는 중상위급 사회 인력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 인재는 한쪽에 치우치면 곤란하다. 그래서 교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수가 연구에만 치중하고 학생에 관심 없으면 교육중심대학은 실패한다. 때문에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애정을 갖고 지도하는, 즉 사제가 동행(escort)해 균형적 실무인재를 양성하자는 내용을 강조했다.”

-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데 이임해 아쉬울 것 같다.
“아니다. 만족스럽다. 다음 총장이 이 방향을 이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성공이라 생각한다. 무엇이든 중간에 그만두면 원상 복귀된다. 지금 안동대는 중간성과를 많이 냈을 뿐, 정체성이나 발전 방향이 굳건해진 것은 아니다. 더 전력투구해 교육중심대학의 위상을 확실히 하는 게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ACE사업은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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