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 본지전문위원, 광주교대 교수

매년 봄이 되면 학생과 대학 사이의 등록금 분쟁이 재현되고 있다. 올 봄도 예외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학생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크게 상회하여 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 교육비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이고, 인건비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상회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며, 새로운 기술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투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상회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면 매년 반복되는 대학과 학생 사이의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분쟁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지난 2월 미국 피츠버그대학 신문에 대학신문 편집장이 등록금 인상과 관련하여 대학 총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 간단히 소개한다. 대학신문 편집장은 총장의 역량으로 대학이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대학 발전의 공이 총장에게 돌아가듯이 대학 재정난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던 대학의 교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문제와 물가 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대학 등록금 인상 때문에 자신을 포함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에 대해서도 총장이 책임을 느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총장 급여 인상분을 학교에 내 놓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그러면서 총장이 내놓는 금액이 총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동일한 비율을 자신도 학교에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이 학교 신문에 실린 이후에 학교의 많은 교직원으로부터 동참하겠다는 격려를 받았으나 총장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다시 글을 올린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대학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를 알 수가 있다. 먼저 총장의 총급여액과 인상률(인상액)이 상세히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학들도 점차 상세한 예산 내역까지 공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 예산이 상세히 공개되고, 이에 대해 학생들이 수긍할 때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분쟁도 완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대학재정위원회에 학생 대표를 참여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학생들도 참여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학생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높으면서도 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국내의 많은 대학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과거 독재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이익과 대학의 이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학생의 대학 의사 결정 과정 참여를 적극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들의 등록금이 대학 운영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참정권도 갖고 있는 성인 대학생들을 대학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대학 예산이 보다 합리적으로 집행되고, 등록금 인상도 보다 합리적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들이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학생들의 참여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대학 경영자가 비전을 가지고 대학을 이끌어 가는 것까지 침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국가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계속 줄여가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경우를 보면 작년에 주정부로부터 일괄적으로 2%의 예산 삭감 조치를 받았고 올 해도 5%의 예산 삭감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 나라는 그 동안 대학에 대한 국가 지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열악했기 때문에 새 정부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한다. 이는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로부터의 지원이 대학의 경쟁력 제고에 더 크게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원되는 예산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을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대학 예산 집행 내역을 얼마나 상세히 공개하는지, 그 공개하는 내용을 대학 구성원과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알리고 있는지, 대학 예결산 과정에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나 참여시키고 있는지 등을 포함시키기를 제안한다. 이러한 기준에 맞도록 대학의 예산을 운영하고 공개하는 대학이라면 대학 등록금 분쟁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분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상도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상황을 알리고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구사할 때 대학은 재정난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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