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본지 전문위원/광주교대 교수)

대학 신입생 모집 시기가 되면 항상 큰 뉴스로 다루어지는 것이 신입생 부족 문제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있고, 학생들은 입시 준비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대입 준비 학원에 재수생이 몰려들어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뉴스도 지면을 채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 신입생은 부족한 것일까? 이제는 우리 나라 대학 신입생 부족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즉, 현재의 대학 신입생 정원이 교육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적정한가 하는 관점에서 재조명해보아야 한다. 외국과 달리 우리 나라는 대학 정원을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대학들은 보다 많은 정원을 따오기 위해 끝없이 교육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대학 여건을 부풀리면서라도 최대한 정원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70년대 이후 대학의 교육 여건이 계속 악화되어 2002년 현재 우리 나라 대학 교수 1인당 학생수는 41명에 이르고 있다. 다른 OECD 국가의 대학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우리 나라 중․고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수와 비교해도 금방 대학 신입생 수 부족이 과장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2002년 현재 우리 나라 중학교는 교사 1인당 학생수가 19.3명이고 고등학교는 15.7명이다. 즉, 우리 나라 대학의 교육 여건은 OECD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열악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초․중등학교에 비해서도 아주 열악하다. 대학 신입생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러한 열악한 교육 여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데 이에 필요한 학생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만일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중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수준으로라도 개선하고자 하거나 교수 1인당 학생수와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등의 교육 여건을 OECD 평균에 접근시키고자 한다면 현재 우리 나라 대학은 대학 진학 희망자를 모두 수용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 진학 희망자가 너무 많아 대학이라는 간판만 걸려 있어도 서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던 시절에는 대학 교육 여건이 아주 열악해도 신입생 확보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고, 그 결과 지방에 있으면서 교육 여건까지 열악한 대학부터 신입생 확보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대학 정원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교육 여건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여 대학다운 대학이 되도록 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고자 할 경우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 사립대학의 재정난이다. 즉, 지금의 대학 신입생 부족 사태의 핵심은 진학 희망자 부족이 아니라 대학의 열악한 재정 문제인 것이다. 우리 나라의 상황을 보면 겨우 공간만 마련한 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건물을 지어가면서 학교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주 열악한 사립대학, 그 동안 대학의 외형 틀은 갖추었지만 등록금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서 학생수를 줄이면 오히려 교육 여건이 더 나빠질 사립대학 등이 상당히 많다. 이제 우리 나라 대학 교육 여건의 전반적인 개선을 위해서 대학의 옥석을 가릴 시점이 되었다. 새로 출범한 ‘참여정부’는 옥석을 가려서 자생 의지와 자생력을 갖추고 있는 사립 대학을 대상으로 지방대학 육성 기금을 투자하기를 기대한다. 그 기준은 교수 1인당 학생수, 학생 1인당 교육비, 학생 1인당 장학금 수혜액, 재단 전입금 혹은 대학 수익중 등록금을 제외한 수익액의 비율 등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기준과 기준을 산출하기 위한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여 공표하고, 유예 기간을 준 후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대학이 대학 교육을 할만한 공간이 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준 및 적용 방식을 마련할 때 관련 집단을 최대한 참여시켜 합리적인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대학 신입생 확보난은 우리 나라 대학이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춘 대학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만일 신입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등의 잘못된 정책을 집행하면, 우리 대학이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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